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

넥센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 ⓒ 넥센 히어로즈


KBO리그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은 '서교수' 서건창은 타격 3관왕(타율, 최다 안타, 득점)에 올랐다. '파괴의 신' 박병호는 3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 타이틀을 지키며 대한민국 홈런왕의 자존심을 지켰다. 미국으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장타율 1위를 차지했다.

투수 부문에서도 '넥센 큰잔치'는 계속 이어졌다. 7년 만에 탄생한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이 다승왕,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LG 트윈스)가 승률왕, 불펜의 원투펀치 손승락과 한현희는 각각 세이브왕과 홀드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시즌 KBO리그에 걸린 투타 14개의 개인 타이틀 중 무려 10개를 휩쓸었다.

하지만 한국 시리즈 우승은 개인타이틀 보유 개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넥센은 파죽지세로 한국 시리즈까지 올랐지만 큰 경기에 익숙했던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의 경험에 막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장타율왕 강정호와 승률왕 소사를 잃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넥센의 목표는 한국 시리즈 우승이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매 시즌 순위를 끌어 올린 넥센에게 남은 고지는 한국 시리즈 우승뿐이다.

[투수력] 144경기 시대에 파격적인 4선발 시스템

지난해 시즌 넥센은 5.25의 팀 평균 자책점으로 이 부문 5위에 그쳤다. 6할이 넘는 승률로 정규 리그 2위를 차지한 팀치고는 마운드의 높이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넥센이 한 시즌을 무사히 치러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 덕분이었다.

20승 6패 평균 자책점 3.51의 성적을 기록한 에이스 밴 헤켄은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투수로 떠올랐고 시즌 중반 합류한 소사도 무섭게 승수를 쌓아 나가며 10승 고지를 밟았다. 밴 헤켄과 소사는 포스트 시즌에서도 넥센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넥센은 발 빠르게 밴 헤켄과의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소사와는 협상이 좌절됐다. 대신 염경엽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와 선발로 전환하는 한현희가 소사 이상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넥센은 밴 헤켄과 피어밴드, 한현희, 문성현으로 선발진을 구성하고 상황에 따라 송신영, 하영민, 금민철, 김대우 등을 5선발로 활용할 예정이다. 144경기를 맞아 각 구단이 6선발까지 준비하는 분위기 속에서 넥센은 홀로 4선발 로테이션으로 시즌을 치를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2년 연속 홀드왕에 빛나는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하면서 불펜진의 약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마무리 손승락과 셋업맨 조상우의 부담이 더욱 커졌고 사이드암 마정길도 지난해보다 더 좋은 활약이 요구된다.

염경엽 감독과 손혁 투수코치는 올 시즌 불펜 운영에서 '젊은 피'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시즌 상무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김정훈과 신인 김택형,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좌완 이상민 등이 대표적이다.

[타선] 서건창부터 박병호까지, 공포의 방망이는 여전하다

윤석민 동점 적시타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9회초 1사 주자 3루 때 넥센 윤석민이 동점 좌익수 앞 1루타를 치고 있다.

▲ 윤석민 동점 적시타 지난 1월 5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9회초 1사 주자 3루 때 넥센 윤석민이 동점 좌익수 앞 1루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무리 외국인 원투펀치와 필승조 3인방의 활약이 뛰어났다고 해도 넥센을 '영웅의 팀'으로 만들었던 힘은 역시 자비심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타선 덕이다. 지난해 시즌 199개의 팀 홈런(1위)을 기록했던 넥센은 무려 7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는 화력을 과시했다.

올해부터는 '평화왕' 강정호가 목동 구장이 아닌 피츠버그의 홈 구장 PNC파크를 누비겠지만, 넥센의 방망이는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박병호는 시범 경기부터 연일 홈런포를 가동하며 KBO리그 사상 첫 홈런왕 4연패에 시동을 걸었다.

신고 선수에서 순식간에 연봉 3억 원의 '귀하신 몸'이 된 서건창도 지난해의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서건창과 박병호 사이에 배치될 이택근과 유한준은 올 시즌이 끝나면 나란히 FA 자격을 얻게 된다.

염경엽 감독은 터줏대감 강정호가 떠난 5번 자리에 김민성을 배치하기로 했다. 찬스에 강하고 타석 대비 삼진이 많지 않은 김민성을 박병호 뒤에 배치해 최대한 많은 득점을 쓸어 담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성 개인에게도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을 벗어나 팀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거의 모든 포지션의 주전 멤버와 타순 배치를 결정한 염경엽 감독을 고민스럽게 만드는 자리는 바로 유격수와 지명 타자다. 염 감독은 유격수 자리에 윤석민과 김하성, 그리고 지명 타자엔 이성열과 강지광을 경쟁시킬 계획이다.

유격수는 수비만 안정된다면 기회가 보장되겠지만, 지명 타자는 이성열이나 강지광이 기대한 만큼의 방망이 솜씨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 넥센은 브래드 스나이더를 지명 타자로 돌리고 문우람이나 박헌도를 좌익수에 배치하는 '플랜B'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선수] 넥센 타선의 건재 여부를 결정할 스나이더의 활약

안타 치는 문우람 2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상황 넥센 문우람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 안타 치는 문우람 지난 1월 2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 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8회말 1사 상황 넥센 문우람이 우익수 앞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야마히코 나바로를 1번 타자로 활용하는 삼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들은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게 된다. 각 구단이 기본적으로 외국인 타자들에게는 최소 20홈런과 80타점 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넥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LG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 시즌에서 타율 .433 2홈런 6타점을 기록한 스나이더의 역할은 바로 강정호의 이탈로 약해진 넥센의 장타율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와 달리 규모가 작은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쓰기에 스나이더에게는 충분히 많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스나이더를 5번이 아닌 6번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하위 타선에서 마음껏 장타를 노리게 해 스나이더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스나이더 역시 중심 타선에 배치된 LG 시절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6번 배치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장타를 때려 주지 못한다면 넥센 타선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스나이더는 올 시즌 넥센 타선이 지난해 같은 위력을 유지하는지 결정하는 기준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 무대 적응을 마친 스나이더가 시원한 장타를 터뜨려 줄지, 아니면 상대 투수에게 약점이 드러나 헛방망이만 돌리게 될지는 시즌이 개막하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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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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