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 어촌편>의 한 장면

tvN <삼시세끼 어촌편>의 한 장면 ⓒ CJ E&M


옥타곤에 선 근육질의 남자.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벨이 울리면 혼신의 힘을 다하여 펀치를 휘두르고 또 주 무기인 유도 기술을 펼치며 상대를 제압한다. 그런데 그가 옥타곤에서 내려오면 어떤 모습일까. 그는 '딸바보' 사랑이 아빠다.

우리가 기억하는 추성훈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옥타곤의 추성훈과 사랑이 아빠 추성훈. 추성훈의 매력은 이 두 얼굴의 온도 차 때문에 배가되었다. 상대를 냉혹하게 쓰러뜨리는 추성훈의 팔은 사랑이를 사랑으로 안는 든든한 팔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런 추성훈이 만재도에 도착했다. 드라마 <아테나 : 전쟁의 여신>에 함께한 차승원과의 인연으로 tvN <삼시세끼 어촌편>의 게스트로 참여했다. 일본에서 만나면 허름한 찻집에서 그와 차를 마신다는 차승원의 말로 짐작하면, 그들의 사이는 꽤 돈독해 보였다.

이번 방송은 만재도에 상륙한 추성훈이 이곳에 적응하는 모습을 조명했다. 사실 방송 노출은 잦은 편이었지만 사랑이가 주인공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는 추성훈 자신보다 아빠로서의 모습이 주를 이뤘다.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삼시세끼 어촌편>이야말로 40대 남자 추성훈의 솔직담백한 모습을 볼 기회였다.

 tvN <삼시세끼>의 한 장면

tvN <삼시세끼>의 한 장면 ⓒ CJ E&M


추성훈은 근육으로 갑옷을 두른 것 같았다. 추위를 모를 것 같았던 그가 만재도에서 코를 훔치며 떨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방한용품은 준비해왔으면서, 정작 자신은 윗옷을 걸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놀랐지만 놀라지 않은 척하는 그. 이를 옆에서 지켜본 손호준은 방에서 방한 조끼를 꺼내다 주었다. 또한 그는 유해진에게 주먹밥을 배달하러 산 중턱에 올라 센 바람에 몸을 그대로 바위에 뉘었다. 늘 강할 것 같은 추성훈은 만재도의 대자연에 한없이 작아졌다. 추위에 장사 없다는 옛말은 딱 그를 두고 한 말이었다.

비닐장갑도 통 맞지 않았다. 곰 같은 손과 주방은 어째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그가 칼을 잡고 감자를 써는 순간 잠시 오해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소곳이 앉아서 재료와 씨름하며 쓱쓱 칼질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차승원의 화려한 요리 실력으로 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추성훈의 칼질은 대단했다.

자고로 <삼시세끼>는 다큐멘터리적 성격이 충분하다. 가끔 작위적인 편집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여타 예능과는 사뭇 다르다. 사람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오롯이 담아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한다. 행여 왜곡된 모습이 비칠까 예능 출연을 꺼리는 스타들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송이기도 하다. 

<삼시세끼>가 표방하는 삶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바쁜 도시와는 다른 이곳에서 출연자들은 카메라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듯 금방 자연스러워진다. <삼시세끼>의 슬로우 라이프에서 사람은 곧 주인공이 되고, 본연의 냄새를 풍긴다. 추성훈도 예외가 아니었다. 밥 먹고 사는 이야기에서 추성훈은 본인도 모르는 새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제형 시민기자가 활동하는 팀 블로그(http://byulnight.tistory.com/135)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추성훈 삼시세끼 어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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