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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수수료율 비교공시 추진... 인하 유도키로"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홍국기 기자 = 20∼30대 직장인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해 원금보장형으로 자금을 운용하더라도 30년이 지나면 납부하는 총 수수료가 원금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에 투자하는 원금보장형 IRP의 경우 은행 예금과 다를 바가 없는데도 수수료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연합뉴스가 한국납세자연맹과 함께 개인형 적립식 IRP(이하 IRP) 상품의 수익률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결과, 30세 직장인이 원금보장형 IRP 계좌에 300만원을 1회 불입하고서 연금개시 시점인 60세까지 자금을 묻어둘 경우 30년간 납부해야 할 총 수수료 금액이 57만3천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시중은행의 현 정기예금 금리(연 2.0%)와 IRP 계좌 수수료율(연 0.5%)이 계속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산출한 결과로, 30년간 납입하는 총수수료가 원금의 19.1%에 달하는 셈이다.

연말정산 때 세제혜택으로 돌려받는 환급금 39만6천원(세액공제율 13.2%)보다 큰 금액이다.

IRP란 기존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 이름의 신탁계좌를 별도로 개설해 개인 부담으로 연금 재원을 추가로 적립·운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올해부터는 연금저축과 IRP 계좌 불입액을 합해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작년보다 세제혜택 한도가 300만원 늘어남에 따라 연말정산용 절세상품으로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연금 수령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고 55세가 지나 연금으로 받을 경우 이자소득세(15.4%)보다 낮은 연금소득세(3.3∼5.5%)만 낸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과도한 수수료가 세제혜택 효과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은행권 IRP 계좌의 경우 자금 운용처를 은행 예금으로 지정하더라도 매년 원리금에 0.5%를 곱한 금액을 기본 운용관리비 명목으로 부과하고 있다.

금리가 2%대 초반인 원리금보장형 IRP 운용상품의 경우 수수료 0.5%를 제할 경우 2% 내외인 일반 정기예금 수익률보다도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물론 세액공제 혜택을 고려하면 IRP의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우수하지만, 세액공제 환급액을 매년 예금에 재투자하지 않는다면 연금소득세까지 고려 시 장기적으로는 정기예금에 수익률을 추월당할 수 있다.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자금을 운용할 경우에는 0.5% 이외에 운용보수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인형 IRP 계좌의 수수료 부담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 홍만영 팀장은 "적립금을 펀드가 아닌 은행 예금으로 운용하는 경우 금융사가 별다른 운용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닌데 매년 0.5%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사업자가 단체가입자에 교육비나 관리비를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확정급여형(DB) 또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달리 개인형 IRP는 상대적으로 운용관리비 부담이 적어 수수료를 낮출 여지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107조원 가운데 7조5천억원이 개인형 IRP 적립금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조2천억원(56.1%)이 은행 예·적금으로 운용되고 있다.

한편 당국은 수수료 비교공시를 통해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연금저축은 2012년부터 금융사별 수수료율을 비교공시하고 있지만 퇴직연금은 아직 비교공시가 없어 가입 희망자가 수수료를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인형 IRP도 연금저축처럼 수수료율을 비교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자별 수수료가 공개된다면 시장 경쟁 유도를 통해 수수료율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퇴직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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