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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심리학자는 5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초청으로 "분단 트라우마"에 대해 강연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5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초청으로 "분단 트라우마"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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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색깔 공포증을 어느 정도 완화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공포증 치유는 회피가 아니라 정면 승부다. 정치인 가운데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정면 승부였다. 선구자가 필요하다. 색깔 공격에 정면 승부해야 국민은 색깔 공포증이 완화되고, 그래야 미래로 갈 수 있다."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심리연구소 함께)이 강조한 말이다. 김 소장은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지난 5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연 '노동자 통일학교'에서 '분단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소장은 '빨갱이', '종북'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회를 분석했다. 그는 "분단이 오래되기도 했지만, 우리는 분단 극복을 위해 장고한 항쟁을 해온 민족"이라며 "지금도 박근혜 정부가 위기로 몰아 넣고 있는데, 항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그는 "국내 상황만 보면 그것은 극우 보수 세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사회 70년 동안 지배 집단은 변화가 없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같은 세력이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21세기에도 종북 사냥이다, 복지도 조금 하려면 격렬한 반대에 부닥친다"며 "한국 극우 보수 세력은 무능하고 도덕성이 없다, 어느 정도 산업화와 민주화된 나라에서 썩은 집단이 권력을 잡은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뿐이고, 그 무능함은 지난해 세월호 때 보여줬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 실수다, 처음에는 큰일이 났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생명을 구할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생각했던 게 우리 실수다. 처음부터 무능한 정권이라 예측했다면 국민이 속수무책으로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 때 현 정권은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미국 대사가 테러를 당했는데 문제는 정권이다. 미 대사가 테러를 당하게 남겨뒀던 정권이 문제다."

극우 보수 세력은 친일파... 색깔론이 강력한 무기

그는 극우 보수 세력도 잘하는 게 있다고 했는데, 그것은 '색깔몰이', '종북몰이'라는 것. 그는 "정상적인 정치가 벌어지는 유럽과 비교해 보면 된다, 유럽도 보수와 진보가 있고 갈등하다가도 서로 대화, 타협, 양보하며 같이 정치한다. 그것을 합리적 보수라 한다, 우리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보수는 진보를 죽였다, 빨갱이나 간첩으로 몰아 죽였다, 보수는 진보 정책에 대해 변화와 양보로 대화한 게 아니라 살인을 한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조봉암 선생 때가 첫 장면이었고, 이후 반복됐다. 한국 역사에서 패턴이 똑 같다. 4·19 때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국민은 민주화의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보수 언론들은 빨갱이가 나라를 망친다 했고, 그 뒤 5·16쿠데타가 터졌다. 색깔 공격은 쿠데타의 전조다.

1980년 다시 봄이 왔을 때, 민주화 열기가 분출되자 친북 좌경 세력이 나라를 망친다는 여론전이 나왔다. 그 뒤 12·12사태가 일어났다. 박정희는 '반공', 전두환은 '용공'을 내세웠다. 광주민주항쟁 때 배후에 간첩이 있다 했고, 그래서 군대까지 투입했다, 지난해와 재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박근혜 정부가 부정선거로 위기에 몰리자 내란 음모를 들고 나왔고 진보당 해산 사건이 벌어졌다, 조금도 변하지 않고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다."

김 소장은 이어 "한국에서 어느 정도 진보가 약진하면 색깔 공세가 들어온다. 그러다가 암흑기가 한동안 있다가 다시 진보가 약진하면 어느 순간 또 꺾인다. 1950년대와 1980년대가 그랬고 얼마 전에도 그랬다"며 "그러기에 진보 진영은 지친다, 한국의 극우 보수 세력이 70년간 집권한 비결은 색깔론이고, 그것이 강력한 무기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그는 "그들은 합리적인 보수도 아니고 이념적 보수도 아니다, 일본이 망했을 때 청산돼야 할 사람들인데, 한국에 미국이 들어오면서 눈치 빠른 그들이 미국에 충성하면서 살아난 것"이라며 "친일파는 바로 반공으로 극우 보수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극우 보수 세력은 간교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일부 월남자들은 이승만 정권이 맨날 잡아서 심사를 하니 남한에서 살다가는 언젠가는 간첩으로 몰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고, 살아남기 위해서 반공주의자가 된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일진'에 비유해 설명했다.

