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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맥스와 큰 아들 장난감 하나로 다리의 통증도 잊고 행복에 겨운 큰 아들. 죄책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 베이맥스와 큰 아들 장난감 하나로 다리의 통증도 잊고 행복에 겨운 큰 아들. 죄책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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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첫사랑 그녀가 소리 없이 내 곁을 떠나갈 때도 그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청춘의 단꿈에서, 문득 깨고 보니 두 아들의 아빠가 되어 있는 상황도 거짓말 같다. 물론, 이와 같은 일들은 '거짓말 같다'보다는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소망 혹은 바람이다. 그리고 바로 그 거짓말이었으면 참 좋았을 법한 일이 얼마 전에 벌어졌다.

저잣거리에서 흔히 쓰는 표현 중에, 말 안 듣는 자식들에게 '저 놈 자식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버리든가 해야지...'라는 표현이 있다. 유사 이래, 질풍노도의 시기를 남들보다 별나게 겪는 자녀들을 훈육하는 방법 중 하나로, 머리 빡빡 밀어 방안에 가두는 형벌과 쌍벽을 이루는 극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좀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죽이나 말을 안 들었으면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리겠는가? 하고 공감이 갈 때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말만 그러겠지, 설마 진짜 그런 부모가 어디있겠냐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실제 현실 속에서는 그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아무 잘못도 없는 자식의 다리를 분질러 버린 비정하고 무자비한 아비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적어본다.

체중 실어 큰 아들 등에 올라탔다

때는 지난 설 연휴를 불과 3일 앞둔 일요일. 여느 단란한 가정답게 오후의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과 영화관에 다녀왔다. 영화는 주먹크기만 한 애완용 동물들이 어찌해서 사람만한 전사로 변해 악당을 무찌른다는 국산 애니메이션이었다.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영화 속 주인공에 빙의되었던 기억들은 어린 시절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우뢰매의 에스퍼맨도 되었다가, 태권브이도 되었다가, 아이들은 그렇게 크는 법이다.

내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집에 온 녀석들이 어딘가에서 텔레파시를 받더니만 전사로 변신해서 힘자랑하기 시작했다. 집안은 두 천둥벌거숭이가 내뿜는 에너지로 인해 금방 난장판이 되었다. 그러다가 작은 아들이 갑자기 내게 오더니 등에 업히란다. 맥락과는 맞지 않지만, 자신은 헐크로 변신했다면서. 나는 아이들과 온몸으로 놀아주는 다정다감한 아빠의 표상이다. 살짝 업히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큰아들 녀석이 "아빠!"를 외치며 달려온다. 자기는 (아빠를) 진짜로 업을 수 있다면서.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걸까, 아니면 장손에 대한 막연한 기대였을까. 그도 아니면 이미 그렇게 운명되었던 일이었을까?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체중을 실어 큰아들의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집안의 공기를 단칼에 절반으로 가르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MRI 촬영 직전의 긴장한 모습 어른들도 찍기 어렵다는 MRI를 20분간 꼼짝 않고 찍는 감동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혹시 중건에 울거나 움직일까봐 보호자를 촬영실 안까지 들어가도록 하였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 MRI 촬영 직전의 긴장한 모습 어른들도 찍기 어렵다는 MRI를 20분간 꼼짝 않고 찍는 감동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혹시 중건에 울거나 움직일까봐 보호자를 촬영실 안까지 들어가도록 하였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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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순간에도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갈 녀석이 엄살은, 이라는 대책 없는 여유와 내 몸무게가 몇 킬로였더라, 라는 물리적 계산이 동시에 스쳤다. 깜짝 놀란 아내의 얼굴과 울부짖으며 바닥을 뒹구는 아이의 형상이 간유리 너머의 흐느적거림처럼 안구에 맺혔다. 거짓말 같은 일은 늘 그렇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타고 넘어들어오는 법이다.

잠시 후, 우리 가족은 응급실에 모여 있었다. 퉁퉁 부어오르는 다리와 이미 퉁퉁 부어있는 아이의 두 눈을 번갈아 바라보며, 내가 무언가 몹쓸 짓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 방사선 촬영을 하고, 담당의가 눈앞에 쩍 하니 부러진 뼈 사진을 들이밀었을 때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뜰 수 있었다. 내가 제비처럼 여린 아이의 다리를 댕강 부러뜨렸구나.

다음 날 아침 일찍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들은 이야기는 더욱 더 나를 자괴와 절망에 빠지게 했다.

"성장판을 통과해서 부러졌으나, 다행히 뼈의 이동은 없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인대가 손상된 듯하니 MRI를 찍어 봅시다."

