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강하늘에게 '급부상한 스타'라는 표현은 다소 쑥스럽다. 물론  tvN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건 분명하다. 또 영화 <쎄시봉>와 <순수의 시대>, 그리고 곧 개봉할 <스물>까지 올해 그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도 자칫 스타덤이라는 표현을 쓰기 쉽다.

사소한 오해다. 2007년 KBS 2TV 드라마 <최강 울엄마>로 데뷔하기 전부터 그는 자신의 본령이 연극 무대임을 잘 알고 있었다. <순수의 시대> 개봉 즈음 홍보활동을 하면서도 강하늘은 연극 <해롤드 & 모드> 공연을 병행하며 시간을 쪼개고 있었다. 다행히 연극은 누적 관객 2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했다.

아무리 무대 출신 배우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하게 되면 연극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쥘 수 있는 곳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강하늘은 "물론 고민이 많았지만 연극 덕에 방송 연기를 시작했기에 놓을 수 없다"며 "조금이나마 연극의 재미를 많은 분들에게 알린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속마음부터 전했다.

"특정 장르 아닌 좋은 작품 자체를 좋아해"


영화 <순수의 시대> 역시 '편하게는 연기하지 않겠다'는 강하늘 평소의 가치관이 담긴 작품이었다. 그가 맡은 역은 왕의 사위인 부마 진이다. 자신의 지위에 걸맞지 않게 탐욕만을 쫓는 인물이다. 아무 잘못 없는 뭇 여성들을 폭행하고 노리개 삼는 파렴치한이기도 하다. "특별히 연기적 변신을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벗어난 상상이 좋았다"는 강하늘은 "부마라는 직책과 인물이 지닌 본성 간의 차이가 재미있게 다가왔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진 역시 나 하나만 우선시 하는 생각이 강하다는 점에서 제목처럼 '순수한 인물'이에요. 진뿐만 아니라 김민재 장군(신하균 분), 이방원(장혁 분), 가희(강한나 분)도 저마다 목표를 가진 인물이죠. 각자 목표의식이 분명하고 오로지 그것만을 쫓겠다는 그 순수함이 갈등을 극대화한다고 생각해요. 진 입장에선 왜 원치 않았던 짐을 자신이 지는지 억울했을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찡찡거리는 건데 그 수위가 참 높은 거죠.

사극 장르를 잘 알고 있던 건 아니에요. 사실 장르로 따지기보다 좋은 극 자체를 좋아합니다. SF든 현대극이든 좋은 작품이면 다 좋아요. 극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게 매력적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왕세자 실종사건>이라는 뮤지컬을 했을 때가 기억나네요. 내시가 되기 위한 수술을 받는 연기를 했는데, 특이한 경험이었어요. 물론 <순수의 시대>를 통해 옷 벗는 연기도 처음 했고. (웃음)

다만 강간 장면은 대본을 읽을 때는 연기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경험하니 잔상이 오래 남더라고요. 잠이 안 오기도 했고, 심리적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술도 마셔보고 그랬죠. 강한나 누나가 저 때문에 많이 고생했을 겁니다. 민감한 촬영이었기에 서로 잘 배려를 해야 했거든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모습 보이게 됐지만, 모두 심혈을 기울였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배역에 어울리는 비열한 표정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배역에 어울리는 비열한 표정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어느덧 데뷔한지 8년이 됐다. 작품을 하면서 그를 알아봐주고 기회를 주는 것에 감사해 하지만 강하늘은 "이럴수록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생각해주는 분도 늘었는데 사실 이건 취하기 쉬운 단 술과 같다"며 "그런 관심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끝내고 그 이후엔 오히려 더 연기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강박적인 수준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강하늘의 생각은 분명했다. "연기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곧 연기의 원동력"이라는 의외의 답까지 내놨다. 이 모든 게 앞서 언급한 연극 무대에 대한 강하늘의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연극을 하면서 전 제가 가진 재능 이상의 역할을 계속 맡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잘 해내야 했고, 실수는 용납이 안 됐죠.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절 움직이게 했어요. 어찌 보면 사람을 피폐하게 할 수도 있는데 감사한 부담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최근에 여러 작품으로 한꺼번에 관객 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갑작스럽게 서로 다른 면을 보이게 된 것 같아 아쉬움은 있어요. 흔한 말로 <미생>이 잘 되니 영화를 연달아 찍었다는 분들이 있는데 전 그 작품들을 준비할 때 심혈을 기울여 오디션을 봤고, 모든 걸 쏟아서 촬영했습니다. 개봉 시기가 이렇게 결정된 것에 단순히 아무 작품이나 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그 작품들에게 미안해요. 작품의 무게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까 그게 걱정입니다."

'좋은 연기자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자'가 강하늘이 품고 있는 화두다. "좋은 사람이 먼저 돼야 좋은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갈수록 주변 사람을 못 챙기고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 친구들과 지인들이 이해를 해주고는 있지만 어떡하면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솔직하고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하지만 그도 실수는 한다. 최근 팬이 준 선물을 지인에게 전달하면서 논란이 된 일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는 "죄송한 게 맞다. 앞으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나 자체가 흔들리지 않게 마음을 다잡고 해야 할 것들을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불필요해 보인다. 자신의 가치관과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매번 점검하는 그를 두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조금은 부담을 덜라고 조언할 정도니 말이다. "매년 1월 1일마다 다짐하는 것들을 연말에 돌이켜 보는 버릇이 있다"며 강하늘은 "지금까진 변하지 않고 잘 지켜왔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2015년이 더 소용돌이 같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이지만 그 중심부는 고요하다잖아요. 태풍의 눈이 되고 싶어요. 강하면서도 고요한 내공을 쌓고 싶습니다. 세상에 정말 많은 역할이 있는데 누구나 해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계속 배워가다 보면 '아무나'가 아닌 특별한 배우가 되겠죠."

강하늘, 오!마이셀피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셀프사진을 찍고 있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부마 진 역의 배우 강하늘이 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셀프사진을 찍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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