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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
 21세기 미술관
ⓒ 21세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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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가나자와에 가면 꼭 보고 싶었던 곳이 21세기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소장품보다는 건축으로 유명하다. 일본의 현대건축가 세지마 가츠요(妹島和世)와 니시자와 류에(西沢立衛)가 공동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건축가는 2010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이들의 대표작으로는 오가사와라 자료관, 크리스찬 디오르 빌딩 등이 있다.

21세기 미술관은 가나자와성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므로 겐로쿠엔에서 걸으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원래 가나자와 대학 부속 중학교·초등학교·유치원이 있던 자리다. 이들을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 미술관을 세우자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이곳 가나자와 도심이 문화예술 지구로 자리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미술관 내부 지도
 21세기 미술관 내부 지도
ⓒ 21세기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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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2004년 10월 9일에 21세기 미술관이 개관하게 되었다. 21세기 미술관은 지상 1층 지하 1층의 원형 건물이다. 건물의 지름이 112.5m나 된다. 원형 건물이어서 사방에서 들어갈 수 있으며, 특별한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무료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원형 건물 내에 전시실이 입방체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이들 전시실은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원형 건물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 미술관 근처에도 가 보지를 못했으니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작품 감상도 하고 체험도 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21세기 미술관은 가나자와 지역 아동과 학생 그리고 관광객이 미술과 공예 그리고 디자인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미술관은 새로운 문화 창조와 지역의 예술 진흥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히가시야마에는 유곽이 있었다

음식공예
 음식공예
ⓒ http://www.toryo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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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 대신 찾아간 곳은 가나자와 동쪽에 있는 히가시야마다. 겐로쿠엔에서 동쪽으로 이어진 159번 도로 위 아사노가와(淺野川)대교를 건너면 히가시야마차야(東山茶屋)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목조주택들이 이어진다. 에도시대 정서가 느껴지는 건물들이다. 이곳에 차집, 절, 음식점, 기념품점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곳은 원래 유곽(遊郭)이었다고 한다. 가나자와는 이름 그대로 금(金)으로 윤택(澤)해진 도시고, 히가시야마 주변에 금박(金箔)공예점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이곳 히가시야마를 찾으면서 유곽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가나자와의 금박제조업은 현재도 시장점유율이 98%나 된다. 그래선지 일부 가옥의 벽에 금박칠이 돋보인다.

우리는 거리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다른 곳처럼 차집과 기념품 가게가 번성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표적인 공예품점으로 다마쿠시게(玉匣), 사보이쇼(茶房一笑) 등이 있다. 다마쿠시게에서는 보석과 액세서리 등을, 사보이쇼에서는 유리공예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도자기 전문점인 'As Baku'도 있다.

마침 7일부터 10일까지 이 지역에서 가나자와 토리오에(燈涼会)가 열려 공예작품을 공개적으로 구경할 수 있고, 공예체험을 할 수도 있다. 토리오에란 '한여름 밤 여기저기 등불(燈)이 반짝이면, 시원한(凉) 느낌이 든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일부러 온 것처럼 토리오에 때를 맞췄지만 주요행사는 토요일과 일요일인 9일과 10일에 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9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되는 즈키미콘서트(月見コンサート)는 우리말로 하면 달밤의 연주회가 되겠다. 그런데 그들은 영어로 'Moonlight Concert'라고 근사하게 표현했다. 이 콘서트에서는 전통무용인 노(能), 전통악기 연주인 소(箏) 공연이 있다고 한다. 그것도 무료라고 하는데 보지 못하니 더욱 안타깝다.

