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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5일 12 : 51 PM.

화면 속에는 '국민 대합창, 희망의 나라로!'라는 TV 자막과 함께, 행사장 가득 현제명 작사·작곡의 '희망의 나라로'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새 대통령은 천천히 국회의사당 중앙 분수대 쪽을 향해 걸으면서, 이곳저곳 환호하는 축하객들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한다. 축하객들은 대통령의 그런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서, 연신 즐거워하는 표정들이다.

마침내 대통령이 한 바퀴 인사를 마치고, 행사장 입구의 대통령 전용 리무진에 도착을 한다. 그때, 스피커를 통해 사회자의 안내방송이 다시 흘러나온다. 폐식 선언이다.

"이것으로써 오늘 제 19대 대통령 취임식을 모두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석하신 내빈과 국민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윽고 화면에는, 전용리무진 위로 상반신을 드러낸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리무진이 서서히 이동을 하면서 차츰 차량 퍼레이드 대열이 만들어지고 있는 동안, 새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채 계속해서 손을 흔들고 있다. 화면 하단에 '대통령,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 행사장을 향해 출발'이라는 자막이 나오고, 그 장면을 배경으로 앵커와 해설자간의 대담이 다시 이어진다.

"자, 이제 이것으로써 오늘 국회에서의 행사는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면, 거리에서 축하를 보내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대통령 차량행렬의 카퍼레이드가 곧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 정문 앞에서부터 차량들이 서서히 이동을 한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길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새 대통령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다.

"자… 박 소장님. 지금 이 카퍼레이드가 끝나게 되면, 대통령께서는 곧바로 광화문 행사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동을 위해 지금 대통령이 탑승하고 있는 저 차량이 대통령 전용 의전차인가요?"

"네, 맞습니다. 보시다시피 대통령이 선루프 밖으로 상반신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카 퍼레이드에 적합한 차량이라고 볼 수가 있죠."

"그런데, 박 소장님. 정식으로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만큼, 경호에 있어서도 대선 후보일 때와는 달리 대통령 경호로 그 수준이 크게 바뀌게 될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게 됩니까?"

"일단 그 부분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이때, '등'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도 포함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바뀌는 부분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3선 경호'를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대선 후보시절에는 그저 '근접경호' 수준에서만 경호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죠."

"또 다른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또 다른 변화라고 한다면… 일단 최고 수준의 경호를 의미하는 '갑호 경호' 대상자로 신분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경호가 시작 되는 것이죠. 그 시점은, 중앙선관위에서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된 직후부터입니다. 바로 이때부터 새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전용기와 전용헬기, 그리고 특수방탄차량 및 전용차 등이 경호를 위한 목적으로 운행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갑호 경호'에 해당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을호 경호'인가요?"

"네, 그렇죠. 국무총리나 국회의장, 그리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등이 '을호 경호'의 대상들입니다."

"소장님, 그러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이 이용했던 의전차나 전용 방탄차로는 어떤 종류들이 있었을까요? 혹시 설명, 가능하시겠습니까?"

"하하하. 아무래도 그런 질문이 혹시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제가 한 번 미리 조사를 해봤습니다. 다행이다 싶네요. 우선, 대통령은 아니지만 고종황제께서는, 포드 A형 4인승 무개차 리무진을 이용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캐딜락 방탄차를 사용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이용했는데요, 이 차종은 미국적인 이미지가 매우 강한 차량들이었죠.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보다 경호목적에 적합한 차량들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경호목적에 보다 적합하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요?"

"네,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첨단과학을 동원한 차량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전차량은 벤츠 S600 풀만 가드였는데요, 문두께만 40Cm로 소총, 저격용 총, 대전차무기의 직접적인 공격에도 방어가 가능한 차량이었습니다. 게다가 화학전에 대비해서,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이 가능한 차량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이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다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BMW 760Li 하이 시큐리티라는 차량을 이용했는데요, AK47 자동소총의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췄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직전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최초로 국산 방탄차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제 18대 대통령 취임식 때 최초로, 국내 자동차업체인 현대차에서 생산했던 국산 방탄차를 이용했는데요, 차량명은 '에쿠스 스트레치드 에디션'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번 제 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운행되고 있는 차량은 어떤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까?"

