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 대종상영화제

방위사업비리의 여파가 대종상까지 미치고 있다. 지난 11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긴급 체포돼 14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3년부터 3년 간 대종상을 주관하기로 영화인총연합회(이사장 남궁원)와 계약된 상태다. 올해까지는 주관하기로 돼 있으나 구속되면서 대종상에 먹구름이 잔뜩 끼인 모습이다. 대종상은 소요되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이규태 회장의 계열사들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책임져 왔다.  

대종상의 공식 주최자인 영화인총연합회는 이규태 조직위원장에 대한 해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영화인총연합회의 한 실무 관계자는 12일 전화통화에서 "뉴스 자료화면이나 사진에 대종상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서 영화인들과 전체 영화계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 상태다. 해임이 불가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에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게 됐다"며 "범법자가  대종상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것은 영화인들의 수치다. 이번에도 국고를 빼돌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한 범죄를 저지른 것인데, 해임 사유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규태 회장은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제2차 불곰사업' 과정에서 배임·횡령 혐의가 드러나 지난 2012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종상 주최단체인 영화인총연합회가 자체적인 행사 주관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종상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영화인총연합회는 거액의 빚을 지고 있어, 채무 문제로 인해 통장이 가압류 된 상태라 대종상의 독자적인 개최 여력이 없다.

특히 영화인총연합회 전임 회장과 실무자들이 대종상을 주관하는 과정에서 각종 횡령과 배임 혐의가 드러나 기소된 상태다. 비리와 부정이 점철된 영화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이번에는 조직위원장이 국고 횡령에 따른 수사를 받으면서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든 것이다.

영화인총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임 집행부가 부정과 비리 등으로 떠넘긴 채무가 7억 원에 달한다. 주로 이벤트 회사 등에 지불하기로 했던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외부 차입금 명목으로 들어온 돈을 갚지 못한 것 등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부 기업인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방식으로 행사를 주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단체 운영에 들어가는 경상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규태 회장의 경우, 대종상 조직위원장을 맡으면서 운영비 1억과 복지재단 설립을 위한 기금 3억 출연을 약속했다. 그러나 "운영비 외에 3억 기금 출연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지난 1월 남궁원 이사장이 사퇴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라고 영화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전했다.

영화인총연합회 측은 우선 내용증명을 보내 소명을 요구하고 이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해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3년 간 조직위원장 계약을 한 상태에서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이규태 회장이 순순히 해임에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13년에도 대종상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가 계약 해지 된 권동선 전 대종상 조직위원장이 법원에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논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해임 결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올해 대종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절차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데다, 다른 스폰서를 구해 행사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대종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대종상을 기득권이나 이권사업으로 바라보려는 원로 영화인들이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개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해마다 각종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권위와 위상이 실추된 대종상이 조직위원장의 방위사업비리 구속으로 인해 더욱 초라해지는 모습이다.

대종상 이규태 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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