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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잊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가 만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획해 인터뷰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 기자말

새봄이 왔지만, 갑자기 꽃샘바람이 불어 날이 추워졌다. 여전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의 싸움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사건과 희생자를 "잊지 말자"고 외치던 한 대학생이 세월호 1주기가 곧 돌아오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잊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자"고 말하고 있다.

지난 10일, 늦은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청운관 카페에서 이제 스물여섯 살이 되는 용혜인씨를 만났다. 지난해 5월, 그녀는 검은 옷에 하얀 국화꽃과 "가만히 있으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그 침묵행진 때의 모습과 달리 그녀는 동그란 뿔테 안경에 편한 맨투맨 티셔츠와 양털 조끼를 걸쳐 입은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4학년이 되고 나서, 먹고 살 길 찾기 위해 공무원시험을..."

"가만히 있으라" 두 번째 침묵 행진 2014년 5월 3일에 있었던 "가만히 있으라" 추모 침묵행진에서 용혜인씨가 국화와 손피켓을 손에 들고 행진하고 있다.
▲ "가만히 있으라" 두 번째 침묵 행진 2014년 5월 3일에 있었던 "가만히 있으라" 추모 침묵행진에서 용혜인씨가 국화와 손피켓을 손에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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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있으라" 추모 침묵행진을 제안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 왔나요?
"작년에 참 바쁘게 살았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한 일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4월에 침묵행진을 하며 세월호와 뗄 수 없는 시간을 1년 동안 살았어요. 6월 때까지는 '이윤보다 인간이다'라는 말을 하며 사람들과 침묵행진을 했었죠.

6월에는 저도 학생이어서 기말고사를 보고 농활을 다녀왔습니다. 7월부터는 유가족이 광화문과 국회에서 단식을 시작해 국회 농성장에서 잠도 자고, 광화문 농성장에서 자고 그랬죠. 그러다가 8월 말부터 대학생들이 행진할 때, 같이 했던 기억이 나요.

9월에는 개강 주에 수업을 반납하고 거리로 나와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는 캠페인을 시작했죠. 11월 1일, '세월호 200일'에 버스를 두 대 정도 전세해서 100명이 좀 안 되는 대학생과 청년들과 함께 안산합동분향소에 갔던 기억이 나요. 3월 이후에는 개강해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 참 바쁘고, 긴 한 해를 보내셨는데요. 겨울방학 때는 뭐하셨어요?
"1년 동안 살면서 청년들과 청소년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어요.

2015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새내기들과 사회문제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안녕, 새내기>라는 행사를 준비해 3월 초에 했고요. 당일 행사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있었는데, 이 간담회에서 사회를 봤어요. 사회를 보면서 고등학생 때, 세월호 참사를 겪었던 분들에게 그 일은 또 다른 의미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 많은 분들이 "가만히 있으라"의 모습으로 혜인씨를 기억하는데요. 일상에서의 혜인씨는 어떤 분인지 궁금해요.
"시간이 날 때는 드라마를 봐요. 최근에는 MBC 드라마 <킬미힐미>를 봤고, (웃음) 종영을 앞두고 있어서 열심히 보고 있어요. 학교에서는 작년에 침묵행진을 같이 했던 후배들과 자주 놀았어요. 매주 목요일에는 학회 동아리에 나가고 있고, 쉬는 날이 생기면 잠을 자는 편입니다."

-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군요. 취미가 있나요?
"이런 질문은 참 난감한데…. 저는 딱히 취미랄 것도 특기랄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드라마 보고 잠자는 걸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복학해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과제하고."

- 사실, 청년들이 사회에 참여하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혜인씨는 지난 한 해를 세월호 참사 해결을 위해 바쁘게 살아온 것 같아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남다른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는 뉴스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았거든요. 예를 들면 고등학교 3학년 때, 2008년 촛불시위가 있었는데 그땐 한미FTA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나라가 잘 살고, 또 내가 잘산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대학에 오면서 이런저런 주간지도 읽고 시사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동아리도 하면서 '내가 봤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좀 충격적이었던 사건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김진숙이라는 여성이 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농성했죠. 그 사건을 계기로 노동 문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아보았죠. 그 이전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그랬던 걸 알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사회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죠. 2012년에 4학년이 되고 나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겠다 해서 사실 공무원시험을 좀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에 세월호를 만나면서 다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가장 큰 변화는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된 것"

대학교 카페에서 만난 용혜인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 용혜인 씨가 경희대학교 청운관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대학교 카페에서 만난 용혜인 "가만히 있으라" 제안자 용혜인 씨가 경희대학교 청운관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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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도 쓴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한 친구가 저한테 '너 이렇게 하면 부모님도 알게 될 수 있고, 경찰에서 어떻게 할 수도 있고…' 그랬어요. 시작하기 전에 그런 얘기를 했었죠. '설마, 뭐 이런 걸 가지고 언론에 주목을 받겠어'라고 생각하며 별 대수롭지도 않게 넘겼거든요. 해야 하니까 했던 거고, 뭐 어떤 큰 용기를 갖고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용기를 내고 큰마음을 먹고 그랬던 게 아니라."

- 어떻게 보면 세월호 참사라는 사건 이후, 예정에 없는 길을 걷고 계신 거잖아요. 주변의 관계나 삶이 변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할 일이 없었던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된 것이고요. (웃음) 정말 많은 인터뷰를 하게 된 것 같은데. 사실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굳이 변화라고 한다면 공무원 시험을 딱히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것 입니다."

- 곧 있으면 세월호 1주기입니다. 세월호 이후 생활이나 생각에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요. 앞으로 혜인씨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 일이 큰일이었고, '졸업해서 뭐해서 먹고 살지'  이런 게 고민이었는데 그때보다는 그 고민이 덜해요. 좋은 거 먹고 좋은 옷 입고 넉넉하게 남들처럼 사는 것보다 돈을 좀 덜 벌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게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에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내용이고, 왜 준비하게 됐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은 침묵행진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세월호 1주기를 그냥 보낼 수 없지 않느냐는 고민을 나누다가 만들어졌어요.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는데 아직 인양조차 결정하지 못했고, 새해부터 설치된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는 제대로 활동을 못하는 상태고, 여론은 관심 자체가 없어진 것 같고. 또, 세월호 이후에 유가족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세월호 참사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고통 받거나 배제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배제된 사람들, 이 사회에서 같이 살지만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자고 이야기가 된 거죠. 세월호 1주기를 맞이해서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모아서 정말로 이 땅에 '싸우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잊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함께 하고 있고, 그럴 수 있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그런 활동들을 같이 해나가는 게 목적인 프로젝트예요. 그 중 하나로 4월 4일 토크콘서트 <사람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잊지 않기로 약속'한 사람들, 여기 모이세요)

- 좋은 일이네요.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사람들'로서 우리에게, 또 우리가 찾아가야 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기억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기억에서 잊히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기억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세월호 기억저장소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의 활동을 하나의 '기억투쟁'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를 바꾸는 데 큰힘이 될 수 있겠다 하는 걸,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많이 느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함께할 때 그런 사람들이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잊지 않는 사람들로서 이 <사람들>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김영길 기자는 <사람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사람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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