"제가 구체적인 모델명은 아직까지 확인을 못했고요… 다만 대통령 전용차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능들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명을 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방탄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총격으로부터의 보호는 방탄차의 기본이니까요. 다음으로는 자체적인 소화시스템입니다. 차량화재와 화학적인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또 다른 특징들이 있다면요?"

"네, 차체는 기본적으로 카본 방탄소재로 만들어서 수류탄이나 기관총에도 버틸 수 있고요, 심지어는 대전차 지뢰 정도의 폭발력에도 차체 내부는 안전하도록 제작이 됩니다. 그리고 타이어는 총격을 받고 터지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특수타이어 이고요, 차체 뒤의 트렁크에는 화학적 공격에 대비한 공기정화 시스템, 그리고 대통령과 똑같은 혈액형의 비상용 혈액박스가 항상 구비되어 있습니다."

"듣고 보니, 어마어마하네요. 그러면… 앞서 말씀하신 '갑호 경호'란 과연 어떤 수준의 경호를 말하는지, 좀 구체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때, 카퍼레이드 행진은 국회와 여의도 순복음 교회 앞을 지나, 계속해서 마포대교에 이르고 있었다. 이후 속력을 내서 마포대교를 건너더니, 다시 공덕동 로터리와 충정로, 서울시청 방면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그럼 어디, 다시 한 번 설명을 드리도록 해볼까요? 우선 대통령이 이동하는 모든 공간과 동선에는, 가장 많은 숫자의 대한민국 최고 수준 경호 인력들이 배치됩니다. 경호의 전 과정은 대통령 경호실에서 직접 지휘를 하는데요, 군과 경찰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또 기본적으로, 방탄 승용차와 더불어 경찰 기동타격대의 호위차량 등이 동시에 경호업무를 수행합니다. 대통령을 만나려는 방문객들은 사전에 철저히 점검을 하게 되고요, 오늘 광화문 행사 같은 경우에는, 신원확인과 더불어 비표를 사전에 발급받은 사람들만 행사장 입장이 가능합니다. 또 주변의 모든 건물 옥상과 이동 경로 곳곳에는, 경찰특공대와 더불어 저격요원들이 배치되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되기도 하구요."

"오늘 광화문 행사장 같은 경우에는, 공개된 장소라 경호에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오늘 광화문 행사 같이 특별히 공개된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기본 경호 인력과는 별도로 추가 인원들이 배치되게 됩니다. 대략 약 800여 명에서 1000여 명 정도의 경비·경호 인력들이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말 그대로 물샐 틈 없는 경호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다음으로, 행사장에서는 과연 어떻게 경호가 이루어지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네. 일단 행사장 경호경비는 제 1선의 안전구역과 제 2선의 경비구역, 그리고 제 3선의 경계구역 등으로 나뉘게 됩니다. 제 1선의 안전구역은 행사장 내부를 말하는데요, 절대 안전 확보구역입니다. 여기에서는 비표확인 등을 통한 출입자 통제 감시가 이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제 2선의 경비구역은… 주로 내곽의 주 경비지역을 말하는데요, 행사장 접근로에 검문조와 순찰조를 운영하면서, 거동이 수상한 자나 위해요소를 제거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바리케이트 설치와 더불어 소방차나 구급차 등이 미리 배치되는 구역입니다."

"그러면 제 3선은 좀 더 외곽에 해당하는 지역이겠군요?"

