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막론하고 괴물 투수의 등장은 언제나 야구팬을 설레게 한다. 불같은 강속구로 강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은 결정적 순간에 터지는 극적인 홈런만큼 짜릿한 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괴물 투수'들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고 구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겪었던 일이고 언젠가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도 겪게 될 일이다. 다만 류현진에게는 그 시간이 최대한 늦게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 매리너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등 일본 무대를 지배했던 괴물 투수들도 지금은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보다 먼저 빅리그에 진출해 미국 정벌에 나섰던 '원조 괴물' 마쓰자카 다이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는 8년 간의 빅리그 생활을 접고 올해부터 다시 고국으로 복귀했다.

일본 무대 평정하고 빅리그 진출, 2년 동안 33승 수확

마쓰자카는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 자재로 구사하며 일본 최고의 괴물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1998년 고시엔 대회에서는 3일 동안 8강에서 17이닝 완투승, 4강에서 구원승, 결승에서 노히트노런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9년 세이부 라이온즈 입단 후에도 마쓰자카의 돌풍은 계속됐다. 마쓰자카는 입단 첫 해 16승 5패 평균 자책점 2.60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신인왕, 다승왕, 골든 글러브를 석권하며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로 떠올랐다.

마쓰자카는 일본에서 활약한 8년 동안 108승 60패 2.95 1355탈삼진을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왕 2회(2003,2004년)와 다승왕 3회(1999~2001년), 그리고 탈삼진왕 4회(2000,2001,2003,2005년)에 빛나는 화려한 기록들이 마쓰자카의 위상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쓰자카가 대단했던 점은 바로 그가 가진 놀라운 완투 능력이었다. 마쓰자카는 일본에서 통산 190번 선발 등판해 무려 72번의 완투 경기를 만들어냈다. 마쓰자카는 완투율(?)이 무려 37.9%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철완을 자랑했다.

마쓰자카는 2006 시즌이 끝난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가 무려 5111만1111달러의 거액을 베팅했다. 6년 총액 5200만 달러라는 계약금액을 더하면 보스턴이 마쓰자카 영입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1억 달러가 넘었다.

마쓰자카는 빅리그 진출 첫 해였던 2007년 15승 12패 4.40의 성적으로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비록 당장 빅리그를 지배할 것이라는 애당초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 진출 첫 해 200이닝과 15승을 달성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성적이었다.

2008년 마쓰자카는 18승 3패 2.90을 기록하며 성적을 더욱 끌어 올렸다. 하지만 늘어난 승수와 승률에 비해 실속이 떨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마쓰자카는 2008년 단 한 번의 완투 경기도 없이 이닝 소화력과 탈삼진 비율이 전년에 비해 뚝 떨어졌고 94개의 볼넷은 아메리칸리그 1위에 해당하는 불명예 기록이었다.

6년 동안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하다가 지난해 11월 일본 컴백

빅리그 데뷔 후 2년 동안 33승을 쓸어 담으며 미국 정벌에 박차를 가하던 마쓰자카는 2009년 고관절 부상으로 12경기에서 단 4승에 그치고 말았다. 2010년에는 목과 팔뚝 부상을 참아가며 25경기에 등판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규정 이닝도, 10승도 채우지 못하고 평범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9승 6패 4.69).

마쓰지카는 2011년 시즌 개막 두 달 만에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고 이는 재활 기간만 1년이 걸린다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로 이어졌다. 결국 보스턴에서의 2년 동안 33승을 올린 마쓰자카는 나머지 4년 동안 17승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보스턴과의 인연을 마감했다.

2013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마이너계약을 맺은 마쓰자카는 그 해 8월 뉴욕 메츠로 이적해 3승을 거뒀고 지난해 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활약하며 3승 3패 3.89의 성적을 올렸다.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일본리그를 주름잡던 '괴물'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결국, 마쓰자카는 작년 11월 8년 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접고 일본 무대로 복귀했다. 비록 미국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뒀지만, 소프트뱅크는 3억 12억 엔이라는 대형 계약으로 '괴물 투수의 컴백'을 반겼다.

현재 마쓰자카의 구위는 8년 동안 탈삼진왕 4회, 완투 72회를 기록하던 시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마쓰자카는 지난 4일 한신타이거즈와의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피안타 4개, 볼넷 2개를 기록하며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진 못했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는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마쓰자카는 여전히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영웅이다. 이대호의 팀 동료가 돼 국내 팬들에게도 자주 선보이게 될 마쓰자카는 8년 만에 돌아온 고국에서 '괴물'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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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마쓰자카 다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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