아마도 이런 공연들이 과거 유곽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놀이와 유희의 기본이 악가무(樂歌舞)이니,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 외 중요행사로는 맛의 콜라보레이션과 음식공예를 추구하는 오모무키젠쇼쿠사이(趣膳食彩)가 있다. 그런데 이 행사에 참가하려면 비용이 2만5000엔 정도 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일본 젊은이들의 다양한 옷차림

전통복장의 젊은이
 전통복장의 젊은이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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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리를 다니며 나는 일본 젊은이들의 옷차림과 표정에 주목하게 되었다. 비교적 젊은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개성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자유분방한 젊은이 여섯이 거리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다.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한다. 대학생 또래로 함께 이곳을 찾은 것 같다. 신발과 복장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기모노를 입은 젊은이 둘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기 좋다. 게이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파란색 바탕에 흰색 꽃무늬를 넣은 옷인데, 꽃이 커서 인상적이다. 또 수줍게 미소를 짓는 젊은이들의 표정에서 일본 여인의 겸손을 느낄 수 있다. 이곳 거리에서도 현대적인 옷차림과 과거의 옷차림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복장의 젊은이
 현대복장의 젊은이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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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또 다른 스타일을 한 젊은 여자도 볼 수 있다. 검은 원피스 차림에 실로 짠 파란 모자를 쓰고 있다. 거기다 민소매여서 팔이 다 드러나 있다. 앞서 가는 친구도 청바지 차림에 검은 가방을 메고 있다. 요즘 가방이 패션의 일부가 되었음을 실감한다. 뭔가 부자연스런듯하면서 어울린다. 그런 걸 보면 유행은 취향이다.

금박 공예에서 가나자와라는 이름이 나왔다

금잔과 향로
 금잔과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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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이곳의 명물 금박공예를 보러간다. 금박은 펴지고(展性) 늘어나는(延性) 성질이 뛰어나 1/1만mm까지 얇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가나자와 지역으로, 금박의 역사가 17세기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박생산이 자유로워진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라고 한다. 이때에야 금박의 생산과 판매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박이 공예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금박은 신사와 절의 건조물, 불상, 불단 등 불교 용품, 병풍이나 장지문 그림, 칠기와 도자기 같은 공예품에 사용되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금박 건축물이 교토에 있는 킨가쿠지(金閣寺)다. 그리고 금박이 아닌 금실(金絲)로 만들어져 의류나 공예품 장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음식, 미용 분야까지 그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금박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유럽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한국 등이라고 한다. 그러나 금박의 사용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두께 넓이 제조법이 나라마다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금박이라고 해서 100% 금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가장 선호하는 금박의 배합비율은 순금 94.43%, 순은 4.90%, 순동 0.66%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금박공예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하쿠자(箔座) 본점이다. 1962년에 개업을 했으니 그 역사가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다. 이 회사는 각종 금박과 금분의 제조, 금박 가공상품 개발, 새로운 금박소재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금박 장식품과 공예품, 금분 화장품 등 미용상품, '황금의 다실' 같은 금박 건조물을 보았다.

황금의 다실
 황금의 다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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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눈이 가장 먼저 간 곳은 황금의 다실이다. 금박으로 벽과 내부를 칠했을 뿐만 아니라 소품 가구들까지 금박을 입혔다. 최고급 금박 4만매를 사용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황금의 다실을 재현해 놓았다고 한다. 3면 중 2면은 금칠한 벽이고, 1면은 금칠한 장지문이다. 벽의 한 가운데 금칠을 한 그림이 걸려 있다. 방의 왼쪽에는 금박을 입힌 다기 세트가 놓여 있다.

건축의 내부가 이렇게 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나는 아직 보질 못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가 차를 마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 최고의 통치자 관백(関白)이 되는 체험을 할 수는 없다. 그 대신 밖에서 차를 마시며 다실을 관람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내 눈이 간 곳은 금잔과 향로다. 예술성도 뛰어나지만 값도 대단하다. 향로는 30만 엔이나 한다. 도자기에는 금분이 비교적 적게 들어가나 보다. 금빛이 덜 하기 때문이다.

또 12지 동물을 금으로 만들었다. 이것은 아주 작고 귀엽게 만들었다. 은사로 만든 도구함도 눈에 띈다. 그리고 진열품으로 불교용품도 보인다. 기념품으로 파는 값싼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술성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이들 점포의 뒤쪽으로는 이들 금박을 만드는 작업실이 보인다. 금덩이와 밀링머신이 잠시 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보지는 못했다.

외벽을 금박으로 장식한 집
 외벽을 금박으로 장식한 집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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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가쿠지
 킨가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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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히가시야마차야, #찻집/ 유곽, #가나자와 토리오에(燈??), #금박공예, #황금의 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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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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