그 뒷말은 나의 가슴을 숟가락으로 후벼 팠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며칠 전에도 아빠가 업혔다가 애 인대가 완전히 끊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만, 사진 보니 완전히 끊어진 것 같지는 않네요."

이튿날로 MRI 촬영 예약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건강보험공단에 휠체어를 대여하러 갔다. 복지국가를 지양하는 대한민국에서 가끔 혜택을 볼 때가 있는데, 나처럼 철없는 아빠들을 위해 무상으로 휠체어를 대여해주는 것이다. 반깁스 상태의 아이를 휠체어에 태우고 물었다.

"뭐가 제일 갖고 싶어?", 아이는 이미 고통 따위 잊은 지 오래라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말한다.

"장난감"
"아빠가 다 사줄게."
"오예!"...

이제 겨우 7살, 만으로는 5세 어린이에게 MRI 촬영은 자체가 공포였을 것이다. M60 기관총을 귀 옆에서 쏘는 듯한 굉음을 귀마개 없이 들으면서 아이의 곁에 서 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20여 분이나 콩 볶는 소리를 참아내는 아이가 대견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 마지막에는 아빠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다행히 필요한 촬영이 끝난 후였다.

바로 내가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린 몹쓸 아비

깁스한지 일주일만에 처음 목욕하던 날 세상이 좋아져서 깁스 전용 방수커버라는게 나온다. 가격은 2만원대 초반인데, 방수 효과는 탁월하다. 예전같으면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이틀에 한번하는 목욕은 나의 담당이다.
▲ 깁스한지 일주일만에 처음 목욕하던 날 세상이 좋아져서 깁스 전용 방수커버라는게 나온다. 가격은 2만원대 초반인데, 방수 효과는 탁월하다. 예전같으면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이틀에 한번하는 목욕은 나의 담당이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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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결과 인대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통 깁스를 했다. 성장판이 손상되어 적어도 6주간은 꼼짝 말고 있어야 한단다. 유치원도 자체 휴원을 해야 했다. 가족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 아이를 돌보고 둘 다 출근하는 날에는 본가와 처가의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한 달여가 지나갔다. 애들은 클 때 다 그렇게 자라는 거라는 위로의 말은 마음속 죄책감을 단 한 방울도 씻어내지 못했다.

동네 어르신들 중에는 휠체어 탄 아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며 어쩌다 다쳤느냐고 끝까지 추궁하는 분들이 계신다. 큰아들 녀석이 쭈뼛거리며 "아빠가..."라고 할 때마다 내 심장은 대패 삼겹살처럼 잘려져 나갔고,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내가 바로 자식의 다리를 부러뜨린 몹쓸 아비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랜만에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평일 낮에 단돈 만 3천 원에 극장을 통째로 빌려 영화를 보기도 하고, 볕 좋은 날에 휠체어에 태워 동네 구석구석을 산책하기도 한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 책도 읽어주고, 목욕시키는 날이면 만사 제쳐놓고 칼퇴근해서 욕조에서 한참을 같이 논다.

평일에 전용관에서 보는 영화의 재미 평일 낮에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갔더니 총 관람객이 아들과 나, 둘뿐이었다. 단 돈 만 3천원으로 극장을 통째로 빌려보는 짜릿한 경험도 모두 아이의 희생덕분이다.
▲ 평일에 전용관에서 보는 영화의 재미 평일 낮에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갔더니 총 관람객이 아들과 나, 둘뿐이었다. 단 돈 만 3천원으로 극장을 통째로 빌려보는 짜릿한 경험도 모두 아이의 희생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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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바쁘다고, 영양가 없는 이런저런 모임에 기웃거리느라고, 평일에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 시간에 대한 벌칙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제 겨우 일곱 살 나이지만, 자칫 무관심해졌다가는 회복하기 힘든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 다져나가라는 하늘의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무쪼록, 작은 일만 생겨도 엄마부터 찾던 녀석이 이제는 무조건 아빠부터 불러서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하여, 부자지간의 정이 돈독해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아빠는 아이에게 또래 아이들이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많은 것들을 겪을 기회를 주었고, 아이는 아빠에게 평생 잊지 못할 죄책감과 더불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부성애의 존재를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거짓말처럼 다가온 사고가 역설적이게도 거짓말 같은 행복을 가져다준 셈이다. 그렇다고 행여 따라 할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기를...

처가 식구들과의 부산 나들이 갑작스런 봉변때문에 양가 부모님들이 총출동 하셨다.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를 봐주신 장인,장모님께 부산 구경 시켜드리러 찾은 부산 기장 대변항.
▲ 처가 식구들과의 부산 나들이 갑작스런 봉변때문에 양가 부모님들이 총출동 하셨다. 하루종일 집에서 아이를 봐주신 장인,장모님께 부산 구경 시켜드리러 찾은 부산 기장 대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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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