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등으로 힙합 장르가 각광받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인기가 단순한 일회성으로 끝날 것인가, 아닌가는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한다.

5일 방영된 <언프리티 랩스타>에서는 난데없는 디스전이 등장했다. 디스란 상대방을 깎아내린다는 뜻의 은어다. 졸리브이가 타이미에게 독설을 내뱉으며 시작된 이 디스전은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화제를 몰고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 장면이 과연 그 둘의 향후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느냐를 두고 볼 때는 긍정적인 답을 내릴 수 없다. 

힙합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즐기는데서 그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서로 간의 비방도 허용되고 다소의 욕설도 인정된다. 자신의 생각으로 남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것 또한 힙합이 가진 매력중 하나다. 힙합의 재미를 이끌어 내는데 '디스'라는 방법이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5일 방영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한 장면

5일 방영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한 장면 ⓒ CJ E&M


그러나 졸리브이와 타이미 간의 '디스'는 힙합정신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졸리브이는 처음부터 타이미의 과거를 집요하게 걸고 넘어졌다. 타이미는 과거 '19금 래퍼' 이비아로 활동한 전력이 있었다. 이를 두고 타이미는 '어쩔 수 없이 목소리 톤까지 바꿔 가며 수위가 높은 랩을 해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질세라 타이미도 욕설과 외모 비하로 맞섰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도 험악해졌다. 타이미는 "얼굴도 마주치기 싫다"고 말했고, 졸리브이는 "그럼 왜 나왔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실에서도 이런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졸리브이가 "나랑 마주치기 싫었으면 나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하자, 타이미는 "다 들린다"며 욕설을 내뱉었다.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는지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이 사랑한다는 힙합의 목적이 무작정 욕을 내뱉거나 과거를 들추어 내고, 외모 비하 등을 통해 상대방을 창피하게 만드는 것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외국은 더 심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국은 더 심하다'는 말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수 있는지는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유 없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더러운 말들로 라임을 맞추고 플로우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힙합이라면, 그것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들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열등감과 패배주의로 똘똘 뭉친 자들의 음악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5일 방영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한 장면

5일 방영된 Mnet <언프리티 랩스타>의 한 장면 ⓒ CJ E&M


개인의 아픈 과거사를 들추어 내거나 날 때부터 정해진 외모에 관한 단편적인 비난에 '그것이 힙합 정신'이라며 지지를 보내는 대중이 얼마나 될까. 또 지난 방송과 같은 소모적인 욕 배틀을 통해 대체 이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힙합이다. 서로를 이겨보겠다고 쥐어 뜯으며 인신공격을 내뱉는 것은 굳이 '힙합'이라는 이름을 빌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화제성을 위해 이들의 싸움을 부추기고 그 욕설에 주목하게 만들도록 교묘하게 편집한 <언프리티 랩스타> 제작진에게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 감정의 골은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갈등을 부추기고 서로에게 화를 쏟아내게 만든 제작진의 어리석음이 아쉬워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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