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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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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인 전관예우를 타파하겠다"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당선 일성이 행동에 옮겨졌다. 대한변협은 23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오직 '대법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개업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최초 사례다.

이번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대한변협은 상임위원회에 앞서 지난 19일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 철회를 권고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차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을 신청한 다음날이었다(관련기사: 대한변협 "차한성 전 대법관, 변호사 개업 철회해달라").

"최고 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경우 동료 대법관이나 후배 법관들에게 사건 처리에 있어 심리적 부담을 주고 때로는 부당한 압력으로 보여 전관예우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략)…이런 취지에서 대법관을 지낸 차한성 변호사는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하고 사건을 수임하는 모습보다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존경을 받기를 바라면서 변호사 개업신고를 철회할 것을 권고한다."

문제는 근거 규정이다.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은 대한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한 다음 개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 등록의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종의 허가제인 셈이다. 반면 개업은 신고만 하면 된다. 변호사법이나 시행령 어디에도 '개업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고 명시한 조항은 없다.

대한변협이 '신고 반려' 권한이 있다며 내세우는 것은 '변호사 등록 및 신고가 있는 경우에는 규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심사한다'고 한 대한변협 회칙 40조의 4다. 한상훈 대한변협 대변인은 2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중요한 것은 대한변협이 신고를 두고 심사할 권한이 있느냐 없느냐"라며 "(회칙이나 변호사등록규칙에는 '서류상 보완이 필요할 때 반려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개업신고를 (심사해) 반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관예우 타파' 깃발 꽂은 변협... 법정 다툼 불가피

그런데 차한성 전 대법관은 이미 법무법인 태평양이 세운 공익재단 '동천' 이사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쪽에선 그가 대형 로펌 소속이긴 하지만 앞으로 공익활동을 펼치려는 것이므로 대한변협의 결정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대변인은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라며 "차 전 대법관은 일단 태평양 소속이고, 대한변협에서 '일반사건은 수임하지 않을 것이냐'고 물어봤을 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차 전 대법관이 언젠가는 일반사건을 맡을 테고, 전관예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차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 반려는 시작일 뿐이다. '전관예우 타파'는 하창우 회장이 후보 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일이다(관련 기사 : 하창우 변협회장 당선자 "전관예우 신고센터 설치할 것").

그는 최근 대법관들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후보자 청문회 때 받겠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하지만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어 명분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결국 '대한변협 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정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익재단들은 보통 공익소송도 수행한다. 당장 선례가 없지만, 차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활동한다면 절차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차 전 대법관을 영입한 태평양으로선 공식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은 2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 "법률전문가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어떠한 법적 권한과 근거로 개업신고 수리를 반려하였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차한성 변호사는 개업신고 때 향후 상당기간 동천에서 공익 관련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취지를 명백히 밝혔다"며 "변호사의 의무이기도 한 공익활동 참여를 왜 막으려는지, 공익활동에 전직이 왜 문제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대한변협의 공식 통보를 받은 뒤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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