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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피습당하는 유례없는 사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일단은 차분하다. 이런 가운데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한중일 과거사를 덮고 가자'는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 차관 발언 파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에드워드 동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담당 공사참사관은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과 관련해 5일 오전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과 한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한미관계와는 관계없는 아이솔레이티드 인시던트(isolated incident· 돌출적인 개별 사건)"라고 규정했다. 사건을 확대시킬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어 '웬디 셔먼 정무 차관의 발언이 우리의 오해를 산 데 이어, 다시 이런 사건이 생김으로 인해 한미 동맹 관계에 부정적인 인식·오해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한미 양국이) 공유하고 이것이 한국 및 미국 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같이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관련한 공공 메시지를 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가 신속히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대해 미국 측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돌출적인 개별 사건'(Isolated incident)규정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도 리퍼트 대사가 치료받고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브리핑에서 "리퍼트 대사가 위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회복을 빌어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양 정당, 한국인들, 처치해준 병원에 감사한다"는 '절제'된 행동을 보였다.

미 국무부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이같은 폭력행위를 규탄한다"는 내용 이상의 다른 고강도의 표현을 하지 않은 것도, 이번 사건을 '아이솔레이티드 인시던트(Isolated incident· 돌출적인 개별 사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난처한 입장일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번 사건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미관계 전문가인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씨가 일본 대사에게 돌을 던지거나 분신을 시도하는 극단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이솔레이티드 인시던트(Isolated incident· 돌출적인 개별 사건)라는 규정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단히 정확하고 외교적인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한미 양국은 큰 틀에서 이번 사건을 로키(low key, 낮은 목소리)로 자세)로 가져가되, 세부적으로는 대사에 대한 경호 수준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이번 사건은 현재까지는 개인적 사건으로 보이는데, 미국 정부도 쿨하게 대응할 것이고 우리 정부도 파장을 키우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다만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과 엮여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미국 여론 상황에 따라서는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한 한국 측의 발언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도 이 사건을 돌출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셔먼 차관 발언 문제와는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 사건은 그 사건대로 처리하고, 셔먼 차관 발언에서 나타난 미국의 잘못된 한중일 과거사 인식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그:#마크리퍼트, #ISOLATED INC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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