"일진이 무서워서 일진 밑에 부하가 되는 것이다, 이들한테는 대화도 없다. 화부터 낸다. 무서워서 화를 내는 것이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라면 자기와 다른 점을 접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 건강한 보수냐 진보냐를 구분하려면 대화해보면 안다. 합리적이면 대화가 잘 되고 그렇지 않으면 화부터 낸다. 한국 극우 보수는 다 화부터 낸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한국의 고정적 보수층은 생존형, 공포형이다."

김 소장은 "공포와 불이익이 있으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탄압과 불이익이 없다면 노조에 가입을 잘 할 것이다. 스웨덴의 노조 가입률이 90%는 넘는 이유가 그것이다"라면서 "우리는 노조 가입하라고 하면 탄압과 불이익을 받기 싫어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단 트라우마의 본질은?

그는 분단 트라우마의 본질에 대해 '레드 콜픔렉스'와 '북(北) 콤플렉스', '극우 세력 콤플렉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사회주의 공포가 사라졌기에 '레드 콤플렉스'는 먹히지 않고, '북 콤플렉스'도 조금은 있지만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 등을 거치며 많이 사라졌다는 것.

그는 "황석영이 북을 방문하고 와서 쓴 책이 <사람이 살고 있었네>였다. 그 전에는 마치 머리에 뿔 달린 사람들이 사는 정도로 여겼는데 실제 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천안함을 북에서 폭파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도 종북으로 몰릴까 봐, 무인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렇게 조잡한 것을 북에서 날려 보냈겠느냐고 말하면 종북으로 몰릴까 봐 겁이 나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내가 빨갱이로 몰릴 수 있다는 공포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극우 세력 콤플렉스인 '색깔론 공포'라는 것.

"인혁당사건 관련자들이 지금은 무죄가 됐다. 그런데 당시 (인혁당 사건 관련자인) 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렸을 때, 그 동네 아이들은 그의 아들을 나무에 묶어놓고 돌을 던졌고 그의 부모들은 박수를 쳤다.

한국에서 종북이나 빨갱이로 몰리면 돌팔매를 당하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색깔 공포증이다, 공포증은 명백한 정신병이다."

김태형 소장은 "한국 사회는 많건 적건 다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집단적 정신병은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정신의 불구화', '정치의 기형화', '민중의 무력화', '분단의 영구화'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신의 불구화는 자유로운 사고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한 그는 '금지어'에 대해 말했다.

"'동무'나 '인민' 등의 말을 쓰면 바로 신고됐다. 사회적으로 그런 금지어가 굉장히 많다. 북에서 하는 말을 우리는 잘 못 썼고, 북에서 하는 주장을 그대로 하면 안 된다. 지금은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말도 하면 안 된다.

금지어가 있으면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다. 몇 가지 금지어만 있다고 해도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하나의 금지어로 끝나지 않고 연상되는 것이 많다. 결국 사고가 마비된다.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하나만 금지시켜도 생각은 반토막이라고 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5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초청으로 "분단 트라우마"에 대해 강연했다.
 김태형 심리학자는 5일 저녁 창원노동회관 대강당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초청으로 "분단 트라우마"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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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금지어가 있으면 사람은 무의식 중에 억압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그 말을 쓰지 않게 된다.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없다"며 "한국 사람 중 창의적인 사람이 별로 없다. 이 정부는 '창조 경제'를 한다는데 생각을 억압해 놓고 되겠느냐"면서 "교육의 문제도 있지만 금지어가 문제고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똑똑한 사람이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가 그 불편함을 모르고 사는 게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판단 능력'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무슨 일이든 진위 판단이 기본이다. 참과 거짓 판단을 말한다. 참과 거짓을 판단하지 않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며 "그런데 우리 사회는 대개 그런 판단을 하기 전에 종북 판단부터 먼저 한다. 종북이 아니라는 판단이 돼야 진위판단을 한다. 이는 비정상적이고, 우리는 여기에 습관이 돼 있다"고 말했다.

"종복으로 몰릴까 겁먹고 진위 파악 안 해"

