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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질문 반복하지 마세요.''이미 한 얘기를 왜 또 합니까?' '여기는 개인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고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니까 이런 식의 답변이 돌아왔어요. 처음부터 표결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1차 10시간 2차 13시간 회의했는데 2차부터 표결 얘기가 나왔어요. 민주적 심의는 없었는데도 표결을 강행하려 하니 저와 김익중 위원이 퇴장했어요."

 3월 10일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토크쇼 '한국 탈핵 독하게 얘기해보자!'참석자들. 맨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대표), 패널로 참여한 이유진 녹색당 운영위원장, 조승수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 위원장,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김소영 에너지 자립마을 '성대골'관장
 3월 10일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토크쇼 '한국 탈핵 독하게 얘기해보자!'참석자들. 맨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대표), 패널로 참여한 이유진 녹색당 운영위원장, 조승수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 위원장,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김소영 에너지 자립마을 '성대골'관장
ⓒ 오마이스쿨

지난 3월 10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 토크쇼 '한국 탈핵, 독하게 얘기해보자!'에 패널로 참석한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위원은 월성1호기 수명연장이 결정된 지난 2월 27일 원안위 분위기를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오마이스쿨과 정보공개센터, 녹색당이 공동기획한 이번 탈핵토크쇼에는 대학생, 주부, 직장인, 여든을 넘긴 노신사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습니다. 패널들의 말에 때론 박수가, 때론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 토크쇼는 우리사회 안전에 대한 얘기이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가 사회를 맡고 조승수 정의당 탈핵에너지전환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유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김소영 에너지자립마을 '성대골' 관장 등 '탈핵 선수'들이 총출동한 이날 토크쇼에서 나온 주요 이슈를 오마이스쿨이 지상중계합니다.

 지난 3월 10일 서울시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토크쇼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을 듣고 있다. 오마이스쿨과 녹색당, 정보공개센터는 3월 17일부터 3주동안 탈핵 연속 강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3월 10일 서울시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4주기 탈핵토크쇼 참석자들이 패널들의 토론을 듣고 있다. 오마이스쿨과 녹색당, 정보공개센터는 3월 17일부터 3주동안 탈핵 연속 강좌를 진행할 계획이다.
ⓒ 오마이스쿨

"체르노빌 참사, '판도라의 상자 열어버린 사건'"

- 단도직입적으로, 탈핵 왜 해야 할까요?

이유진 "최근 일본 후쿠시마 지역주민들에게 설문조사(NHK)를 했더니 응답자의 43%가 살아 있는 것이 힘들다고 느낀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이 지났지만 그 지역이 겪는 고통과 아픔은 여전합니다. 이런 사고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핵 발전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이권 사업이기 때문이죠. 핵발전소 하나 짓는데 3조 5천억이고, 보통 두 개씩 지으니까 7조짜리 수주를 따내기 위해 건설사가 달라붙고 있죠. 산업계와 관료, 언론, 학계가 똘똘 뭉쳐 이득을 취하는 겁니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면 일부는 이득을 보지만 대다수 국민은 큰 위험과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사고가 터지면 아무도 책임질 수 없습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
ⓒ 오마이스쿨
- 핵발전소 비리는 국가적 영향을 끼치는 중대 범죄인데 현재 사법부 양형이 지나치게 관대해요. 아예 양형기준을 위반한 판결도 많고요. 일벌백계해도 모자라는데, 우리나라 사법계 인식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요.
조승수 "2000년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체르노빌 참사를 가리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사건'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방사능 물질인 라듐을 발견한 마리 퀴리는 노벨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얘기했죠. '내가 발견한 방사성물질이 우리 인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을 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라듐이 사람을 살상할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퀴리 부인은 방사성물질로 만든 목걸이를 하다가 결국 나중에 백혈병에 걸려 죽습니다. 딸과 가족들도 마찬가지고요. 인간이 좀 편하게 살자고 적은 비용으로 문명을 누리고자 했지만 무지(無知)했던 거죠. 인류가 저지른 실수를 탈핵으로 복원해야 할 때입니다."

김혜정 "월성 1호기 심의 때문에 현장 방문했을 때 지역주민 대표단을 만났어요. 핵발전소 옆에 사는 자체가 비극이고 저주스럽다고 하시더군요. 또 핵발전은 노동자들의 방사능 피폭 없이는 가동될 수 없죠.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고농도방사능 오염지역에 들어가서 정화하고 정비합니다. 핵발전소는 이런 사람들의 희생으로 가동되는 거예요. 무엇보다 부도덕한 것은 10만년 이상 격리해야 할 고준위핵폐기물을 지금도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겁니다. 혜택은 우리가 보고 폐기물은 다음 세대에게 남기는 거, 이건 범죄죠. 미래 세대에게 동의를 구했습니까?"