"그렇죠. 제 3선의 경계구역은 주로 행사장 외곽을 말하는데요, 여기에서도 감시조를 운영하면서 원거리의 불심검문과 검문차단 등이 이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일단 제 1선은 청와대 경호실이 담당을 하고요, 경찰과 군이 2선과 3선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행사장 1, 2선에서는 경찰마저 총기휴대가 금지되게 됩니다. 그리고 국군기무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청와대 경호실의 업무를 지원하구요, 경찰청에서는 청와대 경호실의 지휘를 받는 경찰특공대를 현장에 배치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필요할 경우, 국정원이나 합동참모본부, 그리고 육군본부 등이 청와대의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야말로 물샐 틈 없는 경호라는 게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조금은 실감이 가는군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주요 인사나 대통령의 경호에 문제가 생겼다던가 하는 과거의 사례는 혹시 없었나요?"

"왜 없겠어요. 사람일이라는 게 당장 한 시간, 혹은 30분 뒤의 일도 알 수가 없는 일인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순간 허점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죠. 일단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면, 외국의 경우…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가다가 총격을 받아서 사망했던 사건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전두환 정권 때 있었던 버마 아웅산 테러폭파사건 등을 꼽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 두 차례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했던 일이 있는데요…"

"아!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에도, 우리에게 경호의 책임이 있습니까?"

"그 부분은요… 일단, 앞서 말씀드린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부분하고, 경찰학 사전에 나오는 경호 대상에 대한 내용으로 설명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우선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제4조, '경호대상'에 대한 부분을 보면요… 대통령 경호실의 경호대상으로서 6번째 항목에 '그 밖에 실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내외 요인(要人)'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리고 경찰학 사전에서는 '외국귀빈'의 항목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외국귀빈 중 경호대상 1등급은 대통령, 국왕, 2등급은 행정수반, 3등급은 수상, 부통령, 4등급은 1·2·3등급 이외의 장관급 외빈으로서 경찰청장이 경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인사'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주한 미국대사는 4등급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나요?"

"아마도 그렇겠죠? 그런데, 2011년하고 2015년 두 차례에 걸쳐서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공격행위가 있었습니다. 특히 2015년 3월 5일 오전에 발생했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공격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는데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홍사덕 전 의원이 대표상임의장으로 있었던 '민화협'의 행사 도중… 갑자기 범인이 25Cm의 과도로, 주한 미국대사의 얼굴과 손목 등을 공격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단 급하게 수술을 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지만,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던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책임소재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겠죠. 그럴 경우에, 책임소재는 대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선, 근접경호를 소홀히 했던 미 대사관 측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구요, 그리고 사전에 검색 등을 통해 미리 사고를 막지 못했던, 우리 경찰 측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봐야겠지요."

"주최 측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경찰에 책임이 있는 겁니까?"

"그건 말이죠, 그 이전인 2011년 8월 25일에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자유총연맹이 개최했던 행사에,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했다가… 대사가 탑승했던 차량을 향해 시위대가 물병과 서류가방 등을 던졌었는데요, 그 사건을 경찰이 과연 어떻게 처리했었는지를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경비·정보 책임자가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중부경찰서 경비과장과 정보2계장을 경질하고, 중부경찰서장에 대해서는 서면 경고를 내렸던 것입니다."

"그러면, 겨우 물병 투척 정도에도 그런 징계를 내렸는데… 마크 리퍼트 대사의 경우에는, 더욱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졌겠네요?"

"제가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기억을 하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럼, 경호와 관련된 역대 사례 중, 가장 최악의 경우라면 어떤 사건을 예로 들 수 있을까요?"

"그건 뭐… 두말 할 것도 없이, 1979년 10월 26일에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죠."

"왜 그렇게 판단하시는지 그 이유는?…"

"혹시 앵커께서는 영화관람 좋아하십니까?"

"네, 바빠서 자주는 못 보고…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보기는 합니다만, 갑자기 그 질문은 왜 하시는지…"

해설자가 질문에 대한 앵커의 답변을 들으면서, 동시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테블릿 PC에, 뭔가를 띄우고 있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 포스터
 영화 '그때 그사람들' 포스터
ⓒ MK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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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과거에 배우 한석규와 백윤식씨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포스터입니다. 임상수 감독이 제작을 맡아서 2005년에 개봉을 했으니까, 꽤 오래된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1979년 10월 26일…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에 의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대통령 경호 역사상, 최악의 사례로 꼽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측근 부하의 총을 맞고 사망한 케이스는 아직까지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그것도 청와대 경호실장이 바로 옆에 있던 자리에서…. 또 무엇보다도 민망하면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자리에 측근들 외에도, 결코 대통령과 함께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 말씀이신가요?"

