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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기화로 사드배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사드 배치에 대한 3NO(비요청, 비협의, 비결정)를 밝히고 야권이 반대함에도 여당과 보수진영에서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의들이 사드의 실제 효과에 대한 합리적 판단에 기초하기보다는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이념 대결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드는 심리용?

사드 배치에 대한 가장 최우선적인 논의는 무엇보다 사드가 과연 북한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만약 효과적이지 않다면 수조 원이 든다는 사드는 어마어마한 세금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 무상급식을 줄여서까지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드가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이며, 대륙 간 탄도탄 요격용이지 한반도와 같은 협소한 지형에서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들은 결코 무시될 수 없다.

사드 배치론자들은 북한이 얼마든지 미사일 발사각을 조절해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고도에서 미사일 요격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 요격 미사일인 사드가 상호보완적이어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 역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제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정말 핵을 사용할 의도가 있다면 사전 탐지 가능한 핵미사일을 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른 수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기술적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다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사드 배치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드 배치는 오히려 한국의 대외 안보환경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중국이라는 변수에 대한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다. 그것은 한중 관계 발전에 따라 중국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굴한 몸사리기가 아니다. 사드 배치는 결국 북중동맹 강화를 초래해 오히려 북한의 핵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북중 동맹 강화의 임계점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드를 포함하는 미사일방어체제는 근원적으로 강대국 간 상호확증파괴(MAD) 논리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드 체제에 포함되는 X밴드 레이더가 중국의 미사일 운용까지 탐지할 수 있다는 데 따른 우려다. 타이완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분쟁시 중국의 군사적 취약성이 대폭 증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은 그것을 견제해야 할 합리적 동인을 가진다. 그리고 그 대응 방식은 북중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미국이 한미일 동맹을 강화해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노골화할수록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최근 한중 관계의 발전으로 북중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한 주장들은 중국의 북한에 대한 피로감을 중국의 북한 포기라는 별개의 문제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반복된 북한의 벼랑 끝 외교에 중국이 '짜증'을 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언제나 대규모 원조나 제재 반대 등을 통해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위키리크스 폭로대로 중국 지도부는 북한 정권을 '버릇없는 아이(spoiled child)' 그 이상도 이하로도 보지 않는다. 말은 안 듣지만 그렇다고 길가에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의 핵 개발은 중국의 암묵적 용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중 관계는 한미 관계보다도 더욱 심각한 비대칭 관계라 할 수 있다. 북한은 경제와 안보 등 사활적 이익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약소국-강대국간 비대칭 동맹게임의 결과는 그 과정의 소소한 차이에도 약소국이 강대국의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남한의 핵 개발 계획이 결국 미국에 의해 제지당했던 것이 바로 그 전형적 사례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정치의 최종심급은 결국 '힘'이 좌우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는 것 이외에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아 왔다. 미국은 중국의 보다 성의 있는 북핵 해결 노력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6자회담 주재국이라는 명함이외에 자국의 대북 영향력이 미비하다든지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식의 논리로 실질적인 대북압력을 회피하여 왔다. 중국이 인도를 견제하기 위해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지원했던 것의 소극적 버전이라 할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의 보수파들은 북핵문제 자체를 미국의 대중국 압박용이라고 인식한다. 미국이 북한위협을 빌미로 동북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사드 배치가 현실화 된다면, 중국은 북한의 행동반경을 넓혀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미 중국 일각에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시 중국 최신 전투기의 북한 판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파키스탄 사례처럼 북한의 핵 개발을 보다 적극적으로 용인할 수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막는다는 사드가 오히려 북한의 대남 위협능력을 강화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형적인 군비경쟁이다.

북한, 사드 환영?

북한으로서도 사드의 남한배치는 손해가 나는 장사가 아니다. 생명줄 중국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혈맹국 중국이 없다면, 북한의 체제유지는 필연적으로 힘들어진다. 이라크와 북한이 결정적으로 다른 건 핵무기의 유무가 아니라 그 배후에 강대국이 존재하는가였다.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이 불가능한 이유는 북한의 핵무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강대국 중국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군이 38선을 넘으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한국전쟁기 저우언라이(주은래)의 경고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북한에게 중국의 안보지원은 국가생존에 있어 사활적 요소일 수밖에 없다. 사회주의권 붕괴후 북한의 반복적인 벼랑 끝 전술이 겉으로는 미국을 향해있었을 지 모르나 그 내면에는 한반도 위기를 조성해 동맹 강대국인 중국의 안보확약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존재한다. 1992년 한중수교와 1차 북핵위기, 9·11이후 미중공조와 2차 북핵 위기 그리고 2006년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미중간 협조에 이은 북한의 핵실험 등은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실제적 효용이 불확실하고 게다가 북중동맹을 강화시켜 북한의 핵위협 능력을 증폭시킬 게 뻔한 사드의 배치는 결코 합리적일 수 없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를 주장한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밖에 없다.

첫째 비합리적인 주장이거나, 둘째 사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다. 전자라면 합리적 토론을 거쳐 얼마든지 그 비합리성을 걷어낼 수 있다. 그러나 후자라면, 정치세력의 편협한 이익을 충족시키는 대가로 한국의 안보환경은 심각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가 비합리적이라면 아무런 대안이 없는 것인가? 현재 추진중인 소위 '한국형 요격미사일'은 최소한 사드 보다는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한국형 요격미사일이 실제로 효용이 있는가의 문제 역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상술한 바와 같이 북한 정권이 정말로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면 구태여 미사일을 발사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최소한 사드보다는 한중 관계 및 한미 관계를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이 주도하고 그 적용범위를 한반도에 국한시킨다는 점을 부각시켜 중국의 위협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

70여 년 전 저우언라이의 경고는 미군의 38선 월경에 대한 것이었을 뿐 한국군의 북진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현 중국 지도부 역시 외세(미국)가 개입한 한반도 통일을 반대하고 남북 당사자에 의한 '자주적' 통일을 지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는 한미동맹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데 전술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전략적 고려에서 대중 관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대미 관계가 중요하다면, 동맹국 미국에 대한 일정한 '의무'는 불가피하다. 그 맥락에서 미국은 자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는 MD에 '명시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그 구축과정에서 미국과의 협조 등을 통해 미국의 '서운함'을 달랠 여지도 있다. 사실 미국으로서도 한국을 무리하게 MD에 편입시킬 경우 경색될 수밖에 없는 미중관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한반도 전란은 항상 정치세력의 편협한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압도할 때 발생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한반도 주민들이 짊어져야 했다. 물론, 핵무기 확산으로 이제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라는 논리는 '정치가 전쟁의 연속'으로 대체되었다. 그만큼 전쟁 가능성이 줄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 일상적 정치 속에서 한반도 주민들은 전쟁을 체험하고 그에 전율한다.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는 사드배치는 한중간 경제관계의 악화시켜 국내의 민생경제를 흩뜨릴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 정권의 대남 위협 강화로 남북한 주민 공히 일상적 핵전쟁 위협과 그 정치적 동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무릅쓴 사드배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합리적인 토론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에도 함께 실립니다.(knsi.org) 이 글을 쓴 박홍서 박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입니다.



태그:#사드, #MD, #북한 미사일, #북중관계,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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