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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히다 가는 길

오쿠히다 가는 길
 오쿠히다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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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히다 가는 길은 꽤나 멀고 지루하다. 그러나 자연이 아름다워 그렇게 단조롭지만은 않다. 처음에는 4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 길은 미야가와(宮川)를 따라 상류로 이어진다. 중간에 발전소도 만나고 다리도 만나고 아름다운 마을도 만난다. 물도 깨끗하기 이를 데 없어, 정말 산수가 좋은 고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미오카(神岡)에서 471번 지방도로 들어선 다음 다카하라가와를 따라 상류로 올라간다. 우리는 다카하라가와와 스고로쿠가와(双六川)가 만나는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이곳의 이정표를 보니 우리가 갈 오쿠히다 온천향까지 16㎞ 남았다. 두 하천이 합류하는 이곳은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그곳에 놓인 다리가 빨간색의 고마토메바시(駒止橋)다.

고마토메바시
 고마토메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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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 이름 고메토메는 '말이 건너뛰기 위해 잠시 멈춘다'는 뜻을 갖고 있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스고로쿠가와는 정말 깨끗하고 투명하다. 여기서 20분이면 우리가 묵을 온천 료칸에 도착할 있다. 숙소에 도착하니 2층짜리 전통건축이 눈에 들어온다. 해발 1000m에 자리 잡은 온천 료칸 야쿠시노유 혼진(本陣)은 말 그대로 약효가 있는 온천이다.

정원도 좋고 족탕도 좋고 로텐부로도 좋고

야쿠시노유(?師のゆ)
 야쿠시노유(?師の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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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의 온도 50℃, pH 6.83의 탄산수소염 온천인 야쿠시온천은 미용과 정장(整腸)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신경통과 관절염, 피부병 등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그래선지 이곳에는 대중탕, 족탕, 로텐부로가 잘 갖춰져 있다. 우리는 짐을 방에 갖다 놓은 다음 먼저 편안하게 족탕을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족탕이 나무통과 나무 의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선지 더 편안하고 운치가 있다. 족욕을 하고 나서는 다실로 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 다실에는 수묵화와 난이 잘 갖춰져 있다. 창문을 통해 보는 전망이 참 좋다. 산속이라 그런지 기온도 높지 않아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피로가 쉽게 풀릴 것 같다.

족탕
 족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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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신 다음에는 바깥으로 나가 정원을 한 바퀴 돈다. 백일홍, 황국, 다알리아 같은 꽃들이 보인다. 우리나라 정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이 료칸은 본관이 2층으로 전통건축이며, 현대건축인 서관과 별관에 객실이 있는 형태다. 우리는 별관에 마련된 화실(和室)에서 묵을 예정이다. 우리는 짐을 정리한 다음 6시에 식당으로 내려간다.

가이세키(會席)가 이 정도는 돼야지

가이세키
 가이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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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마련된 연회장은 이로리(圍爐裏)를 중심으로 둘러앉게 되어 있다. 이로리는 방바닥을 네모지게 파내고 화로를 설치한 취사를 겸한 난방장치다. 이로리는 산악이 많은 내륙지방에서 생겨난 난방과 취사방식이다. 이곳 오쿠히다도 겨울에 상당히 춥기 때문에 집집마다 이로리가 있다고 한다. 차려진 음식을 보니 가짓수가 15가지도 넘는 것 같다.

그 중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히다규(飛驒牛), 스시, 은어(鮎)다. 히다규는 구운 다음 된장을 발라 먹는데, 그 된장이 미소가 아니라 우리 된장 같다. 색이 진한 갈색이고 되직하다. 이곳이 추운 지방이라 된장을 짭짤하고 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어는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히다산맥의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이곳 히다와 다카야마 지방에서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은어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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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이들 음식을 하나하나 음미하며 먹는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이 은어다.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은어는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장이 들어간 소스를 바르고 굽는데, 위에 양파를 얹었다. 그리고 상큼한 맛을 내기 위해 레몬 조각을 곁들였다. 길이가 20㎝ 조금 안 되는 것 같다.

은어가 여름 한철 자라서 그런지 살이 많이 붙어 있다. 맛을 보니 담백하면서도 얕은 맛이 있다. 한쪽엔 소고기, 다른 쪽엔 물고기, 궁합이 잘 맞는다. 그리고 해발 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산나물, 이 지방의 쌀로 지은 밥, 콩으로 만든 두부, 너댓 점쯤 되는 스시 등이 참 잘 어울린다. 색깔도 좋고 맛도 좋다. 일본음식은 먼저 눈으로 먹는다더니 그 말이 맞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겁다.

