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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동성로다. 도심 상권은 바닥금(권리금)이 높다. 이 곳에서는 사업을 개시했다가도 빠른 시간내에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바로 가게를 정리한다. 그래서일까? 시내 곳곳은 항상 새로운 공사 현장으로 가득하다.

2·28 공원을 지나치면 두 개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점이 나온다. 그 커피숍을 바라보는 골목 귀퉁이 자리는 내가 몇 년째 한국의 엘리펀트 하우스 카페(Elephant House Cafe)를 세우고픈 곳이다.

한국의 코끼리 집이라고? 코끼리 집이 아니다. 엘리펀트 하우스는 영국의 에딘버러에 있는 카페다. 그곳에서 조앤롤링 이모님께서 해리포터를 쓰셨다. 헤르미온느와 론, 해리포터가 그곳에서 태어났다. 유모차를 앞에 세워두고 커피 한 잔씩 마셔가면서 말이다. '쿨'하지 아니한가? 나도 얼마 전 유모차를 주문했다. 물론 태울 아이도 있고.

나는 작가들이 몇 시간이고 저 마다의 작업실에서 작업하다가 답답할때면 찾아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 그 공간의 이름으로 'Quiet Time In A City'를 생각했다. 집의 전세 자금을 빼서 2013년도에 작은 카페 하나를 대구의 실내 체육관 근방에 차렸다. 조용한 곳에 있는 조용한 카페다. 간판을 보는 사람은 말한다. "진짜 조용한 데 카페가 조용하면 망하는 거 아닙니까?"

한국에서는 상권이 가장 중요한 카페의 입지 조건이다. 본점을 아주 조용한 주택가에 차렸다. 편안히 오래 머물며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모두의 'Coffice'를 만들고 싶은 그 꿈은 2013년에 이뤄져 지금 순항하고 있다. 이 카페의 조그마한 세미나실을 지금 워드스미스 출판사가 잠시 쓰고 있다. 

오늘 인터뷰는 '공차'라는 해외 입점 브랜드 카페에서 이뤄졌다. 홍콩에서 즐겨 마시던 홍차 음료다.

"김 디자이너님, 대구백화점 맞은편에 공차라고 있는데 거서('거기서'의 대구 사투리) 오늘 인터뷰가 진행될 거예요."

출장 중이던 김영주 팀장이 보내준 약도를 보며 길을 더듬어 찾는 내가 말했다.

"대표님, 공차에 가면 공짜인가유? 크크"
"그런 개그 하지말아요. 장가 못 간다. 그러다 진짜."

개그를 받아주지 않고 탁구공 치듯 역 스매쉬를 날린다. 개그 신공을 부리던 김 디자이너가 졸도할 모양새다.

오늘은 대구의 성공인들의 스토리를 인터뷰해서 자신만의 책으로 공저하고 있는 두 명의 사람을 만난다.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으로, 미리 이야기를 나눈 상태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인터뷰하는 건데 왜 성공 안한 내가 인터뷰에 꼈냐고? 글쎄 나도 그게 의문이다. 나는 아직 성공한 것 같지 않은데... '아마도 이제 곧 성공할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자료를 받아두려는 모양이다'라고 기분 좋게 생각했다.

약속이 정해지면 나는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공부를 해서 그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 첫 만남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 진중하게 경청한다. 온몸으로 평가와 비평없이 경청하는 것, 그 것은 쉽지 않지만 중요한 일이다. 이내 인사를 나눈 2분의 인터뷰어께서 하얀색 종이를 꺼낸다. 

"대표님, 저희가 준비한 인터뷰 질문 리스트입니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생각해보시는 시간, 정리하는 시간 갖도록 하시죠?"
"아닙니다. 두 분께서 제게 미리 지금 주신 이 자료를 따로 먼저 보내지 않은 것은 즉흥 인터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도라면 지금 제가 질문을 미리 보고 생각하는 것보다 주어진 각각의 질문에 그대로 제가 즉흥적으로 답변하겠습니다. 말콤글래드웰의 블링크에서는 즉흥적인 것이 때론 숙고한 생각보다 낫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그 기분 좋은 떨림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코 파서 튕기고도 웃을 수 있는 자만심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모습을 자신감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내겐 이것은 코딱지만한 자만심이 아니다. 한 시간 동안 일반적인 인터뷰에서 질문될 경우의 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를 준비한다. 더 긴 시간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답을 내렸다는 확신이 없다면 인터뷰에 응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터뷰어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래리킹의 CNN 인터뷰에 빠져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공부한 적이 있다. 진정한 토론이란 사람은 사라지고 그 사람이 내놓는 의견이 다른 의견과 서로를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 관리팀에서 근무하는 분과 프로그램을 다루는 부서에 있는 분, 이공계열 출신의 인터뷰어가 내게 요구한 질문들은 끊임없는 숫자를 논하는 문제들이었다.

"한 달의 회사 매출이 어떤지? 손익분기점 전환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 자산 자본 부채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가슴에는 뜨거운 열정을 머리에는 차가운 이성을. 위의 질문들은 반드시 출판사 사장이 스스로 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 리스트이다. 그래서 늘 경영자는 사색하고 고민해야 한다. 머리를 쉬어서는 안 된다. 머리가 닿을지언정 열이 나서 탈모가 올지언정 머리가 쉬어서는 안된다. 대표의 머리는 회사의 엔진이고 심장이다. 그 심장이 늘 펌프가 되지 않는다면 조직 부처에 신선한 열정의 피가 순환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질문, 나는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많은 제품과 서비스 중에 왜 하필이면 고객인 내가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그게 마케팅이고 영업이며 그 자체가 사업의 또 다른 꽃이다.

1시간으로 예정되었던 인터뷰가 끝난 시간은 1시간 40여 분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늘 곁에서 시간 마감을 잡아주던 김영주 팀장님이 오늘 서울로 출장을 가셔서 타임을 알려주시는 분이 없었다.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판단했는지 많은 질문을 제시하셨다. 카메라를 접으면서 김 디자이너가 내게 쏘아붙인다.

"대표님은 1시간 인터뷰면 1시간에 끊어야지, 완전 방전 다 되셨네. 먼 인터뷰를 물도 안 마시고 2시간을 가득 채워서 합니까. 입술 다 터졌습니다. 건강 챙기세요. 아까 손짓 발짓할 때 마감하라는 표시였는데..."

심드렁한 김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저편으로 넘어간다. 나인들 왜 모르겠나. 힘이 드는데. 부처님이 말씀하셨단다. 한 잔의 차를 따름에도 최선에 최선을 다하고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오늘은 또 다른 삶이라는 글을 쓰는 시간이므로.


태그:#인터뷰, #마케팅, #홍보, #책출간,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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