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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교장 캠프'는 전남 목포시와 해남군의 아동·청소년 드림터치서비스사업의 애칭이다. 문자 그대로 아동과 청소년의 꿈을 만져주어 깨어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방법으로 호랑이교장 캠프는 지속적인 체험을 택했다.

호랑이교장 캠프 학생들은 매월 1박 2일의 전국 체험을 떠난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캠프가 올 2월에 어느덧 12번째가 되었다. 호랑이교장 캠프는 한 기수가 1년 간 12번의 체험을 하기에 이번이 마지막 캠프이다. 기자는 이들의 마지막 캠프를 동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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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본관 앞에서 선 미래의 대통령들 .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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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점령한 호랑이들

호랑이교장 캠프 마지막 행선지는 대통령이 살고 있는 청와대다. 서울 사람들도 청와대 내부를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저 먼 남도의 아이들이 청와대를 방문 한다니, 애들이나 부모들이나 어느 체험 때보다 기대가 크다. 요즘 대통령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청와대의 인기는 그대로인 모양이다.

아이들을 태운 버스여서 4시간이면 도착할 서울에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물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아이들의 성화에 휴게소를 여러 번 들린 탓도 있었다. 마침내 도착한 청와대는 입구부터 긴장감이 돌았다. 영화 속 장면에서나 보았던 검은 복장의 잘생긴 경호원들이 귀에 이어폰을 꼽고 연신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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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원앞에서 단체사진 한 장! .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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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시작된 보안검색은 철저했다. 동선에 따라 이동할 때마다 아이들의 숫자를 확인하느라 경호원들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행여 아이들이 겁먹지나 않을까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소정원에 들릴 때만 해도 공원에 온 듯 한 기분이었지만 청와대 본관이 눈에 들어오자 '와'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텔레비전 뉴스시간에 보았던 청와대 건물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니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다.

대통령이 금방이라도 나와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것 같았다. 청와대 본관 2층에서 대통령이 집무를 본다고 안내원이 설명해 주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심장부에 서있는 아이들을 보는 인솔교사들의 기분도 흥분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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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선물도 받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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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우리가 영빈관의 귀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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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말썽꾸러기 호랑이들을 조련하느라 고생한 선생님들 .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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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청와대 본관 앞에서 카메라 촬영이 허락되었다. 평소 같으면 사진 찍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중학생 남자들도 이번엔 군소리 없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모르긴 해도 학교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할 게 분명했다.

본관을 지나 외국 귀빈들이 오면 만찬을 한다는 영빈관에도 들렸다. 웅장하면서도 기품이 있는 영빈관 건물을 보니 오늘 우리 아이들이 귀빈이 된 듯해 보였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우리 아이들이 외국 귀빈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청와대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의 졸업식을 연출하다

평생 잊지 못할 청와대 방문을 뒤로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캠프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마지막 밤인 셈이다. 평소 같으면 저녁에 모여 만들기, 태권도, 축구, 장기자랑 등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지만 오늘은 캠프 수료식이 준비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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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마지막 이별을 고 할때 .
ⓒ 이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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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몇 번 다니면서 무슨 수료식까지 하느냐고 반문을 제기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인솔교사들은 사뭇 진지했다. 지난 1년간의 행적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졌다. 자신들도 잊고 있었던 장면들이 지나가자 아이들의 눈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호랑이교장 캠프는 보통 1박 2일의 캠프 기간 3~5군데의 체험을 한다. 그러니까 어림잡아 1년 간 40곳, 이 넘는 장소를 방문한 것이다. 아마 어떤 가정의 아이들도 1년 간 이정도의 여행은 엄두를 못 낼 것이다. 경비도 문제이지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캠프 아이들의 부모들은 인솔교사들에게 무척 고마워한다. 처음 보냈을 땐 여느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생각했다가 인솔교사들의 정성과 아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만족스러워하며 캠프가 끝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만큼이나 아쉬워하는 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각 조별 인솔교사들에게 편지를 써왔다. 물론 캠프 집행부에서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르치기 위해 미리 공지하였지만 학교 숙제도 아닌 이상 아이들이 맘에도 없이 써올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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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께 감사의 편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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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아이들에게 앞에 나와 자신의 편지를 읽어보게 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씩씩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여자 아이가 편지를 읽다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1년 밖에 캠프에 참여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선생님들도 막 정이든 아이들 떼어야 하는 심정이었다. 유독 정이 많아 보이는 8조의 여학생들과 선생님의 이별 식은 여느 작은 분교 졸업식의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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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정이 많이 든 8조 아이들과 정경숙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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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에는 많이 놀리자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숙소로 돌아가자 성수목 호랑이교장과 인솔교사들이 1년을 마무리하는 회의를 하였다. 그리고 1년 동안 체험을 통해 변화된 아이들의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체험 초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다녔던 아이가 이제는 씩씩하게 변해서 가장 활발히 다닌다는 한 선생님의 말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성수목 호랑이교장 선생님은 캠프를 마무리 하면서 "초등학교 땐 많이 놀리고, 보게 해야 한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 주었다.

호랑이교장 선생님은 자녀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공부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많은 경험을 하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놀고 여행하는 것이 공부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지금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세계적인 과학 저널에 논문이 실릴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호랑이교장캠프는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도 더 많은 체험과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며 인솔교사들을 격려했다.

기자는 노인복지의 확대로 예산이 줄어 2015 아동·청소년드림터치서비스 사업에 참여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러면서도 호랑이교장 캠프가 존재하는 한 우리 아이들의 꿈도 존재 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호랑이교장 캠프는 3월부터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 전국을 누빌 것이다.



태그:#호랑이교장 캠프, #한국과학기술캠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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