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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0일 일본 아베 정부가 고교무상화 제도를 시행하는 성령(省令)을 발표할 때 외국인학교 중 유독 재일조선학교만 배제되자, 일본 교육계와 인권·평화단체들이 이를 '인권차별'로 비판하며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항의행동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교육 배제' 처분 취소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습니다.

그로부터 2년이 되는 날을 맞아 2015년 2월 20~21일, 일본 문부과학성에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소송에 나선 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국통일행동'이 개최됐습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은 이를 계기로 재일조선학교 차별 문제에 대해 돌아보는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속에서 차별받는 동포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기자 말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재일조선인들은 해마다 도쿄의 한복판에서 조선학생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행진을 연다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재일조선인들은 해마다 도쿄의 한복판에서 조선학생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행진을 연다
ⓒ 김명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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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학교 학생들이 즐겨 부르는 <우리학교는 우리의 고향이다>란 노래가 있다. 가사 첫머리가 "할아버지 얘기하시던…"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조선학교가 걸어온 오랜 역사를 더듬게 한다. 벌써 재일조선인 5세가 자라 배운다고 하는 재일조선인들의 민족교육은 식민지하에서 잃은 제 나라 말과 글을 되찾는 것에서 시작해 오랜 수난의 역사 속에 오늘의 조선학교의 정석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 다수자들이 활용하는 언어가 가지는 동화의 힘은 무척 크다. 다수자 언어가 압도적인 사회에서 조선어(한국어)를 지켜온 조선학교는 말 그대로 "우리의 고향이다". 게다가 여기에 일본 사회의 차별과 교육행정기관의 탄압이 가해진다.

2009년 차별주의집단에 의한 교토 조선제일초급학교 습격사건이 있었고, 뒤이어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배제가 시작됐다. 교토사건은 최고재판소(대법원)에서 민족교육의 유익성을 인정한 고등재판소(고등법원) 판결이 확정되었고, 가해자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물도록 벌하였다. 그러나 차별주의집단의 헤이트데모(혐오시위)는 여전히 길거리를 더럽힌다.

나의 생활 주변에서 들려오는 재일조선인들의 목소리를 하나 소개하려 한다. 조선학교 유치반에 다니는 어린 딸과 엄마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집 일본 아주머니와 마주쳤는데, "어디 다녀왔어?"라는 아주머니의 물음에 "오바아잔치…"라고 딸이 일본말로 대답했다. 딸아이가 이따가 집에 가서 엄마한테 "할머니 집이라고 (조선말로) 말 안 했어. 잘했지? 일본사람은 조선사람 싫어하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또 하나, 내가 대학원에 다니던 30여 년 전 조선인 친구한테서 들은 기막힌 이야기가 생각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애한테 "이름이 뭐니?" 하고 조선말로 물으면 본명을 말하고, 일본말로 물으면 통명(일본식 이름)을 말한다고 한다. "어느 학교에 다녀요?"라는 물음에 조선학교라 말 못해, 교류가 있는 일본학교 이름을 말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다. 오늘도 일본 사회의 현실은 여전하다.

조선학교 존재는 일본 사회의 인권 지침이며 '평화의 보물'

현재 일본 공립학교에는 수많은 외국인 아이들이 다닌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민족성을 키우기는커녕 아일본인(亜日本人, 일본인과 비슷한 사람)으로 살기를 강요당한다. 그에 적응 못하는 아이들은 '왕따'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일본 전국에 브라질학교가 생겼고, 네팔학교 또한 그렇게 생긴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본 사회, 일본학교의 모습은 바꿔나가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 힘쓰는 교사들도 많다. 그러나 일본의 천황제(天皇制)교육, 동화교육의 상징이기도 한 '히노마루(일본 국기)·기미가요(일본 국가)'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하는 즉시 일본 교육행정의 처벌 대상이 된다. 사람이 사람이기를 부정하고 권력자의 구미에 맞는 노예를 키우는 현 교육행정 하에서 사람들이 민족성을 키우며 배우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식민지 하에서는 물론이고 해방 후부터 오늘까지 시종일관 조선학교는 일본 정부의 탄압의 주대상이었고, 현재 고교무상화 제도 따돌림(조선학교를 배제)은 그를 역력히 보여준다. 그 속에서 70년 동안 민족교육을 지켜온 조선학교 교사들과 학부모, 동포사회의 노력은 그 얼마나 컸을까, 먼 통학길을 용감히 다닌 학생들의 걸음은 얼마나 씩씩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내 가슴이 자꾸만 뜨거워진다.

