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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 전ㆍ현직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의 포스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포스코 전ㆍ현직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의 포스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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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이 그야말로 '탈탈' 털릴 신세가 됐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지난 13일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무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포스코그룹 수사에 들어갔다. 출발은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의 비자금 의혹이었지만 이제 정준양 전 회장이 임기 동안(2009년 2월~2014년 3월) 진행한 '자원외교' 사업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는 분위기다.

그런데 법조계 안팎에선 포스코는 빌미일 뿐, 검찰의 칼끝이 겨냥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남다른 사이였기 때문이다.

둘의 연결고리는 정준양 전 회장이다. 그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밀어붙인 '카드'로 꼽혔던 인물이다(관련 기사 : 포스코 회장 면접에서 무슨 일 있었나). 그래서였을까? 포스코는 정 전 회장의 지휘 아래 이명박 정부의 주요 국책사업에 적극 동참했다. 정준양 체제의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다름없었다.

MB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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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자원외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의원은 2011년 쓴 <자원을 경영하라>에서 포스코 관련 일화를 소개한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사업 때 부족한 연구자금 지원을 요청하자 정준양 회장이 "국가적 과제에 대승적으로 동참"했다는 얘기였다.

나는 곧장 포스코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리튬이 매장된 우유니호수) 염수를 얻기 위해 이 나이에 세 번이나 볼리비아를 방문했습니다. 고산병과 싸우며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얻어온 것입니다. …(중략)… 리튬도 철광석과 같은 광물의 일종이지 않습니까? 우리 힘을 키우고 우리 인력을 양성하는 일입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 마시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철광석처럼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합니다." …(중략)… 다행히 포스코가 리튬 추출 연구비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포스코는 자원외교 관련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대부분 '정권 실세의 외압'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 중 하나인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3월 발전·에너지설비업체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다. 부도설이 끊이지 않던 회사였지만 포스코는 창업주 전정도 회장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급할 정도로 과감했다. 합병 뒤 이란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던 성진지오텍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2년 12월 발을 뺐다. 이곳의 실적은 줄곧 하향세를 그리고 있으며 포스코는 '자금 수혈'을 거듭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포스코ICT는 자회사 포뉴텍을 설립, 2012년 1월 삼창기업의 원자력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포뉴텍이 삼창기업 채무 809억 원을 대신 갚아주고, 214억 원은 인수가격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예상인수가는 200억~300억 원 정도였다. 포뉴텍의 제안은 파격 그 이상이었던 셈이다.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하던 시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석연찮은 M&A는 더 있다. 2010년 포스코는 3조 3724억 원을 써가며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곧바로 미얀마 가스전 개발을 추진한다.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차관이 적극 주도한 사업이었다. 이 일을 두고 포스코와 정부가 유착관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박 전 차관은 2012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며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관련 기사 : "자원외교 통해 정치자금 챙겼다고?").

자원외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참여했다. 이 사업을 진행한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겸 부회장은 2012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공개한 '4대강 서훈 자료'에 따르면, 이때 정부는 그가 "낙동강 30공구 구미보 시공업체 대표로서 본사 차원의 홍보 및 지원과 사업관리로 랜드마크적인 보 건설을 완료하여 성공적인 사업추진에 기여했다"고 치켜세웠다.

포스코, 비리 뿌리는 어디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사이판에서 휴가를 보내고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확인한 이 전 대통령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회고록 출간한 MB, 공항에 모습 드러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된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과 사이판에서 휴가를 보내고 귀국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확인한 이 전 대통령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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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포스코는 '정준양 체제' 전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별했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6553㎡(1986평) 땅 때문이다. 19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1985년 16억 원에 매입한 이 땅을 263억 원에 사들였다.

그런데 이 도곡동 땅은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던 곳이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의 결론 모두 '아니다'였다. 2년 뒤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주 : 이명박'이란 전표를 봤다"는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의 주장이 나왔다. 그럼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관련 기사 : "'도곡동 땅 실소유주=MB' 문건 십여명이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서 그 뿌리가 움켜쥐고 있는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엄명'을 받아든 검찰은 지금 포스코 비리의 뿌리를 찾고, 그 덩어리를 들어내기 위해 분주하다. 이 결과물이 어디까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에게 "수사는 이제 시작"이라며 "차근차근 관련된 의혹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자원외교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도곡동 땅 등 포스코를 둘러싼 의혹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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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포스코, #이명박,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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