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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보공유약정(trilateral intelligence-sharing pact, 아래 정보공유약정)은 동북아판 나토(NATO)로 가는 출발점일까. 그래서 결국은 신냉전 체제로 연결될 것인가.

지난해 12월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의 핵심 쟁점은 결국 이것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김광진·권은희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관련 당사국 입장을 관련 연구자들이 먼저 발표하고, 쟁점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 "실제 군사적 의미보다 상징성 커... 싸드와는 관련 없어"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입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서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입장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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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장'에 대해 발표한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말에 한일 양자간 군사정보보호협정(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으로 추진되다 국내 여론 반발로 취소된 뒤 재추진되는 과정에서 양자가 아니라 3자, 협정(agreement)이 아니라 MOU(양해각서) 수준의 약정이 됐다"라면서 "군사적인 의미보다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과 일본이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명분을 못 찾는 상황에서 비록 미국을 통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은 우리가 자신에 보내는 제스처로 의미 있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정보공유협정이 사드(THAAD, 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전 단계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한일간 불신이 심한 상황에서 내밀한 정보를 줄 것인지도 의문이고, 서로 얼마나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아시아 최대영향력 리더로 남으려는 안보전략의 초석

'미국의 입장'에 대해 발표한 이동선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협정에 대해 "미국은 이미 한일 양국과 각각 군사정보 포괄보호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전술적 차원에서 가용정보가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하지만, 각각 대북 인적정보와 위성정보에 강점이 있는 한국과 일본에게는 직접적 이익이 되고, 주요 동맹국의 안전 그 자체가 미국에게도 이롭다는 점에서 간접적 이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략적 차원에서는 우세한 국력을 유지하는 한편 친미 연합을 구축해 아시아에서 최대영향력을 지닌 리더로 남고자하는 미국에게는 작지만 유망한 초석이라는 의미가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또 "이 약정이 사드체계 편입→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 편입→한·미·일 남방 3각 대 북·중·러 북방 3각 구도로 연결되는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은 기우라고 판단한다"라면서 "이 약정은 그 대상을 북핵으로 한정한 데다가 주고 싶은 정보만 주면 되고, 우리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할 때는 그만둘 수 있는 성격의 약정이라는 점에서 너무 작은 돌인 데다가 다음 돌(사드)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한국의 대북 인적 정보 확보-외교 목표 달성

'일본의 입장'에 대해 발표한 박영준 국방대 안전보장 대학원 교수는 "한국 거주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이 납치한 자국민들 관련 정보를 파악한 경험이 있는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대북 인적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것"이라면서 "넓게 보면,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잠재적인 위협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희망해왔다는 점에서 비록 미국을 매개로 한 것이지만, 그들로서는 외교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번 정보공유약정이 미국의 아시아회귀정책(pivot to Asia)정책에 따른 대중국 포위 정책의 일환이라는 중국의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것이고, 대중국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국]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첫 가시적 성과 - 일부는 작은 나토로 발전 예상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이동선 고려대 교수, 박영준 국방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등이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김광진 의원.
▲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쟁점과 과제' 토론회에 고유환 동국대 교수, 이동선 고려대 교수, 박영준 국방대 교수, 주재우 경희대 교수 등이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김광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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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입장'을 맡은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중국은 이 약정을 미국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온 한·미·일 3국 동맹 체제 구축의 구상의 단초이자,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이 동북아에서 처음으로 올린 가시적인 성과로 보고 있다"라며 "중국은 이런 미국의 전략을 '신냉전' 재현의 근본적인 발원지라고 비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이 약정으로 한·미·일 3국이 각각 추진하는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연계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라면서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의 군사전략이 소(小) 나토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한일 양국이 실질적인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관계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나, 미국이 이를 적극 중재하고 나설 것이고 한일 양국 국방당국의 분위기가 호의적이기 때문에 그 실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북한] 대중국 포위 전략으로 확대될 것이라 인식

'북한의 입장'에 대해 발표한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 약정을 MD와 관련돼 있으며, 결국 사드와 연결되면서 대중국 포위전략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노동신문> 기사 수준의 입장만 나오고 외무성이나 북한 정부 차원의 발표는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이미 진행돼온 것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북한의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이 약정을 북한위협론을 내세운 미국의 대중, 대러 전략이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러시아의 공동 대응을 추동하려 할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될 경우 동북아 지역 질서는 다시 냉전구도로 회귀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발제에 대해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과 교수,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다소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동아시아판 나토로 연결돼 신냉전구도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예측에는 부정적이었다. 냉전 때와 달리 한국의 국력이 커졌고 특히 미국과 중국의 경제문화교류가 매우 밀착돼 있다는 것이다.

최재천 "정보공유협정이 MOU 수준? 미국은 조약집에 올릴 것"

반면, 최재천 의원은 "미 국무부 프리트 군축국 구석 부차관보가 '한·미·일 3국이 MD구조를 개발하는 것이 미래의 초점'이라고 말한 것처럼 이번 약정은 언제든지 MD를 위해 활용될 수 있고, 이것은 중국이 민감하게 우려하는 사안"이라며 "과거같은 냉전은 아니겠지만, 냉전에 준하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약정을 MOU형식의 약정이라고 낮춰보고 있으나, 한국은 조약이 아니라고 하는데 미국은 조약으로 규정해 자국 조약집에 올리는 것이 굉장히 많다"라면서 "미국은 이번 약정도 조약집에 올릴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태그:#한미일정보공유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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