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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넌 참 특이하다'라는 말이 너무 지겹다. 어렸을 때부터 '특이하다'는 말을 꾸준히 들어왔던 것 같다. 현재 나는 23살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로부터 '특이하다'라는 말을 들어왔던 만큼 이제 그 말이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도 내 마음 한 가운데는 '특이하다'라는 사람들의 나를 향한 판단에 대해 꽤 큰 고민과 불만이 존재한다. 그것은 무뎌지지도 않을 뿐 더러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과 불안은 내게 가장 소중한 한 친구의 고백을 통해 나를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했다.

'넌 참 특이해'라는 말을 듣다

필자가 작년 여름까지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 뚱이다. 약 2-3년을 함께 했다.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까지도 필자에게는 소중한 존재다.
▲ 필자의 반려동물 '뚱'이 필자가 작년 여름까지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 뚱이다. 약 2-3년을 함께 했다. 건강악화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까지도 필자에게는 소중한 존재다.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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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맨 처음 '특이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여섯 살 무렵 설 명절을 맞이해 시골을 갔을 때다. 당시 나는 자연 환경이 잘 보존돼 있던 시골에서 뛰어 놀던 중 작은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렇게 나는 멜빵 바지 앞 작은 호주머니에 그 친구를 시골 집으로 데려갔다.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도마뱀을 꺼내놓는 나를 보며 온 가족이 기겁하며 "취향 참 특이하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그 작고 귀여운 친구를 보고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할 대상이 없다는 것에 잠시나마 외로움을 느꼈다. 어찌 됐건 여섯 살의 나는 그렇게 작고 귀여운 도마뱀과의 만남을 통해 파충류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파충류에 대한 사랑을 매번 파충류 전시회 등에 가는 것으로 풀어왔던 나는,  성인이 된 후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비어디드래곤'이라는 도마뱀을 2년여 정성을 다해 키웠다. 이름은 '뚱'이었다. 표정이 항상 뚱한 게 너무 사랑스러웠다. 뚱이를 키울 때도 주변에서 참 말이 많았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해가 안된다, 왜키우냐'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 지겨운 한마디, '넌 참 취향이 특이하다'. 나는 도대체 내가 왜 특이한 사람이 돼야 하는지 너무 억울했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뚱이를 보고 징그럽다고 하는 그들은 내 입장에서 보면 너무 특이한 존재였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면 뚱이를 보고 징그럽다고 하는 그 자체보다 뚱이를 반려 동물로 받아들이고 열과 성을 다해 돌보는 나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징그럽다는 혐오의 말을 내뱉는 그들의 이기성이 참으로 특이하게 다가왔다.

적어도 반복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최소한의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일일이 정색하며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나지막하게 '내 눈에는 귀여운데'라고 하며 넘겼으나 그런 말들을 자신없이 내뱉을 때마다 꽤 상처가 컸다. 그러한 상황이 반복되며 어느 순간 나는 '다수'의 취향이 곧 평범함과 특이함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러한 보편성에 대한 기준의 틀이 참으로 부질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 취향이 특이하다고 취급받는 것은 비단 반려 동물의 예만이 아니다.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대다수의 친구가 빅뱅, 동방신기를 좋아할 때 마이클잭슨, 스티비원더, 비틀스를 좇았다. 말 그대로 쫓은 게 아니라 좇았다. 당시는 MP3에 음악을 넣어 다녔는데 친구들은 내 음악 목록을 볼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내뱉는 그 지겨운 한마디 "넌 참 취향이 독특해".

10년을 바라왔던 폴매카트니의 공연이었다. 폴매카트니 공연 예매 전쟁을 뚫고 예매 성공을 했지만 폴매카트니의 건강 악화로 당시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 2013년도 폴매카트니 공연 표 10년을 바라왔던 폴매카트니의 공연이었다. 폴매카트니 공연 예매 전쟁을 뚫고 예매 성공을 했지만 폴매카트니의 건강 악화로 당시 공연이 취소된 바 있다.
ⓒ 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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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친구의 커밍아웃을 통해 또 다른 나를 돌아보다 

이렇듯 나는 23년 내내 내겐 지극히 평범하고 소중한 내 취향이 다수에 의해서는 특이하다고 판단되는 것에서 꽤 큰 상실감을 느껴왔다. 이러한 지침이 극에 달하던 시점에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이 내게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사실 애초에 나는 성 소수자들에 대해 꽤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또 매스컴을 통해 그들에 관한 얘기를 접할 때마다 매번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서 저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집단과 다르게 나는 저들을 이해하며 꽤 평등하고 진보적인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꽤 교만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교만은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의 커밍아웃으로부터 산산이 조각나게 됐다. 나와 일면이 없는, 관계없는 사람들의 커밍아웃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는 내가 그들을 '특이'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나의 소중한 친구가 내게 커밍아웃을 한 그 순간 나는 그동안 그들을 '특이'한 존재로 취급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 사실을 친구가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순간적으로 느껴졌던 낯섦에서 알 수 있었다. 내가 수년간 알아왔던 친구에게서 느껴지는 그 낯섦은 내가 성 소수자들을 그동안 특이한 존재로 취급해왔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내가 그동안 성 소수자들을 향해 '특이한 존재'가 아닌 '그럴 수 있는', '평범한' 존재로 인식했다면 나는 내 친구의 커밍아웃을 듣고 그 차가운 낯설음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 낯설음은 이윽고 내게 일종의 반성을 하게 했다. 항상 단지 다수의 취향에 의해 특이하다고 불리는 것, 판단되는 것에 대해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이 있던 내가 나도 모르는 새 그들을 '특이'하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 또 다른 낯설음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단지 숫자 개념으로 다수와 소수를 인식하다

나는 가장 소중한 친구의 커밍아웃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됐다. 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특이'하다고 판단 받는 것에 대한 피해자로만 생각했던 내가,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고 있다는 숨어있던 나의 오만과 교만이 깨지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숨어있던 판단에 대한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는 수확을 얻었다. 현재 나는 그 친구의 친구들과도 깊은 우정을 나누며 지내고 있다. 그들은 내게 너무 소중한 친구로 자리 잡았다. 나 또한 그들 사이에서는 '특이한'성적 취향을 가진 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이'와 '평범, 일반'은 단지 다수와 소수의 개념에 의해 나뉘는 아주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잣대이다.

우리 모두 이 숫자적인 잣대로 서로를 판단하지 말자. 그 판단 뒤에는 상처가 있고 상실감이 있고 외로움이 있다. 이러한 비효율적이며 이기적인 판단이 사라진다면,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며 공존하는 사회는 절대적으로 가능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그저 평범하지 않다. 또 특이하지도 않다. 우리는 모두 단지 '특별'한 존재다.


태그:#특별함,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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