김소영 "처음 후쿠시마 사고 터지고 나서 엄마들은 한 달 정도, 애들을 학교에 보낼까 말까 망설였어요. 방사능비 맞을까봐서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마음 놓고 애들을 키우겠어요. 지난주에는 탈핵도보순례하러 아침 일찍 나서는데 애가 "엄마, 시위하러가? 잘 다녀와." 하더라고요. 엄마들이 집에서 애들 밥해주고 같이 행복하게 살아도 모자를 시간에 길거리에서 시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굉장히 피로하죠. 국가나 사회문제 이런 건 잘 모르지만, 탈핵이 제 두 딸아이를 위한 일인 것은 분명해요."

- 세계적으로 탈핵운동 원동력은 엄마들, 여성들이에요. 남성분들은 반성을 좀 하셔야지 않을까요(웃음).

"목요일마다 원안위 앞에서 집회하려는 이유요?"

- 최근 가장 큰 현안은 월성1호기죠. 얼마 전 원안위에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통과시켰는데, 국민들은 원안위가 뭐하는 데인지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김혜정 "위원회니까 그냥 일반 위원회인가보다 생각하시는데 세계적으로 핵발전소가 있는 나라에는 원자력사업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총 9명 구성인데 그중 4명은 국회,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씩 추천하게 되어 있어요. 저는 야당 추천이고 9명 중 7명이 정부 또는 여당 인사인 셈이죠. 원안위는 수명연장 뿐만 아니라 신규원전 운영허가, 원전사고 발생 시 가동 정지, 방사선 이용과 관련한 제반 규제기관의 총 책임자입니다.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원안위에 관심을 갖고 독립적인 규제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서주시면 좋겠어요."

- 월성1호기는 지금 뭐가 문제인지 좀 쉽게 설명해 주시죠.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 오마이스쿨
김혜정 "고리, 월성 하니까 어딘지 잘 모르시는 분들 많은데요. 고리는 부산시, 월성은 경주시에 있어요. 월성 1호기가 1970년대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대부분 경수로이지만 월성 1~4호기만 캐나다형 원전인 중수로로 지어졌습니다. 이게 지금은 세계 핵발전소 437개 중 10개만 남아있는 단종 모델이에요. 중수로는 경수로에 비해 발전량이 낮고 단가도 높아요. 거기에 방사성물질은 30배나 많이 배출합니다. 경제성도 떨어지고 핵폐기물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원전인 거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개선된 격납용기 안전기술을 R-7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검토해 보니 그 기준이 적용이 안  되어 있는 거예요. 원자력안전법에는 수명연장 할 때 최신기술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의를 제기하니까 원안위 담당기술원과 이은철 위원장 등이 말하기를 'R-7의 철학을 반영했다'고 하더군요.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자기들이 평가해보니 안전하다면서."

이번 현안의 핵심 문제를 잘 짚어주신 것 같아요. 당시 원안위 분위기는 어땠나요. 민주적이고 자유로웠나요?

김혜정 "그동안 원안위에서 경주 방폐장 허가, 신규원전 허가 건 등을 다뤄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논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월성1호기는 올해 1월 안건으로 올리고 단 세 번만에 결정된 겁니다. 처음부터 표결을 강행하려는 의지가 강했고요. 1차 10시간, 2차 13시간 회의 했는데 2차부터 표결얘기가 나오더군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니까 '궁금한 건 개인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었어요. 절대 민주적으로 심의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결이 강행되었기 때문에 김익중 위원과 제가 퇴장을 한 거죠."

이유진 "원안위가 많은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구성 자체가 엄청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공정한 판단이 나올 수 없어요. 표결만 하면 7:0, 앞으로도 계속 7:0일 겁니다. 이런 판단을 하는 원안위에 우리 미래를 맡길 것이냐. 2012년 고리1호기 은폐 사고가 정말 큰 거였습니다. 조금 더 진행되면 후쿠시마 사고가 되는 건데요. 그것조차 사소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위원장으로 있는 원안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희가 매주 목요일마다 원안위 앞에서 집회, 시위 하려는 이유도 그런 이유고요."

- 김 관장님. 엄마들, 주민들 입장에서 사실 전기를 적게 쓰려고 많이 노력하고 계시잖아요. 일일이 스위치 꺼야하고 세탁기 쾌속 돌려야 하고 그렇죠?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시던가요?
김소영 "최근에 동작탈핵연대 채팅방이 생겼는데요. 계속 '탈핵 얘기는 채팅하지 마라. 종북몰이 당해서 큰일 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오늘 세월호 문제만 운운하는 채팅방이 따로 생겼어요. 세월호는 감성적인 거죠. 울컥하고 가슴저리고. 그런데 탈핵만 나오면 종북몰이, 사찰 이런 걸 떠올리게 되나 봐요. 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지 모르겠어요. 탈핵운동을 감성적으로 접근해야할지 어떻게 사회에 잘 녹여낼까 그런 지점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탈핵토크쇼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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