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5개월간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6강 진출팀의 윤곽은 이미 가려진 상황이었지만 2~5위간 순위 싸움이 결론 나지 않았던터라 최종전까지 각 팀의 팽팽한 신경전은 이어졌다.

윤곽 드러난 6강 진출팀... 각 팀별 경기력 분석

이미 역대 6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울산 모비스는 최종전에서 KT를 87-79로 제압하고 기분 좋게 피날레를 자축했다. 모비스는 올해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 결정전 3연패에 도전한다. 1998~2000년 대전 현대(현 전주 KCC)가 3년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바 있지만, 연속 우승은 2연패에 그쳤다.

모비스는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의 이탈, 국가 대표팀 차출 후유증으로 쉽지 않은 행보가 예상됐지만, 시즌 내내 꾸준한 전력을 유지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을 중심으로 10년 넘게 다져온 모비스 특유의 시스템 농구는 일시적인 전력 누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잘했어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 문태영(맨 오른쪽부터)이 경기 중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잘했어 지난 2월 23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경기에서 모비스 양동근, 문태영(맨 오른쪽부터)이 경기 중 서로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비스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단 한 팀에게도 열세를 드러내지 않으며 고른 강세를 보였다. 다만 유재학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내심 걱정하고 있다. 라틀리프와 아이라 클라크가 버틴 골밑은 안정적이지만, 단기전에서 높이가 좋은 팀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4강에서 만나게 될 LG-오리온스는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모비스와 대등(3승 3패)했던 유이한 팀들이다. 특히 유재학 감독은 데이본 제퍼슨과 문태종같은 뛰어난 해결사들이 즐비한 LG를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로 경계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고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플레이오프는 모비스 왕조의 장기 집권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규 시즌 내내 체력 소모가 많았던 양동근과 문태영을 받쳐주기 위해서는 함지훈과 이대성 등이 살아나야 모비스의 선수 운용 폭이 넓어진다

가장 눈부신 약진을 한 팀은 2위 원주 동부다. 지난 시즌 꼴찌에서 4강 직행이 보장된 2위로 환골탈태했다. 동부는 그간 팀 전력보다는 전임 감독들을 둘러싼 구설수와 외국인 선수 문제 등 경기 외적인 논란으로 더 어려움을 겪었다.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김영만 감독은 '동부 산성'의 강점인 높이와 수비를 재건하며 전임감독들이 남긴 트라우마를 말끔히 씻어냈다. 회춘한 노장 김주성의 부활과 데이비드 사이먼, 윤호영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워는 정규리그보다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3위를 차지한 서울 SK는 2년 연속 똑같은 시행 착오를 되풀이했다. 시즌 중반까지 선두권을 달리며 분전했으나 정작 막바지 뒷심부족으로 3위까지 밀려나며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래 선수단의 체력과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애런 헤인즈-커트니 심스 듀오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인 올해는 SK가 당분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다행히 플레이오프 대진표는 나쁘지 않다. 6강 진출팀 최약체로 꼽히는 전자랜드(상대전적 4승 2패)를 만나고, 승리할 경우 준결승에서 상대하게 될 동부와도 3승 3패로 대등했다. 하지만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안긴 '천적' 모비스(올 시즌 상대전적 1승 5패)를 넘지 못하면 우승은 멀다.

일찌감치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이 확정된 LG와 오리온스는 마지막까지 희비가 엇갈렸다. LG는 KCC를 꺾으며 단독 4위로 6강 홈어드밴티지를 거머쥔 반면, 오리온스는 연장 접전 끝에 SK에 석패했다.

두 팀의 시즌 행보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오리온스는 1라운드 개막 8연승의 상승세가 무색하게 후반으로 갈수록 조직력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5위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올 시즌 최고의 대형 트레이드로 기대를 모았던 트로이 길렌워터-리오 라이온스의 득점 기계 조합은 정규리그 동안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LG는 반대로 초반 부진을 딛고 뒷심을 발휘한 경우다. 문태종과 김종규가 국가 대표 차출 후유증과 부상 등으로 주춤했으나, 후반기들어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경기 당 평균 22점으로 득점왕을 차지한 데이본 제퍼슨의 폭발력은 압권이었다. LG는 전반기 12승 20패에 그쳤으나 1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무려 20승 2패(11연승 포함)로 10개 구단 중 단연 최고다. 시즌 막바지 6라운드에서는 제퍼슨의 출전시간을 아끼면서도 7연승의 상승세로 분위기가 최고다. 정규 순위와 상관없이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다크호스로 거론되는 이유다.

LG와 오리온스는 올 시즌 상대 전적 3승 3패로 팽팽했다. 양 팀의 맞대결은 최근 프로농구 추세와 달리 유난히 다득점 경기가 많았다. LG가 82점(시즌 80.1점)을 올렸고 오리온스는 무려 88.5점(시즌 평균 78.1점)으로 시즌 팀 평균을 월등히 웃도는 화력을 자랑했다. 두 팀을 합쳐 득점 5걸안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선수만 3명(제퍼슨, 라이온스, 길렌워터)이 포진하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농구를 펼칠 것이 예상된다.

6위 인천 전자랜드는 유난히 치열했던 올해 중위권 싸움의 최후 생존자로 등극했다. 올 시즌 막강한 전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주 KCC와 안양 KGC가 몰락하면서 가장 수혜를 누린 팀이 전자랜드다. 시즌 초반 9연패라는 부진을 딛고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전자랜드는 25승 29패로 올해 6강 진출팀 중 유일하게 5할에 못 미치는 승률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3위 SK를 만나게 되는데 팀 전력과 상대 전적(2승 4패)에서 모두 열세라 고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플레이오프 행이 평가절하 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 유도훈 감독 특유의 끈끈한 농구로 이렇다 할 스타 없이도 구단 역사상 최초의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일궈낸 것만으로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전자랜드에서의 마지막 플레이오프를 앞둔 '포주장' 리카르도 포웰의 폭발력이 최대의 무기. 매년 저평가 받으면서 투혼과 조직력으로 항상 전력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온 '언더독' 전자랜드의 분전이 또 한번 기대되는 플레이오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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