나는 조선학교의 교육이 식민지 종주국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민족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조선학교의 존재는 일본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지침이며, 평화의 보물이기도 하다.

내가 활동하는 '고교무상화 제도로부터의 조선학교 배제를 반대하는 연락회(高校無償化からの朝鮮学校排除に反対する連絡会, 아래 무상화연락회)는 이러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하여 5년 전에 결성되었다. 2010년 고교무상화법 시행 직전에 조선학교에 대한 따돌림을 간파하여 다급히 전국에 호소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무상화연락회의 뜻에 함께하는 단체는 나날이 늘어 330개를 넘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 운동을 5년이나 끌고 가게 될 줄은 몰랐다.

무상화연락회는 문부과학성(교육부), 내각부 등과 교섭을 계획하고, 전국 집회와 시위를 호소해왔다. 이밖에 조선학교를 알기 위해서 각지에 조선학교를 방문해왔다. 토요일 오전 수업을 참관하고, 점심 먹으면서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의 일본 주민들에게 조선학교를 알리고 조선학교를 지키는 운동을 하고 있다.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돕는 모임에 330개 일본 단체가 참여

'조선학교의 공적조성을 요구하는 연락회-도쿄(朝鮮学校への公的助成を求める連絡会-東京)'는 2011년 이시하라 됴쿄도지사의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정지'라는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여 조직되었다. 보조금 업무를 담당하는 도 생활문화국과 교섭을 하고, 도의회 내 집회 등을 조직하고 있다.

현재 도가 작성한 조선학교에 대한 부당한 '조사보고서'를 철회시키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밖에 각 자치단체에 보조금 증액이나 보조금 창설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각지, 오사카, 히로시마, 야마구치에서도 같은 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특히 오사카에서는 매주 화요일 부청(府廳) 앞에서 여는 항의행동 집회가 136회를 넘었다.

2013년부터는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에서 조선학교 학생들 스스로가 원고가 되어 고교무상화 배제 조치를 철회하기 위한 재판에 나섰으며, 학교 운영을 맡아 하는 조선학원도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도쿄 조선고교생의 재판을 지원하는 회(東京朝鮮高校生の裁判を支援する会)'는 이러한 도쿄조고(도쿄조선고급학교) 학생들의 '무상화' 재판을 지원하는 조직으로서, 2014년 2월 18일 600명이 넘는 참가자가 모여 결성집회를 여는 것으로 출범했다.

현재까지 5회의 구두변론을 방청하고, 밤에는 보고집회를 열었다. 제3회 구두변론부터는 100명을 수용하는 대법정이 준비되었으나, 정원의 두세 배를 넘는 사람들이 매회 방청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소식지 <연필통신>을 발행하여 재판을 기록하고 또 널리 알리고 있다. 도쿄조고생이 스스로 제작한 클리어파일과 부전을 상품화하여 재판 비용을 마련하고도 있다. 도쿄뿐만 아니라 재판이 진행되는 일본 각지에서 이와 같은 재판지원 행동을 하고 있으며 지원 상품을 판매해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스스로가 고교무상화 제도의 피해자였던 조선대 학생들은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해 2시간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문부과학성이 있는 가스미가세키까지 나와 매주 '금요항의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월 20, 21일 양일에는 '전국행동' 집회을 열었다. 2월 20일은 2년 전에 조선학교에 대한 무상화 배제가 결정된 날이었다.

20일에는 800명이 모여 문부과학성 포위행동을 했고, 문부과학성에 요청문을 내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1일에는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에서 1200명이 모여 '조선학교에서 배우는 권리를! 조선고교생 재판지원 전국통일행동 2․21전국집회'를 개최했다. 동시에 전국 17개 지역에서 집회나 가두서명, 연좌시위, 시를 상대로 한 교섭, 콘서트, 워크숍 등, 다채로운 행동으로 전개되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일본 어린이교육호센대학 교수이며, '고교무상화 제도로부터의 조선학교 배제에 반대하는 연락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학교, #우리학교, #고교무상화, #재일조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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