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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이 27년 기자 생활을 정리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기계발서 <다르게 선택하라>를 지난 2월 출간했다.

<다르게 선택하라>는 CBS에 입사 후 기자생활과 함께 CBS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노컷뉴스>와 <김현정의 뉴스쇼(현 박재홍의 뉴스쇼)>의 탄생 비화가 담겨져 있다. 특히 이 책은 손석희 JTBC 사장이 추천사를 써서 화제가 됐다. 책 뒷얘기가 궁금하여 지난 11일 서울 목동에서 민 전 보도국장을 만났다.

다음은 민 전 국장과 나눈 일문일답.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
ⓒ 민경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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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게 선택하라>를 출간하신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정식 책 출간은 처음인데, 서점 매대에 책이 여러 권 있고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으니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기자라는 게 물론 글도 쓰고 방송도 하는 거지만 정작 27년의 방송생활과 제 경험을 정리한 책이 낯설기도 하고 책이 한 권이라도 팔릴지 솔직히 걱정도 되었어요. 사람들이 시내 대형서점에 책이 쌓여 있는 걸 사진 찍어서 저에게 보내주기도 하는데 저는 부끄러워서 잘 못 가보겠더라고요.(웃음)"

- 27년 기자생활을 정리한 거잖아요. 정리하면서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책 만드는 작업이 매우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저도 직업상 수많은 분들로부터 책 선물을 받아왔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읽는 경우가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책을 내면서 그 준비 과정과 완성까지의 단계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누군가 종합예술의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기사 쓰는 건 금방 쓰자마자 바로 나가지만 책은 아니잖아요. 기자 생활을 쓰니 정리도 되고 새로운 기분도 들더라고요. 제 개인적인 아픔을 쓰다 보니까 많은 걸 생각하게 됐어요. 하여간 제 책을 읽고 제가 모르는 분들이 개인 블로그 등에 서평을 올려주신 것 등을 보면서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다르게 선택하라> 표지
 <다르게 선택하라> 표지
ⓒ 샘솟는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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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말에 북콘서트를 하셨는데 어땠어요?
"그 자리엔 회사 사람들이나 일과 관련해서 만난 분들은 초대하지 않았어요. 순수하게 학창시절 친구들과 선후배 그리고 제가 대학원 또는 최고위과정 등을 거치면서 만난 학우들을 초대했는데 백여 분 오셨어요. 그중에는 제가 키워냈던 대학생 인턴기자 출신들도 왔더라구요.

한 시간 정도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많은 얘기를 들려주는 거였는데 저의 가족사와 제 어린 시절 핸디캡들을 얘기하며 잠깐 울컥했어요. 거기 왔던 제 친구들도 같이 눈물을 흘렸어요. '많은 출판기념회나 북콘서트를 가봤지만 작가와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얘기해준 친구들도 있고 '다르게 살다보니 힘들었을 것 같다'고 위로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실패는 아닌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3년 전에 이번에 책을 출간한 '샘솟는 기쁨' 출판사와 책을 내기로 하고 계약금 비슷한 걸 받아 놓은 게 있었습니다. CBS제주본부장 할 때 제주 기독교 순례길을 제가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기독교순례길에 대한 책을 이 출판사와 내기로 계약을 했는데 서울 올라와서 업무 때문에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게 됐어요. 마침 작년 말로 CBS 사장에 도전하기 위해 그만 두면서 저 자신도 정리하고 후배들에게 제가 가진 경험도 공유하고 싶었어요. 또 <노컷뉴스>나 <김현정의 뉴스쇼> 탄생 비화와 기독교순례길 등 여러 얘기를 기록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작년 말부터 썼어요."

- 중국어 전공하셨더라고요. 1980년대에 중국시대를 예견한 아버지의 혜안이 놀랍던데.
"아버지도 특이한 분이셔서 얼리 어답터 같은 성격이 있으세요. 집이 잘 산 것은 아닌데 1960년대 말에 이미 집에 TV가 있었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나 캐논 카메라, JBL 스피커 같은 최첨단 제품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버지 DNA를 받았나 봅니다. 비교적 시대를 반 발짝씩 앞서가는 생각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언젠가 중국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제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들어가려고 할 때 아버지께서 1960년대 말 둘째 형을 군산의 화교학교에 보내려다가 입학 시기를 놓쳐서 좌절했던 얘기를 들려주시며 '중국의 시대가 열릴 테니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중국어과를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주신 거죠. 사실 제가 외대를 다닐 때 당시 중국은 미수교국이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졸업해도 잘해봤자 대만에 유학가거나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교 다닐 때 중국 민항기가 춘천공항에 불시착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처리 과정에 저희 과 일부가 통역 지원을 나가기도 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한·중 간에 관계가 밀접해져 결국 1992년에 한중 수교의 단초가 마련되는 걸 지켜봤죠. 중국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 언론계의 소문난 얼리 어답터로 알려져 있어요. 노트북을 가장 오래 쓰신 걸로 나오는데 노트북에 얽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핸디캡이 있잖아요. 이영광 기자도 남들이 보면 핸디캡이 있을 수 있지만 당당하게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듯이 저도 만약 엄지 손가락이 다치지 않았다면 노트북을 안 샀을 거예요. 노트북을 사용한 건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손가락이 끊어진 걸 안 보여주려고 애를 많이 썼죠. 또 이걸 계기로 해서 남을 좀 더 돌아보고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사실 요즘은 사고 등 어떤 형태로든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고 봐요. 그 때문에 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나도 저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제를 하면 차별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들과 난 다르다는 이기적 생각이 어리석은 거죠. 요즘은 신앙으로 살면서 매순간 순간 감사한 일뿐입니다. 저의 작은 핸디캡이 오히려 오늘의 저를 만든 것처럼 각자 자기 분야에서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노트북이 제게는 상징적 존재가 돼버렸습니다."

