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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을 손에 들고 춤을 추고 있는 여인들
▲ 우리춤 한삼을 손에 들고 춤을 추고 있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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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춤이 저를 살렸어요.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는 거의 죽은 상태였다고 보아야죠. 당시 지독한 우울증과 신경쇠약 등으로 병원에 가도 가망이 없다고 할 정도였어요. 아는 스님께서 절에 와 있으라고 해서 절에도 들어가 있었고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져 몸 하나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지인의 권유로 수원시 장안구 정자3동 주민센터를 찾아갔다고 한다, 이제 햇수로 춤을 춘 지 4년 정도 되었단다. 김영희(여, 65세)씨는 그렇게 심한 우울증 때문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며칠 못 가서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벌써 4년 가까이 춤을 추면서 이제는 그런 증상이 다 사라졌다는 것이다.

"병원 문턱이 닳게 다녔어요. 하지만 어느 곳도 내 아픈 것을 고치지 못했죠,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차츰 몸이 좋아지더니 이제는 과거에 그런 증상이 사라졌어요. 사람들도 저를 보고 좋아졌다고 하고요. 그 지겹게 드나들던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아요. 우리 춤이 저를 살려낸 것이죠." 

한국무용은 무거운 것을 이용하지 않고 뛰지를 않아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좋다고 한다
▲ 교방소고 한국무용은 무거운 것을 이용하지 않고 뛰지를 않아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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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춤을 추는 이유가 다 달라

김영희씨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에 함께 춤을 추던 사람들이 '맞다'고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장안3동 한국무용실을 찾았을 때는 단 3일도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는 것이다.

흰 수건을 들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어느 순간 수건을 허리에 감고 소북을 들고 일어났다. '교방소고춤'이라고 하는 이 춤은 일본에서 활동을 하다 세상을 떠난 재일교포 춤꾼인 정민류의 춤이다. 과거 일본으로 건너간 교방청의 무기(舞妓)에게서 배운 것이라고 하는 이 춤은 민속무용 중에서도 특이한 춤사위를 갖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수원시 장안구 대평로 85(장안동)에 소재한 정자3동 주민센터 2층 연습실에서 춤을 추고 있는 15명의 한국무용반 회원들을 만났다. 정자3동의 한국무용반은 이제 강습을 시작한 지 5년째라고 하는데, 실력들은 10년을 했다는 곳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지도강사 양청자(여, 69세)씨에게 제대로 춤을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40~60대의 여성들의 문화활동이 많아졌다
▲ 문화강좌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40~60대의 여성들의 문화활동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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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방소고춤은 무기들이 추던 춤으로 한삼수건과 소고를 들고 춤을 춘다
▲ 교방소고 교방소고춤은 무기들이 추던 춤으로 한삼수건과 소고를 들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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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봉사와 공연으로 다져진 실력

"저희는 봉사도 많이 하고 공연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거리공연도 하고 행궁 앞 공연도 했고요. 우리 한국무용반 회원들은 기본이 제대로 되어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죠."

그래서 춤을 가르치기가 수월하다고 한다. 이제 춤을 춘 지 5년이 지났다는 안태옥(여, 62세)씨는 춤을 추고 나면 집안일을 하면서 뭉쳤던 근육도 풀어지고, 늘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한국무용은 심하게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을 위해서 좋다는 것이다.

"저는 원래 경기민요를 한 지 15년 정도 되었어요.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서 소리를 하려면 발림(소리를 하면서 움직이는 동작)을 해야 하는데 그냥 뻣뻣이 서 있는 거예요. 그래서 몸의 유연성도 있어야 하고 소리에 맞춰 동작을 해야 하기 때문에 5년 전부터 춤을 배웠어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추고 있는데 몸이 많이 율동을 타는 것 같아요,"

연습실 맨 앞에서 작은 체구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던 양혜은(여, 58세)씨는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그런가 하면 지금은 우리 춤을 추고 있지만, 5세부터 춤이 좋아서 모든 춤을 섭렵했다고 하는 김영희(여, 58세)씨도 있다.

연습을 마치고 잠시 쉬는 틈에 포즈를 취해준 한국무용반
▲ 한국무용반 연습을 마치고 잠시 쉬는 틈에 포즈를 취해준 한국무용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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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세부터 춤이 좋아 춤을 추었어요. 중간에도 그만두지 않고 춤을 추는 바람에 재즈댄스, 라인댄스 등 안 추어본 춤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한 가지를 한 3년 이상씩은 추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역시 우리 춤이 최고인 것 같아요. 우리 춤은 선이 부드럽고 버선코처럼 아름답게 표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춤은 누구나 다 출 수 있다. 하지만 그 춤을 추는 사람들의 사연은 다 다르다. 우리 춤의 춤사위는 직선을 그리지 않고 둥근 선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땀을 흘리며 두 시간씩 연이어 춤을 추는 여인들의 표정이 그렇게 편안한 것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네이버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무용, #문화활동, #수원, #정자3동, #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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