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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증거목록 중 일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증거목록 중 일부.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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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3월 개최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박종철 열사의 유가족이 검찰에 수사·재판기록 공개를 신청했지만 공판조서 등 일부만 공개해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자 보호'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가족 1차 신청에 '사건관계인 명예 침해' 등 이유로 일부만 공개

박종철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58)씨는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검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재판기록을 열람·등사해 달라고 신청했다. 박씨가 공개를 신청한 목록에는 경찰의 송치의견서와 검찰의 공소장, 각종 수사보고, 피해자와 피의자쪽 진술·제출서류, 공판조서, 증거목록 등이 포함됐다.

당연히 고문경찰관 5명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포함돼 있다.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옥 후보자는 1차 수사 때 고문경찰관 중 한 명인 강진규 경사 조사를 맡았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달 17일 공소장과 공판조서, 증거목록, 피해자쪽 진술·제출서류 등 일부만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재판활동기록 열람(등사) 불허가(제한) 통지' 문서에 따르면, 검찰은 ▲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 침해 ▲ 소송관계인의 기록공개 부동의 ▲ 수사기관 내부문서(소송기록이 아니다) ▲ 법원에 제출되지 않거나 증거능력이 없어 재판중 증거로 사용하지 않은 서류 등을 이유로 핵심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박 후보자의 부실수사(축소·은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고문경찰관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은 공개목록에서 빠졌다. 검찰이 공개한 '증거목록'은 25쪽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공개된 자료는 거의 없다. 이에 박종부씨는 같은 달 26일 2차로 자료공개를 신청했다. 2차 신청에서는 1차 신청에서 받은 증거목록에 근거해 자료목록을 특정했다.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5일 오전 브리핑에서 "(유가족의 2차 신청과 관련해)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고, 구체적으로 (자료목록을) 특정한 부분은 형사소송법과 규칙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일반 사건과 같이 (공개를) 허용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청한 부분이 많은데 (공개) 허용 여부는 검토해서 금명간 결정해서 송부할 예정이다"라며 "법률상 허용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핵심 수사기록의 공개를 거부했다.
 검찰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핵심 수사기록의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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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의원 "검찰 출신 대법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이상호 2차장의 발언은 좀 전향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과연 공개할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공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로 참여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던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차 신청으로 줄 자료였다면 1차 신청 때 줬으면 될 일이다"라며 "언론에서 관련보도가 나오니까 검찰이 그렇게 나온 것인데 공개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검찰이 그동안 공언해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다'고 한다면 관련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구린 게 있다는 증거다"라며 "(핵심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지적했다.  

김학규 박종철 열사 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검찰은 유가족이 '어떤 목적'으로 자료공개를 신청했는지를 생각했을 것이다"라며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문제되는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종철 열사의 친형인 박종부씨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박 후보자가 당시 수사팀의 '막내검사'였다고 변명하는데 (1차 수사 때) 고문경찰관 강진규 수사를 맡았고, 이후 사건의 공소유지까지 맡았다"라며 "수사와 공소유지 검사로서 책임이 있는데 그 책임을 비켜가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박상옥 '막내검사' 아니었다 박종철 형으로서 울화통 터져").


태그:#박종철, #박상옥, #서울중앙지검, #서기호, #김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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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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