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에서 황정음이 지하실의 아이였다

<킬미, 힐미>에서 황정음이 지하실의 아이였다 ⓒ MBC


후반으로 갈수록 할 이야기가 떨어져 분위기가 처지기 쉬운 드라마에서 이토록 매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MBC <킬미, 힐미>는 명품 드라마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매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킬미, 힐미>가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에 눈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한 반전들을 모아봤다.

반전1. 지하실의 아이는 오리진이었다

<킬미힐미>는 처음부터 차도현(지성 분)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다중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배경에 '학대'라는 키워드를 끼워 넣으면서 그와 함께 있었던 아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다.

그와 함께 지하실에 있었던 아이는 쌍둥이 남매 오리진(황정음 분)과 오리온(박서준 분) 중 하나로 좁혀졌다. 처음부터 승진가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차도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오리온이 지하실의 아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으나 결국 지하실의 아이가 오리진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반전을 선사했다.

작가는 이 설정을 바탕으로 둘의 인연의 끈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이야기 전개에 반전을 끼워 넣을 구성을 촘촘하게 짜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반전2. '기억해, 오후 10시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

오리진이 지하실의 아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그간 단순히 재미를 위해 쓰였다고 여겨진 대사들까지 의미 있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은 단연 최고였다. 7가지 인격 중 하나인 신세기(지성 분)가 오리진에게 던진 '기억해, 오후 10시.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대사는 초반에는 단순히 신세기의 저돌적인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웃음 포인트 정도로 사용되었지만, 사실은 지하실에 갇힌 오리진을 찾아온 차도현이 서로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을 의미했다. 이 10시라는 시간에 의미가 생기자 초반의 내용과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반전3. 학대당한 아이는 차도현이 아니라 오리진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대당한 아이가 줄곧 차도현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오리진이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전은 또 일어났다. 마음이 산산이 조각나 부서져 버린 차도현이 오리진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인격을 만들어 냈다는 설정은 둘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된 동시에 또 다른 반전으로 시청자를 놀라게 한 포인트였다.

반전4. 오리진의 본명은 차도현이었다

나올 수 있는 반전은 다 나왔다고 여겨진 가운데 오리진의 본명이 차도현이었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충격을 던져주었다. 오리진은 한때 차준표(안내상 분)과 혼인했던 민서연(명세빈 분)의 딸로 승진그룹의 호적에 올랐다. 그러나 승진가에 화재 사건이 일어나면서 지순영(김희정 분)에게 구조되어 키워졌다. 그러나 승진가에서 살던 당시 가졌던 이름이 차도현이라는 사실을 예상한 시청자는 아무도 없었다.

극 중 차도현의 인생 자체가 거짓 위에서 세워진 것이었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주제를 더욱 극명하게 하는 동시에 시청자의 허를 찌른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반전5. 방화범의 정체

승진가에 불을 낸 사람이 신세기였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선사한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줄곧 '의문의 방화 사건'으로 일컬어졌던 승진가의 방화 사건이 사실은 새로운 인격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설정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인 것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방화 역시 오리진을 구하기 위해 저지른 일로서 신세기가 초반 "네가 나를 불렀잖아"라고 오리진에게 했던 대사의 의미를 곱씹게 했다.

<킬미, 힐미>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치닫는 시점에서도 이 정도의 흡입력을 자랑하는 것은 <킬미, 힐미>가 그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것을 반증한다. 억지스러운 반전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산된 반전들이 <킬미, 힐미>를 명품으로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킬미힐미 지성 황정음 진수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