- 노트북을 처음 봤을 때 어땠어요?
"제가 노트북을 처음 본 건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어요. 외국 기자들이 조그만한 타자기같은 걸 치고 있더라고요. 당시엔 워드프로세서기가 있었을 뿐이었고 외국에서도 노트북이 처음 나올 때였습니다. 외국 기자들이 그걸로 기사를 보내고 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을 때입니다. PC통신 하이텔이 막 나왔을 때고 한국통신에서 나눠주는 전용단말기 비슷한 것으로 통신하는 것만으로도 엄청 신기할 때입니다. 그런데 전 노트북에 전화선을 연결해서 PC통신에 접속할 수 있었어요. 제가 노트북을 들고 다니면 주위 기자들이 다들 신기해 했어요."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이 저서 <다르게 선택하라>에 사인을 하고 있다.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이 저서 <다르게 선택하라>에 사인을 하고 있다.
ⓒ 민경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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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 하는 실수는 괜찮지만 오히려 시도하지 않는 게 더 무서운 것이라는 '햄버거 마인드'를 강조하시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가 뭘 만들다보면 실패할 수 있잖아요. 햄버거란 것도 이것저것 넣어 실수하다 보면 맛있는 게 나오듯이 시도하는 게 중요하죠. 시도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햄버거 마인드예요.

나중에 보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첫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힘들어요. 왜냐면 사람들의 관행과 생각을 바꿔야 하고 시간과 노력,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에요. 그런 걸 하다보면 많은 반대, 반발, 과연 되겠느냐는 냉소가 있거든요. 이를 잘 극복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듣다보면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많아요. 그걸 참아야 조금의 진보를 이룰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햄버거 마인드'라는 건 중요한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해요."

- 제목이 '다르게 선택하라'인데 왜 다르게 선택해야 하나요?
"스티브 잡스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했잖아요. 저가 다르게 생각하는 걸 뛰어 넘어 '다르게 선택하라'(Choose Different)고 한 이유는 '실행'을 하는 거잖아요. 저는 CBS 라디오 기자로 시작했지만 인터넷, TV, 신문 등 모든 매체를 직접 다 섭렵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크로스 미디어저널리스트'라는 이름을 제 스스로 처음 만들었는데요. 용어적으로 보면 상징적으로 라디오에서 시작해서 모든 매체를 해보면서 결국 다르게 살고 다르게 선택하는 고통과 외로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갔던 길을 따라가면 솔직히 편하거든요. '다르게 선택하라'는 건 뭔가 만들어내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거기에 따른 힘든 것이 있지만 결국 나중에 살펴보면 익숙한 길보단 다르게 선택한 길이 보람도 있고 뭔가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에게 지금 다른 선택을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시도해 보라는 얘기를 이 책에서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쉰 넘어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시도했을 때 힘든 것보다 시도하지 않았을 때의 후회감이 더 큰 것 같거든요."

- 손석희 JTBC 사장의 추천사가 눈에 띄어요.
"손석희 사장님에 대해서 제가 들었던 주변의 평가는 굉장히 신중하시고 함부로 약속도 안 잡는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자기가 방송을 진행할 때 자칫 잘못하면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그 사람과 너무 익숙해지면 그 사람에 대한 비판도 쉽지 않아서 특히 정치인들의 식사 초청에 매우 신중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도 존경받는 언론인 1위에 오르는 것은 바로 이런 언행일치의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손 사장에게 문자로 '추천사 하나 간략하게 써주실 수 있냐'고 보내고 라스베이거스 CES 전자쇼 참관을 위해 미국으로 갔어요. 그런데 한국에 일 주일 뒤에 도착해보니 문자가 안 와 있었어요.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데 '답변이 늦었지만 간략히 보내드리겠다'는 문자를 주셨어요. 그래서 책 원고를 보냈더니 본인 이야기에 대해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지만 참아줄 만합니다'라면서 이메일로 추천사를 보내주셨어요.

<노컷뉴스>와 <김현정의 뉴스쇼>를 인정해 주는 추천사였기 때문에 그런 손 사장의 겸손함과 대인배적 기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생각을 했죠."

- 지난주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김영란법은 이 사회에 기본적인 거잖아요. 가령 누군가에게 돈을 받으면 안 된다든지 청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굳이 김영란법이 아니라도 우리가 가진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규정에 규정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강제적인 법을 동원하는 거잖아요.

거기에 언론인이 끼었다고 해서 많은 언론에서 반발을 하기도 하는데 물론 제가 입법 과정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저는 오히려 언론인이 솔선수범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언론이 신뢰도가 떨어져서 힘들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걸 통해서 언론계 스스로가 힘들긴 하지만 본질적인 원칙을 회복한다면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언론의 가치도 높아질 오히려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데 악용될 소지도 있는데.
"저는 악용할 여지도 물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언론이 깨끗해지면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국민의 힘을 배경으로 투쟁할 수 있는 거거든요.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빼야 한다고 언론인들이 먼저 주장하기보다는 언론학자나 시민, 독자들이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권은 어차피 이것이 아니라도 회유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속성이 있지 않습니까? 장기적으로는 가야 하는 길 아니냐는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m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민경중, #다르게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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