지난 대통령 선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불리해졌을 때 무엇을 들고 나왔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었다. 그런데 후보도, 토론자도 그 진위를 판단하지 않았고, 종북 판단에 걸릴까 봐 그랬던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엄청난 정치적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진위 판단을 하지 않고 토론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민주당은 종북으로 몰릴까 봐 겁을 먹고 진위 파악을 못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NLL 공세에 민주당이 후퇴하는 것을 보고 계속 공격했던 것"이라며 "싸움은 사기와 사기가 부닥치는 것인데, 상대의 사기가 꺾이면 몰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극우 보수 세력은 '종북', '색깔론'이 있기에 한국 사회에서 질 수가 없다, 그것은 신의 무기다, 우리는 악몽이다"며 "그런데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논할 수 있나, 한국사회는 색깔 공세, 종북 공세로 국민이 다 머저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소장은 "박근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 주장하나 자기가 다 깨놓았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은 사상의 자유이고 그것은 상식이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자유민주주의다"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전교조를 욕하니 문재인 후보는 법적으로 인정된 합법적인 조직이라고 했다. 그 때 박근혜 후보는 합법이 아니면 되는 것이라고 보았을 것이다. 박근혜 치하에서 누가 제일 먼저 불법화 되었나, 바로 전교조이고, 그 다음이 진보당이었다. 누구 책임이냐. 이제 민주노총도 불법화 될 것이다. 불법화되면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 보기에 그런 것이다."

김 소장은 "그 때 문재인 후보의 발언은 굉장히 나쁘다. 생각이 다르지만 인정해 주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냐고 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으로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했다"며 "자유민주주의는 어떤 사상도 인정하는 사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한테 사상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현실은 사상의 자유가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것에 국민이 너무나 익숙해 있다"며 "누구는 사상의자유도 좋지만 대한민국의 특수성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히틀러와 같은 개소리다. 히틀러는 유대인은 안 된다는 예외 조항을 두었다. 사상의 자유는 국제 보편적 자유이고, 제한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종북 정당이 만들어졌다고 하면 누가 심판해야 하나. 국민이 표로서 심판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파시즘, 파시스트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설치는 꼬라지다. 우리는 지금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 유럽은 18세기에 자유 민주주의가 되었다"고 말했다.

색깔 공포 깨지는 회피가 아니라 정면 승부

색깔 공포증을 깰 수 있는 적기가 지금이라고 했다. 그는 "공포증 치료는 회피가 아니라 정면 승부다.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개 사진을 보여주며 단련하고 그 다음에는 개인형을 보여주며, 그런 다음에는 멀리서 쳐다보고 나중에 가까이 가서 만져 보도록 해 개공포증을 없애도록 한다"며 "마찬가지로 핵심은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색깔 공포증을 피해 도망 다닐 게 아니라 정면으로 싸워야 한다. 종북으로 몰릴까 싶어 한 걸음 물러나면 자꾸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항쟁 때 공수 부대까지 투입했지만 저항했다. 이전에는 극우 보수 세력은 저항하면 총이었지만 광주에서 쓴맛을 보았던 것이다. 그 뒤 6월 항쟁 때 총을 투입하지 못했다"며 "옛날에는 유서를 써놓고 운동했다. 지금은 색깔 공세를 펴더라도 감옥에는 갈지언정 죽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색깔 공세를 깨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한다. 처음 하기에는 조금 어려운데 조금만 하면 된다. 반미투쟁도 처음에는 '매국' '친북' 등식이었지만, 198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사라졌다. 이전에는 주한 미군 철수 하면 잡아간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반미 투쟁도 평화적으로만 하면 된다"며 "결국에는 깨진다. 종북몰이도 2~3년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색깔 공세에 잘 싸운 정치인은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민주당 경선 때 승기를 잡으니까 반대파에서 색깔 공세를 폈다. 장인이 빨갱이 출신이라고 말이다. 그러면 여느 정치인은 사과하거나 해명하고 발뺌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변명도 후퇴도 하지 않고 '그러면 아내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냐'고 했다. 그 뒤 본선에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 죽은 '미선이, 효순이' 집회에 나간 것을 두고 '반미주의자냐'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반미하면 왜 안 되느냐'고 했다. 그러자 보수세력이 일거에 조용해졌다. 정면 승부의 위력이다."

김태형 소장은 "국민들은 색깔 공포가 있고, '일진'에 대한 공포를 깰 수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국민은 개에 대한 공포가 있는데 노 대통령이 개한테 돌을 던지며 싸웠고, 국민은 그것을 보고 공포가 사라질 것이라 보았다. 그때 50대 보수층의 이탈이 많았다"며 "그런데 지난 대선 때는 50대 보수층의 이탈이 없었다. 공수 부대 옷 입고 천안함 군인 묘역 참배하는 후보가 있었는데, 개가 무서워 간식 사다 주었던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공포증을 얼마나 완화해 주느냐가 문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제시해도 보수층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대선 후보는 투사여야 한다, 색깔 공세에 맞서 싸워야 하고, 그래서 보수표를 흔들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색깔 공세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꿈꾸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2015년을 기점으로 감옥에 갔다 올 각오를 하고 색깔 공포와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김태형, #분단,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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