아침 식사
 아침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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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히다의 아침이 밝았다. 날씨도 좋고 공기도 맑다. 푸르디 푸른 산수와 아름다운 꽃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아침 산책을 하고 나서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다. 그런데 아침도 역시 상당히 푸짐하다. 일본의 아침은 비교적 소식으로 간단하게 먹는데, 이곳은 산골이라 인심이 후한 것 같다. 또 이로리에 시원한 된장국까지 있어 속이 확 풀린다.

아침에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마음

시라카와코
 시라카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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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정은 다카야마(高山), 시라카와코(白川鄕), 가나자와(金澤)다. 이들 도시 중 다카야마와 시라카와코는 기후현에 있고, 가나자와는 이시카와현에 있다. 그러므로 오늘 하루 이동거리가 꽤나 긴 편이다.

그러나 중간 중간 볼 것이 많아 정말 의미 있는 하루가 될 것 같다. 그 중 시라카와코 합장촌(合掌村)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합장촌이란 손바닥 끝을 맞댄 것처럼 지붕의 경사가 급한 주택을 말한다. 이곳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산악지역이어서 그런 주택이 지어졌다고 한다.

다카야마는 히다지방의 중심도시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기후현에 속하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는 도야마현과 오히려 교류가 많다. 그것은 산을 넘는 길보다 바다로 나가는 길이 좀 더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또 산이 많아, 동해바다를 건너면서 수분을 머금은 북서풍이 산록에 부딪쳐 눈으로 변해, 겨울에 눈이 많다고 한다.

다카야마
 다카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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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히다 온천에서 다카야마로 가려면, 산을 넘어 히라유로 간 다음 158번 지방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야 한다. 또 다시 히라유토게(平湯峠)를 넘어야 하지만, 이번에는 터널이 있어 쉽게 넘을 수 있다. 도로는 고하치가와(小八賀川)를 따라 서쪽으로 이어진다. 오쿠히다를 떠난지 1시간쯤 후인 9시 우리 일행은 다카야마시 중심가에 도착한다.

히다 다카야마에서 동쪽으로 나가노현 마츠모토까지는 100㎞, 북쪽으로 도야마현 도야마까지는 89㎞다. 그리고 남쪽으로 나고야까지는 160㎞, 서쪽으로 후쿠이현 오노(大野)까지는 126㎞다. 그러므로 다카야마 주민은 남북으로 난 길을 더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그것은 도야마로 가는 길이 가장 가깝고, 나고야로 가는 길이 가장 멀지만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화는 쓸쓸히 사라지고

다카야마 시내에서 만난 인력거
 다카야마 시내에서 만난 인력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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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신메(神明) 주차장에 차를 내린 우리는 나카바시(中橋) 다리를 건너 다카야마 진야(陣屋)로 향한다. 나카바시 다리는 다카야마시를 남북으로 흐르는 미야가와(宮川)에 가로놓인 다리다. 그리고 진야는 에도시대 히다국(飛驒國)을 바쿠후(幕府) 직할령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다이칸쇼(代官所)다. 다이칸은 군주 내지 영주를 대신하여 임지의 사무를 담당하는 관리를 말한다.

다카야마 진야는 원래 다카야마 영주였던 가나 모리(金森) 씨의 소유의 별장이었다.  1692년 바쿠후가 히다를 직할령으로 선포한 후, 이나 타다아츠(伊奈忠篤)에 의해 정비되어 다이칸쇼로 사용되었다. 1777년 이후 이 건물은 군청(郡代役所)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메이지 유신 후 치쿠마(筑摩)현 고산 출장소 청사로 사용되었다.

다카야마 진야
 다카야마 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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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었고, 이후에도 각종 공공 기관 사무실로 이용되었다. 1969년까지 사무소로 사용되었고, 사무소 이전 후 현존하는 유일한 진야이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96년 3월에 1830년 다카야마 진야의 모습을 그린 그림지도를 바탕으로 에도시대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현관, 관공서와 창고, 관리의 주거지, 도서관 등이 남아 있다.

진야 안으로 들어가려면 420엔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내부에는 에도시대 역사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꼭 한 번 볼만하다. 그 중 1600년대 건물인 창고가 이 지역의 건축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어서, 번성했던 다카야마 진야의 옛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밖으로 나와 진야 앞에 개설된 아침시장을 둘러본다. 오히려 그곳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다카야마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태그:#오쿠히다, #야쿠시노유(?師のゆ), #기후현, #다카야마 진야(陣屋), #에도시대 직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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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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