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이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시끄러운 올림픽이라는 누명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내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추진하던 스노보드 경기장 이전문제가 백지화됐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산문제로 경기장을 옮기겠다며 국제스키연맹(FIS)이 실제 조사를 오기까지 했던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3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은 시간이 갈수록 준비가 되기는커녕 비난으로만 얼룩져, 대회가 열리기도 전에 여러 문제에 봉착해 붕괴될 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평창동계올림픽 엠블럼 ⓒ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3년 앞두고도 여전히 잡음인 경기장 건설 문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 문제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회 조직위원회, 그리고 강원도가 서로의 의견을 놓고 연이은 줄다리기를 하면서, 모든 공사장 착공은 지연되고 말았다. 그 결과 올 초 각 경기장 공정률은 10%선에 머물고 있다. 가장 공정율이 높다는 평창 알펜시아의 슬라이딩 센터(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경기장)도 16% 선이라 내년 테스트 이벤트 개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장 보수 공사비가 눈덩이만큼 불어난 스노보드 경기장은 유치과정에서부터 확정지어놨던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재배치는 하는 것을 논의했다. 그러나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이 이를 전면 백지화하면서, 결국 국제스키연맹(FIS)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대대적인 망신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평창의 상징인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는 국제대회를 유치한 지 오래됐고, 국제스키연맹으로부터 사용허가 승인 기간까지 지났다. 여기에 일부 시설엔 녹이 슬고 부식되면서 안전 문제까지 지적받는 형국에 이르렀다. 강릉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재설계 논란이 여전하고,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폐막 후 원주로의 이전문제, 그리고 나아가 분산개최 목소리까지 나오며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환경문제까지 겹쳐져 평창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덥친 격인 상황이다. 평창은 유치과정에서부터 친환경 올림픽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슬라이딩 센터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벌목과정을 진행하던 도중, 시공업체가 예정돼 있던 벌목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무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나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한 스키 활강 경기장으로 쓰일 가리왕산에 대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돼 아직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평창의 경기운영 미숙 문제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피겨 유망주 이준형이 국내대회에서 연기하는 모습

평창의 경기운영 미숙 문제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피겨 유망주 이준형이 국내대회에서 연기하는 모습 ⓒ 박영진


경기운영 역시 미숙... 준비할 것은 산더미

지난 2월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선 피겨 4대륙선수권 대회가 개최됐다. 이 대회는 국제빙상연맹(ISU)이 주관하는 피겨 국제대회 가운데 A급에 꼽히며, 국내에선 지난 2010년 전주에서 열린 이후로 5년 만에 열려 설날을 한주 앞두고도 많은 팬들이 몰렸다.

그러나 경기운영은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3년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에 앞서 있었던 연습 세션 때부터 번번이 선수 이름과 국적을 잘못 소개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한 경기 전부터 다양하게 홍보활동과 외신소식을 접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홈페이지는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채로 방치됐다.

그 외에도 대회 팜플렛에 한국 선수 외에 외국 선수에 대한 소개 부족과 티켓 발권기계 오류 문제, 낡은 화장실 등 전반적인 경기운영에서 낙제점을 받을 만한 요소들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 대회엔 평창올림픽 조직위 빙상경기 스포츠매니저들도 파견을 나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점검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문제점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 동계스포츠 연맹은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운영 인력과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 매 시즌마다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빙상종목의 경우 지난해 11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을 시작으로 12월엔 쇼트트랙 월드컵, 그리고 2월엔 피겨 4대륙 선수권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는 올림픽이 열리는 2017-2018 시즌까지 이어진다. 특히 내년에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 각각 세계선수권과 스프린트 선수권이 예정돼 있는 만큼 해가 다가올수록 더욱 큰 국제대회들이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매년 국제대회를 유치해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테스트 이벤트들을 통해 가장 중요한 올림픽에서 얼마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스포츠 조직위의 악습, 평창은 안전할까

필자는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개최됐던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국제부 등록팀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대회 개막을 불과 45일여 앞두고 채용돼 근무를 시작해 매우 혼잡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일처리 과정에 있어 조직위는 고질적인 악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개막일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조직위원회는 평소에 차분히 대비하지 않고, 급하게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며 여러 일들을 떠맡겼다. 결국 대부분의 계약직 직원들은 개막전 일주일간 야간근무와 주말근무를 해가며 대회를 준비해야만 했다.

당시 한 매체의 보도처럼 조직위원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임무보다는 하루 속히 대회가 마무리되길 바라는 듯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러한 상황에선 모든 이들의 의욕과 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대회는 개막했다는 의미만 남겨둔 채 관중들에게 별다른 이슈와 관심을 끌어내지 못한 채 조용히 폐막했다.

이러한 스포츠 조직위원회의 문화가 3년 뒤 평창에서도 재현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평창조직위는 대회 유치직후부터 시기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차근히 준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해가 지날수록 평창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점차 실망과 우려로 변해만 가고 있다.

무려 3수에 걸쳐 63표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유치에 성공한 평창. 처음 유치 당시 가졌던 조직위원회와 관계부처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초심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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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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