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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공공미술관 앞 도시락 파티’ 참여자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수원 공공미술관 앞 도시락 파티’ 참여자들이 도시락을 먹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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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화사하고 따뜻하게 쏟아지는 7일, 정오부터 수원 화성행궁 '수원아이파크 시립미술관' 건축현장 앞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수원지역 예술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수원 공공미술관 앞 도시락 파티'를 연 것.

모인 사람들은 돗자리를 깔고 싸온 도시락을 하나 둘씩 펼치기 시작됐다. 과메기가 든 도시락 통이 열리자 "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먹음직스러운 부침개, 김밥, 떡볶이, 과일이 돗자리 위에 펼쳐졌다.

가까운 이들이 친목을 다지기 위해 소풍을 나온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에서 건립하고 있는 '수원 아이파크 시립미술관' 이름을 반대하기 위해 이날 이 자리에 모였다.

안병주 다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공공미술관에 특정기업의 브랜드가 들어가는 것을 반대한다"며 "(미술관) 명칭을 올바르게 제정하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 도시락 파티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수원 아이파크 시립미술관 공사 현장 앞에서 ‘수원 공공미술관 앞 도시락 파티’가 열렸다.
 수원 아이파크 시립미술관 공사 현장 앞에서 ‘수원 공공미술관 앞 도시락 파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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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행궁 앞에서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수원시립미술관 건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300억을 들여 대지면적 6400㎡, 건축면적 3370㎡으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짓고 있으며, 완공된 뒤에는 수원시에 기부채납 할 예정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1년, 수원 권선구 권선동 일대에 7962세대의 아파트 단지를 건립하면서 개발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수원시에 미술관을 지어서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것이다(관련기사 : "수원시립미술관 명칭, '아이파크' 아파트 브랜드 안 돼").

이 미술관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미술관 이름에 '아이파크'라는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가 붙었기 때문이다. 수원지역의 문화·예술인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수원에서 최초로 지어지는 시립미술관에 아파트 브랜드가 붙는 것은 수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바꿔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원 공공미술관을 고민하는 사람들(아래 수미사)'이라는 단체를 구성,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이와 관련,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업의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며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염 시장은 2월 1일과 27일, '아이파크' 미술관 이름을 반대하는 수원지역 시민사회 관계자와 수미사 관계자들을 만나 미술관 이름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시립미술관 공사현장 앞에서 한 어린이가 마음에 드는 미술관 이름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수원 시립미술관 공사현장 앞에서 한 어린이가 마음에 드는 미술관 이름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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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염 시장과 면담을 한 수미사 관계자들은 "염 시장이 미술관 이름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원에서 최초로 지어지는 공공미술관 이름에 아파트 브랜드가 붙는 것을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주부터 수원의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책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반대운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민들이 원하는 수원시립미술관 이름을 공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도시락 파티만 벌인 것이 아니라 수원화성행궁 앞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공미술관 이름 제대로 짓기 서명운동'과 더불어 미술관 이름 공모 스티커 붙이기 행사 등도 함께 진행했다.

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장이 '기부인가, 거래인가'라는 제목으로 거리특강을 하고 있다.
 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장이 '기부인가, 거래인가'라는 제목으로 거리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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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훈도 한벗지역사회연구소장은 이날 '기부인가, 거래인가' 제목으로 거리특강도 벌였다. 양 소장은 "수원시립미술관이 세계적인 명품 미술관이 되려면 이름을 잘 지어야 첫 발을 잘 뗄 수 있고 이름에 맞는 비전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술관이 지어지고 협의하는 과정이 공개된 적이 없다"면서 "수원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 소장은 미술관 명칭에 대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수원시에 시민배심법정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미술관 이름을 시민들에게 공모해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화성행궁, #수원시, #시립미술관, #아이파크, #염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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