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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에 받쳐 차올라도 묵묵히 걸어올라가는 발걸음은 이내 정상으로 나를 인도합니다. 그리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본 내가 오른 길은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줍니다. 삶도 그러한 듯 합니다. 매일 걸어오르는 삶의 등반길에서 나는 의미를 흘려봅니다. 뒤따라 오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그것이 제겐 책을 출간하는 의미입니다.
▲ 가슴이 답답할때면 산에 오릅니다. 숨이 턱에 받쳐 차올라도 묵묵히 걸어올라가는 발걸음은 이내 정상으로 나를 인도합니다. 그리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본 내가 오른 길은 나에게 뿌듯함을 안겨줍니다. 삶도 그러한 듯 합니다. 매일 걸어오르는 삶의 등반길에서 나는 의미를 흘려봅니다. 뒤따라 오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그것이 제겐 책을 출간하는 의미입니다.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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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첫 책을 출간하고 마케팅을 하는 동안 김승범 팀장의 소중한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한 명은 아직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도 이른 서른 한해의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 친구를 나는 2007년 겨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다른 한 분은 김승범 팀장의 외할머니로 얼마전 뇌졸증으로 쓰러지셔서 생사를 드나들다가 잠을 주무시다가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김팀장. 너무도 마음이 아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승범 팀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덩달아 숙연해진다. 말없이 가만히 안아주었다. 10년동안 군에서 시작해 동고동락을 했고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출판사 창업전 피자배달업을 진두지휘하며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해주었다.

삶과 죽음은 결코 동떨어진 별개의 일이 아니다. 그 끝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붙어있다. 죽음은 다른 누군가의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웃 또는 나에게도 곧 일어날 일이다. 하지만 그런 죽음으로 인해서 이 삶에 허무함을 느끼고 속절없는 무념무상의 도교식 사상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기에 우린 너무 젊다. 바쁘게 현재에 매몰되어 살아가다가 이렇게 현실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일을 대하게 될 때에 나는 숙연히 삶을 바라본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슬프고 힘든 일이 우리를 세차게 밀어내도 우린 꿋꿋히 앞과 옆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살아내야 한다. 살아지는 삶이 아닌 살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김승범 팀장님, 상심이 크겠지만 3일만 실컷 목놓아 울고 마음껏 슬퍼하세요. 3일간은 회사에 나오지 마시고 발인까지 다 잘 보내세요. 잘 보내야 마음에 남은 추억도 상처와 함께 잘 여뭅니다."

굵은 눈물을 흘리는 김승범 팀장이 목놓아 꺼이 꺼이 운다.
내 마음도 꺼이꺼이 운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 김팀장을 태워보내고 역에서 출판사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나는 몸과 마음을 다진다.

감정은 대뇌변연계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작용이다. 이 번연계는 뒤통수에 자리잡는다. 뒤통수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어해내려면 명확한 앞통수에서의(전두엽) 명확한 활동이 필요하다. 혈액을 뒤통수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앞통수로 보내야 한다.

차를 세우고 나또한 흐르는 눈물을 닦는다. 모든 선은 이어져 연결되어있다. 누군가가 떠나면  남은 이들에게 깊고도 넓은 파동을 일으킨다. 연결된 선이 강하고 굵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본다. 친구에게 감사하다, 외할머니에게 감사하다 말을 한다. 그리고 다시 지금 집중해야하는 일의 리스트를 바라본다. 슬픔을 이겨내고 저항하지 말고 그래서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의식을 전환해서 묵묵히 나의 일을 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할때에만이 잠시 트랙을 벗어나 흔들릴지도 모를 팀원들을 굳게 목적지로 재정열 할 수가 있다.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닌 뜨거운 삶에 대한 애착이어야 한다. 무념과 무관심과 집착의 그 어느 중간지점에 위치한 애착이어야 일이 이뤄진다.

책을 내면 좋은 것은 이러하다. 어쩌면 마지막 날 내가 하고픈 말이 종이 한 장에 급히 씌여 남겨지기엔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생의 초를 태워 배우고 깨달은 바를 기록에 남겨 읽혀질 만한 가치가 있는 글로 매듭 지어놓는 것은 삶의 정리에도 탁월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돌아가고 나면 찌꺼기가 남는다. 이곳 저곳 널 부러진 컴퓨터파일 조각들을 정리하는 디스크 조각모음이 있듯이 삶을 살아가며 남겨진 여러 조각들을 모음 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며 그 글의 꼭지가 모이고 모여 하나의 책이 된다.

그리고 책은 손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온 존재가 쓰는 것이다. 그렇게 글을 쓰는 이를 둘러싼 모든 일들이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직,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뺨에 세월의 고된 삶이 새겨낸 주름이 패여 있다.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일의 내용이 아니다. 똑같은 물고기 잡이라도 어부에겐 그 것은 Labor(노동) 이나 낚시를 하는 이에겐 그 것은 Leisure(취미,여가)이다. 같은 L로 시작하는 Life(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두 축이지만 그 일을 대하는 태도가 경험의 질을 결정한다. 

죽음을 앞두고도 변함없이 묵묵히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고픈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 답을 아는 이라면 분명 행복한 이다. 그런 점에서 서점으로 향하고 있는 나의 눈엔 흐르는 눈물은 고이 멈추고 새로운 오늘의 희망이 태동한다.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셨다. 삶은 고다.
이 고(苦:쓰디슴)에서 희(喜:기쁠 희)를 찾아 의미를 더하는 매일이야 말로 영원히 사는 하루가 아닐까?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 책을 낸다는 것은 그런 의미와 같다.

건강해야 한다. 천재성은 지속성을 의미하므로 건강해야 오래 일을 지속할 수 있다.

단고구마와 오리죽 그리고 저염식 식단이 앞에 덩그라니 놓여 있다. 임산부요가를 떠난 아내가 남겨 놓은 내 밥이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일의 강도가 높아지면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몸 관리이다. 사람이 일이 잘 안 풀리면 성인군자 혹은 동자 빼고는 열을 낸다. 열은 화를 동반한다. 몸에 열이 나면 몸이 아프다는 증거다.

손발이 차갑게 식어도 혈액순환이 안 되니 그것도 몸이 안 좋은 증거겠지. 셰익스피어 형님은 말했다. 육체는 마음이 노니는 정원이노라. 매일을 건강한 생각과 식단으로 장수하길 바라본다. 그저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살자는게 아니다. 의미를 만드는 장수. 그걸 하고 싶다. 오늘은 그 하루이다.  


태그:#꿈, #삶과 죽음, #열정, #애착,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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