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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하면 땅굴, '땅굴'하면 서글프게도 북한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북한에 지하도시가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여기, 땅 속에 사람이 살 주택이 있는 것은 물론 학교와 식량저장고도 있고, 우물과 환풍통로, 지하교회까지 있어 3만 명쯤의 사람들이 6 개월 정도는 살 수 있다는 지하도시가 있는 곳이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어느 땅굴이 아니라 터키에 있는 도시, 동굴도시로 널리 알려진 괴뢰메입니다. 교통수단이 제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세계는 넓고 도시는 많습니다. 괴뢰메처럼 지하에 이루고 있는 도시도 있지만, 제네바처럼 이중국적자까지를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거주인구가 외국인인 도시도 있습니다.  

세계 27개국 54개 도시 담고 있는 <세계의 도시를 가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1>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 (엮은이 국토연구원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5년 2월 16일 / 값 1, 2 각 3만원)
 <세계의 도시를 가다 1>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 (엮은이 국토연구원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5년 2월 16일 / 값 1, 2 각 3만원)
ⓒ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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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세계의 도시를 가다>(1,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2,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엮은이 국토연구원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에서는 세계 27개국에 산재해 있는 54개의 도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1>(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에서는 영국,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슬로베니아, 포르투갈, 에스파냐, 이집트, 투니지, 탄자니아 등 15개국에 있는 27개 도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에서는 중국, 몽골, 카자흐스탄, 터키, 일본, 필리핀, 타이, 미국, 케나다, 도미니카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12개국에 있는 27개 도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시들은 2002년부터 <월간국토>에 연재됐던 100여 편의 원고 중에서 도시계획가의 전문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도시들을 중심으로 해 다시 선정된 도시들입니다.

도시 하나하나를 소개하고 있는 집필자들은 기행작가들이 아닙니다. 국토연구원 연구원, 대학 도시 관련 학과 교수, LH연구원 등 도시 관련 분야 전문가 그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상의 버섯 모양 바위에 암굴을 짓고 살다가 종교 탄압이 심화되고 전쟁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지하에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기 시작한 땅굴은 거대한 지하도시로 발전했다. 데린쿠유Derinkuyu는 가장 대표적인 지하도시로 지하 85m(지하 20층 규모)에 주택, 학교, 식량저장고, 우물, 환풍통로, 지하교회 등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특히 환풍·환기를 중시해 수직구조로 공이가 잘 통하도록 설계하고, 그 축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생활공간을 조성하는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졌다. 실제로 데린쿠유에서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6개월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59쪽-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은 여느 기행작가가 단시간 동안 머물며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을 정리해 쓴 기행문과는 다릅니다. 내용도 다르고 읽는 글맛도 다릅니다. 집필자 모두는 해당 도시에서 유학을 했거나 관련된 연구를 수행해 그 도시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입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과는 다른 정보

따라서 일반 여행서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들과는 면면이 다릅니다. 씹는 순간만 달콤한 사탕 같은 내용들이 아니라 되새김질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다양한 정보들입니다. 하나하나의 도시들이 담고 있는 감칠맛 같은 역사와 내력, 현황과 미래 등이 농축액처럼 담겨있습니다. 

침략자들은 죽음과 가난뿐만 아니라 도시라는 변화를 함께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산토도밍고가 자랑하는 콜럼버스 유적지Zona Colonial로 1990년 유네스코는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콜럼버스 상륙 이후 산토도밍고에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성당, 병원, 세관, 대학 등이 설립됐다. 특히 이 식민도시는 격자형 도로망으로 구성됐으며, 이후 신세계의 모든 도시계획의 모델이 됐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240쪽-

제네바 주는 스위스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로, 180여 개 국가로부터 약 17만 명(이는 스위스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45%에 해당함)의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이와 같이 제네바 주는 세계인종박물관과 흡사하다. 특히 제네바 시 거주인구의 54.4%(이중국적을 포함)가 외국여권 소지자다. 이러한 현실이 국제도시의 다양성을 창출해낼 수 있는 제네바의 저력이다. -<세계의 도시를 가다 1> 162쪽-

너무 전문적이거나 정형적이어서 딱딱한 보고서를 읽고 있는 것 같은 경직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책에서는 도시별 역사와 현황들만을 소개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도시는 흥망성쇠라는 나이테를 두르고 있는 인류와 같은 무늬를 두르고 있는 생물이어서 시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도시별 역사와 이력으로 과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도시가 정책이나 시책 등으로 지향하고 있는 미래까지를 소개하고 있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도시까지도 그려볼 수 있는 밑그림을 제공해 줍니다. 

세계 27개국 54개의 도시를 책 두 권으로 둘러볼 수 있는 일독(一讀)은 알찬 지식도 쌓고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되리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세계의 도시를 가다 1>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세계의 도시를 가다 2>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 (엮은이 국토연구원 / 펴낸곳 도서출판 한울 / 2015년 2월 16일 / 값 1, 2 각 3만원)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도시들

국토연구원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5)


유럽과 아프리카의 도시들

국토연구원 엮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5)


태그:#세계의 도시를 가다, #국토연구원, #도서출판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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