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스파이> 중

KBS 2TV <스파이> 중 ⓒ KBS


KBS 2TV 금요드라마 <스파이>가 마무리되었다. <스파이>는 지난 2012년 이스라엘에서 평균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마이스>를 원작으로 했다. 이스라엘의 인기 드라마이며, JYJ 멤버인 김재중의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스파이>는 매주 금요일, 2회를 연속 방송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초반 2회는 7.9%(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이미 시청자를 사로잡은 <삼시세끼>나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한 <나 혼자 산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스파이>는 전작 <하이스쿨 러브 온>과 비슷한 평균 3%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부익부 빈익빈의 시청률 구도 속에 고전하다

무엇보다 <스파이>가 시청자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는 tvN <삼시세끼 어촌편>이나 MBC <나 혼자 산다> 등이 이미 고정 시청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스파이>의 낮은 시청률을 운운하기도 그런 것이, 동 시간대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가 평균 1.7%, SBS <용감한 가족>이 4.3%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삼시세끼 어촌편> <나 혼자 산다>와 <스파이> <용감한 가족> <띠동갑내기 과외하기>가 부익부 빈익빈의 시청률 구도를 가지고 간 셈이다.

그 중 <스파이>가 안타까운 점은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에도 원작의 탄탄함을 기반으로 우리 실정을 반영한 각색과, 스파이 물에 어울리는 박진감 넘치는 연출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이루어 내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했던 <마이스>는 우리나라에 와서 남과 북의 대치라는 분단 상황과 그 속에 비극을 잉태한 가족의 이야기로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설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스파이>는 6.25 전쟁통에 이산가족이 된 어른들의 아픔을 넘어, 북의 스파이였던 엄마 박혜림과 남의 스파이가 된 아들 김선우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는 분단의 비극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거기에 가족을 위해 스파이가 된 이윤진(고성희 분), 조수연(채수빈 분)을 덧붙여 그 비극의 공감대를 확장했다.

현실의 분단이 낳은 비극적 상황 낯설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분단으로 인한 가족의 비극을 '이산가족'으로만 생각한다. <스파이>는 지금도 여전히 생성되는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을 '공감'으로 이어가는데 역부족이었다. 새터민에 대한 무관심, 남한 사회에 진입하려는 그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처럼 여전히 우리 사회에 비극을 낳을 수 있는 현재화된 분단 상황에 오늘을 사는 다수가 '무심'하다는 것이 <스파이>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73년부터 1983년까지 매주 방영되었던 간첩 수사극 <113 수사본부>가 <수사반장>에 필적할 만한 인기를 누리던 시절을 지나, 여전한 남과 북의 대치 상황에도 그 시절만큼 '간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사랑을 찾아 신분을 숨긴 채 남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박혜림의 이야기는 흥미를 지속시키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종북'이나 '좌빨'이 주요한 사상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과 달리, 인도적 차원에서 그들에 대한 관심은 이기적일 정도로 무심하다는 것을 <스파이>가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스파이 모자의 슬픈 운명은 우리의 이야기라기엔 너무 낯설었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작 '스파이'의 존재 가치

 KBS 2TV <스파이> 중

KBS 2TV <스파이> 중 ⓒ KBS


<스파이>는 북의 황기철(유오성 분)과 남의 송중혁(김민재 분), 정규용(이대연 분)을 그리 다르지 않은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이데올로기적으로 어느 편이 옳고 그르냐의 전통적인 남북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아니라 이를 사적, 정치적 이해에 이용하는 이들을 악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남북 관계를 다룬 드라마의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힌 남과 북의 부패한 인물에 맞서 북의 스파이였던 엄마와 남의 스파이인 아들은 가족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스파이>는 스파이물의 형식을 띠었지만 결국은 사회의 기본 단위이자 절대적 가치인 '가족'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연령대의 흥미를 만족시키고자 했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총격 장면은 스파이물의 쾌감을 선사하고, 이러한 외연을 넘어 엄마와 아들의 갈등, 남과 북의 스파이로 맺어진 김선우와 이윤진의 비극적 사랑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주말극의 뻔한 엄마 역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스파이 엄마를 그려낸 배종옥의 연기와 캐릭터는 신선했다. 또 '엄마 바보'와 이윤진을 향한 '순애보' 사이에 갈등한 김선우 역의 김재중 역시 어느 때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선보였다. 거기에 초반 배종옥과 콤비를 이루며 부부 스파이로 울고 웃겼던 아버지 김우석 역의 정원중 역시 주인공 두 사람 못지 않았으며, 여러 작품에서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 조달환과 김민재의 포스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여러 가지 요인으로 시청자 다수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스파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만한 분단의 현재적 상황을 개연성 있게 그려내고자 했다. 아울러 마지막까지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았던 완성도는 <스파이>가 시청률로 설명할 수 없는 수작임을 증명한다. 부디 우리의 분단 상황을 새롭게 해석하여 박혜림이나 이윤진, 조수연처럼 여전히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또 다른 작품으로 이어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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