"일단 다시 한 번 이 영화 포스터를 보시면, 그때 그사람'들'이라고 되어있죠? 뭐… 좀 연세가 있거나,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아는 내용이겠지만, 당시 그 술자리에는 가수 심아무개 씨하고, 모델 신아무개 씨가 같이 있었습니다. 둘 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겨우 20대 초반의 나이어린 여학생들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김재규의 재판과정에서 나왔던 당시 중앙정보부의 의전과장이었던 박선호 씨의 진술을 보면, 그런 술자리가 한 달 평균 열 차례씩이나 있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해병대 대령 출신으로서 매우 성실하고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던 박선호 중정과장의 입장에서는 참 괴로운 일이었겠죠.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도저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호소를 하면… 김재규나 차지철이 압력을 가해서 그 일을 계속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당시 재판 과정을 보면, '차지철 실장이 TV나 주간지를 보다가 여성을 지명해놓고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부르라고 해놓고, 돈이라고는 10원도 주지 않았다'며 차지철을 매우 원망하는 내용까지도 나옵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들이,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하기로 결심했던, 결정적인 동기 중의 하나로 작용을 했다는 겁니다."

"원 세상에… 그런 일들이 다 있었나요?"

"그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마항쟁에 대한 대책을 질문하자, 차지철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즈가 1975~79년 사이 3백만 명을 학살했는데, 우리도 한 1,2백만 쯤 싹 쓸어버리면 문제없다'는…. 그런데 김재규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유화책을 써야한다고 주장을 하자, 박 전 대통령은 '김영삼을 구속하라고 했더니, 유약한 중앙정보부가 야당 공작도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서 시국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김재규에게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김재규가 보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술과 여자에 빠진 나머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꾸만 차지철이 주장하는 폭압적인 방법에만 관심을 기울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당시 사건 기록을 보면, 김재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 매우 잔인한 방법으로 사살을 한 것으로 나옵니다."

"대체 어떤 방법이었기에, 그렇게 표현을 하시는지…"

"우선 김재규는 차지철을 향해 먼저 권총을 발사했는데, 차지철은 팔에 관통상을 입고 화장실로 피신을 해버립니다. 대통령 경호실장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 부분 역시 제가 역대 최악이라고 보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어떻게 경호실장이 대통령을 내팽긴 채 도망을 갈 수 있지요?

그리고 그 다음으로… 김재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두 발을 연속해서 발사를 했는데, 첫 발은 가슴에 맞았으나 치명상은 아니었고, 두 번째는 불발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밖으로 나가서 또 다른 권총을 가져온 뒤… 김재규는 당시 자리를 함께 하고 있던 신아무개양의 무릎에 상반신을 기대고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머리 뒤통수에 정조준을 한 채,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립니다.

김재규가 얼마나 인간 박정희를 증오하고 혐오했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러니 이 모든 상황들을 종합해서 봤을 때, 대통령 경호역사상 역대 최악의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순간, 해설자가 남성앵커와 진지하게 대담을 나누는 중간에… 여성앵커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안내를 하기 시작한다.

"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드디어 대통령께서 광화문 행사장에 거의 도착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멈추고, 다시 현장의 상황을 지켜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 멀리서 카퍼레이드 행렬이 점점 광화문 행사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배경음악이라도 깔리게 되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만큼 멋지고 웅장한 모습들….

현재시각 01 : 25 PM.

마침내 현장의 행사장 사회자가 스피커를 통해, 광화문 행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태그:#대통령 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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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도의회 의원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국토균형발전 특별보좌관 (전) 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신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현)호남신성장 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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