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가 좌절된 하나은행이 기분 좋은 시즌 마무리를 하고 있다.

박종천 감독이 이끄는 하나외환은 지난 5일 구리시 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7라운드 경기에서 KDB생명 위너스를 86-7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하나외환은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게 됐다.

비록 순위 경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에서 조금은 편하게 승수를 쌓고 있지만, 시즌 개막 후 2연승도 한 번 밖에 없었던 하나외환의 4연승은 분명 의미 있는 경험이다. 특히 프로 2년 째를 맞는 '얼짱' 신지현은 이번 시즌을 통해 한층 성숙한 기량을 선보이며 하나은행의 확실한 주전 가드로 자리를 굳혔다.

중∙고 무대 휩쓸었던 천재가드, 프로 무대서 쓴 맛

 하나외환 신지현의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2월 2일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과 삼성 블루밍스의 경기에서 하나외환 신지현이 패스할 곳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신지현은 선일여중 시절부터 중학 무대를 평정하며 또래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미 중학 시절 174cm까지 자란 신장이 고교 진학 후 더 이상 자라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지만, 신지현은 그만큼 또래에 비해 뛰어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지현은 선일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WKBL총재배 춘계 전국여자중고농구대회 대전여상전에서 홀로 61점을 퍼부으며 농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는 중고농구연맹이 기록 전산화를 시작한 2005년 이후 남녀부 최다 득점 기록이었다.

2013년 연맹 회장기 대회에서 여자 고등부 MVP를 수상하며 고교 무대에서도 정상급의 기량을 인정받은 신지현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외환에 지명됐다. 이미 고교 무대에서 검증을 마친 기량에 귀여운 외모까지 겸비한 신지현은 여자 프로농구의 인기를 되살릴 주역으로 꼽히며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고교 시절엔 최고의 선수였지만 프로 무대에서 신지현은 경험이 부족한 한낱 신인에 불과했다. 10년 이상의 프로 경력을 자랑하는 김지현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린 신지현은 경기 당 평균 10분의 출전 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신장과 힘, 경기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부족함을 느낀 신지현은 프로 첫 시즌을 평균 2.5득점 0.6리바운드 0.8어시스트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쳤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도 팀 동료 김이슬에게 내줬다. 고교 시절 '천재 가드', '61점 소녀'로 불리던 신지현의 출발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주전 도약 후 출전 시간 늘어나며 성적도 기량도 쑥쑥

하지만 시즌이 끝난 후 하나외환에 변화가 찾아왔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박종천 감독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이다. 박종천 감독은 수년 간 기량이 정체돼 있는 30대의 김지현보다는 미래가 창창한 신지현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었다.

결국 신지현은 2014-2015 시즌 하나외환의 주전 포인트 가드로 중용됐고 경기당 평균 25분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만 19세의 어린 선수인 신지현에게 실전에 나설 기회가 늘어나는 것만큼 좋은 훈련법은 없다.

이번 시즌 신지현은 5.1득점 2리바운드 2.7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스틸 8위, 어시스트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고교 시절부터 강점으로 꼽히던 패스워크와 날렵한 수비력에서 조금씩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신지현은 지난 4일 KDB생명전에서도 31분 21초를 소화하며 7득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9개의 어시스트는 신지현의 프로 데뷔 후 개인 최다 어시스트에 해당하는 기록. 신지현 입장에서는 이제야 코트가 넓게 보이기 시작할 때 시즌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신지현은 귀여운 외모로 많은 남성팬을 몰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신지현은 지난 1월 실시된 올스타 팬 투표에서 지난 시즌 리그 MVP 박혜진(우리은행 한새)을 제치고 중부선발 1위를 차지했다. 신지현은 올스타전 하프타임 때 드레스를 입고 '청주 아이유' 홍아란(KB스타즈)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제 프로 2년 차 시즌을 보낸 신지현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비시즌 기간 동안 체중과 근육량을 늘려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싸움에서도 강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10대 소녀에서 하나외환의 주전 가드로 성장한 것만으로도 신지현의 2014-2015 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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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하나외환 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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