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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조정식 의원 주최로 열린 '학술논문 무상공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조정식 의원 주최로 열린 '학술논문 무상공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학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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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이냐, '정보 공유'냐.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오픈 액세스(OA: 공개 접근)' 논란이 학계로 번졌다. 학술 논문 '무상 공개'를 놓고 한국연구재단과 민간 학술정보업체들이 맞서면서 저작권을 지닌 당사자인 학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학술지 논문 무상 공개' 토론회에선 학자들끼리 '대리전'이 펼쳐졌다. '오픈 액세스'에 무게를 둔 학자들은 한국연구재단의 논문 무상 공개를 적극 옹호한 반면, 저작권을 중시하는 학자들은 재단이 논문 공개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고 맞섰다.

KCI 논문 원문 '무상 공개'에 민간 DB 업체들 반발

이 같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2012년 9월 한국연구재단에서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 수록된 일부 논문의 '원문'을 무료로 제공하면서부터다. 세계적인 '오픈 액세스' 흐름에 맞춰 국가 지원을 받은 연구 결과물을 공개한다는 취지지만, 당장 논문 '원문'을 유료로 판매해온 누리미디어(DB피아), 한국학술정보(KISS) 같은 민간 학술DB(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업체들이 발끈했다.

현재 KCI 논문 100만여 건 가운데 원문이 공개된 건 36만 건 정도다. 누리미디어가 운영하는 유료 데이터베이스인 'DB피아'에는 그 6배에 가까운 논문 182만 건의 논문 원문이 올라와 있다. 아직 민간 의존도가 크지만 KCI 영향력이 커지고 공개 논문이 늘어날수록 민간 업체들은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학술 논문이 외국 'SCI(과학인용색인)'에 등재된 학술지에 실리면 화제가 되는 이유는, SCI가 전 세계 학술지들을 수시로 평가해 우수한 논문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SCI급 논문' 숫자가 대학과 교수의 연구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돼 논란을 빚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연구재단에서 지난 2008년부터 학술정보시스템인 'KCI'를 만들어 국내 등재(후보 포함) 학술지 2000여 종에 실린 논문 데이터베이스(DB)와 인용 통계 등을 제공해왔다.

전 세계 학술 논문 시장을 장악한 거대 출판사들에 맞서 논문의 자유로운 공유를 바라는 학자들의 '오픈 액세스' 운동이 활발하다. 연구재단도 이런 추세에 맞춰 지난 2012년부터 재단 연구비 지원을 받은 인문사회과학 분야 논문을 중심으로 원문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또 학술지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온라인 접근성'을 평가 항목에 넣어 원문 무료 공개시 가점을 주는 형태로 '오픈 액세스'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재단에선 저작권 문제 해소를 위해 학회에 '원문 공개 동의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민간 업체와 일부 학자들을 이를 원문 공개 강요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상혁 숭실대 법대 교수는 "연구자들 평가와 연구 지원 권한을 갖고 있는 연구재단에서 학회에 하는 요청은 현실적으로 요구나 강요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오픈 액세스가 대세인 건 맞지만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허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공개 접근은 학술지 출판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원문 공개 동의서도 학회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학회와 연구자들도 논문의 상업적 이용보다는 공개 접근으로 더 많이 인용되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안효질 고려대 법학과 교수도 "학회나 학자들은 (저작권으로) 돈을 받는 것보다 자기 논문이 얼마나 많이 읽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학술지의 생산자가 동시에 소비자인데 또다시 구독료를 내게 되면 중간에서 유통업자들만 큰 이익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경상대 정치학과 교수는 "논문 저작권이 사적 기관에 가는 것도, 공공 기관에 가는 것도 반대"라면서 "사회적 관리 기구를 통한 관리가 상생의 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 논문은 '금값', 국내 논문은 '헐값'... "오픈 액세스는 대세"

오픈 액세스가 확산되면 현재 학술 DB를 유료로 구입하고 있는 대학과 도서관은 그만큼 이익이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연 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학술 논문 시장 90% 이상을 톰슨로이터나 스프링거, 엘스비어 같은 외국 대형 출판사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관련 매출 규모는 15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서울대에서 지난 2013년 글로벌 업체인 엘스비어에 지급한 외국 논문 1년 구독료가 20억 원인 반면, 국내 업체인 누리미디어에 지급한 구독료는 1/20 수준인 3718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외국 논문 1편당 4천 원꼴인 반면, 국내 논문은 50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상혁 교수는 "학술 저작물이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실제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외국 거대 출판사들이 국내 유명 학술지 저작권을 사들여 되팔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민간업체는 국내 논문을 외국에 유료로 판매해 국내 연구자에게 돌아갈 몫을 키우자는 입장인 반면 연구재단은 공개 접근 확대가 국내 학계 영향력을 높이고 민간 업계도 단순 '논문 장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최순일 누리미디어 대표는 "앞으로 논문 판매 수익을 학회뿐 아니라 연구자 개인에게도 지급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SCI가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링크만 하는 것처럼 KCI도 원문 공개를 중단하고 학술지 평가에서 오픈 액세스 항목도 없애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전 세계 학자들이 국내 논문을 손쉽게 읽고 인용하게 되면 그만큼 국내 학술지의 가치와 영향력도 올라가고 도서관도 학술지 구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앞으로 민간 업체와 연계해 KCI 인용 정보와 원문 공개 자료로 고부가가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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