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시세끼 어촌편>의 시청률이 14%에 육박하고 있다. 케이블 시청률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것은 물론, 지상파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상위권일 만큼의 흥행력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성공은 누가 뭐래도 캐릭터의 발견에 있다. 도시적이고 화려한 인상의 차승원이 앞치마를 두르고 능숙하게 요리를 해내는 모습부터 유해진이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가는 장면, 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손호준까지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활용한 캐릭터는 기존의 이미지를 깨부수며 의외성을 주고, 서로의 정을 돈독하게 부각하는 역할을 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는 큰 웃음이 없다. 그러나 소소한 일상과 정감 어린 이야깃거리가 있다. '차줌마' 차승원의 요리 실력을 구경하는 과정에 긴장감이 넘치는 것은 사실 양념에 불과하다. <삼시세끼 어촌편>의 본질은 요리 그 자체보다는 이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와 정이다. 그런 따뜻한 배경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차승원의 요리 실력을 확인하는 과정에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다. 만약 그들 사이가 삐걱댄다면 <삼시세끼 어촌편>의 정체성은 흔들릴 수 있다. 예능이라는 테두리에서 그들의 개성이 적절히 발현되면서도 애정이 싹트는 장면을 섬세한 터치로 포착해낸 것이 <삼시세끼 어촌편>의 흥행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는 차승원(왼쪽)과 <용감한 가족>에 출연하는 박주미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는 차승원(왼쪽)과 <용감한 가족>에 출연하는 박주미 ⓒ CJ E&M, KBS


반면 KBS 2TV <용감한 가족>은 <삼시세끼 어촌편>과는 접근 방법부터 다르다. <삼시세끼>가 '끼니'라는 화두를 활용해 캐릭터를 가족으로 만들었다면, <용감한 가족>은 처음부터 낯선 곳에 구성원을 몰아넣고 역할을 나눠준다. 박명수는 아빠, 박주미는 엄마, 심혜진은 고모, 설현은 딸이다. 가족이라는 명제와 해외라는 낯선 공간을 제외하고는 이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이 없다. 심지어 엄마의 캐릭터는 주기적으로 바뀐다.

<용감한 가족>에서 박주미는 심혜진과 대립각을 형성한다. 카메라를 의식해 불이 꺼진 늦은 밤에야 화장을 지우거나 쌀을 씻는 것조차 낯설어한다거나 모든 소스는 굴 소스로 통일해도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에 심혜진은 박주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가족 간의 다른 성향으로 인해 일어나는 갈등을 표현하고자 한 거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들은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그곳에 모인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능'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그들의 행동에 의미가 부여되어야 한다.

 갈등 관계를 보여준 <용감한 가족>속의 심혜진과 박주미

갈등 관계를 보여준 <용감한 가족>속의 심혜진과 박주미 ⓒ KBS


그러나 이 장면은 박주미의 행동에 대한 답답함만이 두드려졌다. 심혜진의 짜증 섞인 목소리 역시 '가족'이라는 프로그램 타이틀이 얼마나 무색한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서로를 가족으로 대하려 노력한다고 해도 그런 애정과 관심이 단시간에 생길 리 없다. 심지어 실제 가족끼리도 데면데면한 판국에 예능을 위해 모인 그들의 관계가 빠른 진전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청자는 없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은 그런 와중에도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며 정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모습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예능의 전개는 의외성이 없다. 갈등을 일으키던 출연진이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결말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런 뻔한 줄거리에서 시청자들은 새로운 재미를 찾지도, 독특한 캐릭터를 발견하지도 못한다.

방송은 현실이 아니다. 편집과 설정으로 얼마든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예능은 예능일 뿐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것은 리얼리티 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 물론 리얼리티 자체를 조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지만 그 속에서 예능적인 그림을 찾아내는 것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몫이다. 출연자들이 호감이 되어가는 과정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은 허울에 그치고 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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