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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내내 하늘이 흐렸다. 한동안 먹구름이 가득하더니 봄 가뭄으로 애달파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닿았는지 단비가 내렸다. 비로 젖어가고 있는 소래포구를 찾았다. 소래포구어시장은 평일 낮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갈매기들도 연신 퍼덕거렸다. 봄비와 소래포구의 풍경이 꽤 잘 어울렸다.

소래지역 역사 보전과 옛 모습 추억 위해

김춘식 학예사
 김춘식 학예사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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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래역사관은 지난 2012년 6월 개관했다. 남동구 최초의 공립박물관으로 인천문화재자료 19호인 '장도 포대지' 바로 앞, 소래포구어시장 옆에 건립됐다.

"소래지역이 예전에는 수도권 유일의 재래 어시장이었어요. 소래염전이 개간되고 빠르게 도시화·산업화되면서 옛날 모습이 거의 사라지고 재래 어시장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죠. 소래지역의 역사를 보전하고 아름다운 옛 모습을 추억하고자 소래역사관을 건립했습니다."

김춘식(36) 학예사의 설명이다. 소래와 논현지구의 도시개발 사업이 급속하게 추진돼 사라져가는 이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기억하기 위해 남동구가 소래역사관을 지었다.

소래역사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의 건물이며, 상설 전시관은 존(ZONE) 네 개로 구성됐다. 존마다 소래를 상징하고 추억할 수 있는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소래갯벌·수인선·소래염전·소래포구가 그것이다.

2층 입구에서부터 돌아볼 수 있게 돼 있는데, 2층 소래갯벌 존과 수인선 존을 관람한 후 내부 계단을 이용해 1층으로 내려오면 소래염전 존과 소래포구 존이 있다.

"보통 전시관 동선은 1층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이곳은 2층에서 관람을 시작해 내려오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도 꼭대기에서 나선형으로 내려오게 만들었어요. 이런 동선은 전시관 내부를 조금 강제로 보게 하는 면이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으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노인이나 장애인, 유모차를 갖고 온 관람객에게는 1층 안내데스크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한다.

전국 제일의 천일염 생산지와 어시장도 역사 속으로

 실제 협궤열차를 70%로 축소?복원해 전시했다.
 실제 협궤열차를 70%로 축소?복원해 전시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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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만나는 2층 소래갯벌 존에선 소래지역의 유래와 갯벌의 삶, 개항기 이양선의 출몰과 그 방비책인 논현 포대·장도 포대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인선 존에서는 수인선 건설 과정과 협궤열차·소래철교 등 수인선의 개통에서 폐지까지의 과정을 전시했다.

"수인선 소래역은 1994년 폐역됐고, 1995년 열차 운행을 중단하면서 수인선은 완전히 폐선됐죠. 2012년 수인선 재개통과 함께 소래포구역으로 다시 전철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김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을 돌아봤는데, 그는 아이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라며 수인선 열차 모형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센서 장치가 있어 사람이 있는 것을 인식하면 모형 열차가 세 바퀴를 도는데, 열차가 돌면 아이들은 함성을 지른다고 했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입구와 계단에는 당시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1층에 내려오니 세 번째 테마인 소래염전 존이다. 각종 염업도구를 전시해 놓았는데,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소금 밀대로 소금을 밀어볼 수 있고, 돋보기로 다양한 종류의 소금을 비교하고 만져보면서 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예전에는 소래1·2염전과 남동염전이 있었어요. 이곳이 1970, 80년대는 전국 제일의 천일염 생산지였는데, 개간해 공장과 아파트를 지으면서 명성을 잃었죠. 지금은 소래습지생태공원에 일부 남아 있습니다."

왼쪽에서 부터 소래염전 천일염, 프랑스 겔랑드 소금(프랑스 천일염), 꽃소금, 맛소금, 죽염 순으로 전시돼 있다.
 왼쪽에서 부터 소래염전 천일염, 프랑스 겔랑드 소금(프랑스 천일염), 꽃소금, 맛소금, 죽염 순으로 전시돼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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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소래포구 존에서는 소래지역의 어업 등 경제생활, 포구의 형성과 발전, 어시장 사람들의 모습을 디오라마(입체 모형) 등으로 만날 수 있다. 김 학예사는 "제가 직접 목격한 건데요. 60대 중반의 어르신이 디오라마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젊었을 때 추억과 모습이 생각나신다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으셨어요"라고 말했다.

흥정하는 사람들, 손수레로 물건을 나르는 사람, 생선을 고르는 사람, 생선을 손질하는 상인 등, 소래어시장의 옛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는 살아있는 듯하다.

상설 전시관 마지막 존에선 소래역과 협궤열차를 볼 수 있다. 김 학예사는 "70%로 축소, 복원했어요. 열차의 폭과 높이는 같지만, 길이를 전시장에 맞게 축소했습니다. 실제 탑승이 가능해, 이곳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너죠"라고 소개했다.

어시장 옆이라 접근성 좋지만, 단점도 있어

옛 소래어시장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옛 소래어시장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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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는 80여 명, 주말에는 350여 명이 방문한다는 소래역사관. 전시 내용이 어렵지 않고 친근해 단체관람을 오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아이들도 재밌어 한단다. 초등학생 이상의 단체관람의 경우, 문화관광해설사한테 요청하면 해설해준다.

"어시장 옆이라 관람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좋은 위치죠. 신생 역사관치고는 사람이 많이 오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시장도 있고 관광지이다 보니 주말에는 술 드시고 오시는 분이 많아요. 음주하신 분은 출입을 제한한다는 문구를 써놓지만, 통제가 쉽지 않고 시비가 생기기도 합니다. 주차장 운영에 애로사항도 있고요. 문을 열기 전에 어시장 방문하시는 분들이 주차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통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이 아닌 역사관으로 이름을 붙인 이유를 묻자, 김 학예사는 등록 당시 유물 보유 점수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역사관·전시관·기념관 등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소래역사관은 2013년 '우리 가족'과 2014년 '소래의 옛 추억'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했다.

김 학예사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역사관 건물이 협소해 기획전시실이 따로 없어요. 지하 교육실은 성인 20명이 들어가기에도 비좁고요"라고 한 뒤 "하지만 특색 있는 역사관으로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게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소래역사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 500원, 청소년과 군인 300원, 어린이 200원이다. 20인 이상 단체관람은 100원씩 할인해준다.(http://museum.namdong.go.kr/)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소래역사관, #소래염전, #소래포구, #소래어시장, #김춘식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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