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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은 총 20만8329명으로 2013년(18만9189명 방한) 대비 10.1%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관광부가 발표한 '2014년 인도네시아인 출국객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아웃바운드(국내→국외) 시장은 2013년 대비 -0.93%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화폐 루피아화의 지속적인 가치하락과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인도네시아 아웃바운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한국 관광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통계에서 볼 수 있듯 일본의 성장세 또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 중 일본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은 총 15만8706명으로 2013년(13만6797명 방일) 대비 16% 성장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증가세가 빨라지기 시작했으며 금년에도 활황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은 방사능 누출사태와 잦은 지진으로 일본 방문 외국인관광객 숫자가 답보상태를 보이자, 파격적인 비자완화 조치를 통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외국관광객 2000만 명 유치목표를 달성하고자 적극적이고도 공격적인 비자완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이 관광객 유치수에서는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증가세가 가팔라졌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해 볼 수 있다.

2014년 12월 일본정부가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인도네시아인들 중 전자여권(e-passport)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전격적으로 시작한 무비자 시행이 인도네시아 방일객수의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기가 수월해졌고 인도네시안인들을 대우해 준다'라는 비자면제라는 발표가 주는 심리적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향후 일본 방문 인도네시아인들은 빠르게 증가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화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도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무비자 방문 허용을 선포했으며 금년 중 일본인들의 인도네시아 무비자 방문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국간 민간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일본으로 몰려가는 인니 관광객들, 그 이유는?

두 번째 이유는 엔저현상(엔화가치 하락) 지속이다. 지난해에 2차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하는 등 일본 아베정권의 엔저를 용인하는 아베노믹스가 재시동을 걸었다. 아베는 지난 2년간 돈을 풀어 엔저와 수출확대로 경기를 부양해 왔다. 엔저는 관광에도 영향을 미쳐 일본 인바운드(국외→국내) 업체들의 방일상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방한상품 가격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엔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일본은 '내 돈 내고 여행 갈 나라는 아니다'라는 이미지를 벗은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과 일본을 저울질하며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상당수의 인도네시아 관광객들을 일본에서 빠르게 흡수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여행중인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
 일본을 여행중인 인도네시아 단체관광객
ⓒ Golden Rama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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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은 출범 후 소위 '주장하는 외교'를 표방해 왔으며 특히 영토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전략적 대외홍보'를 강조해 오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및 한국과 대립각을 세워 왔으며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국가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

정치.경제분야를 제외하고 아세안 포용정책을 관광측면에서만 놓고 보자면 아베정부는 출범 후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자완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대상으로는 벌써부터 무비자를 시행하고 있으며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3개국 대상으로도 비자완화 정책을 펼쳐 왔다.

루피아화의 가치하락 지속 및 인도네시아 경제성장 둔화로 인도네시아의 해외여행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근 몇 년 간 한국 인바운드 관광시장은 다른 국가들보다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금년부터는 일본이 다른 경쟁국들보다 우월한 성장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관광객 유치 분야에서 벌이지고 있는 이 현상은 인도네시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에서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일본시장이 큰 폭의 성장을 한다는 건, 결국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및 중국 성장분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 현상을 걱정 안 할 수 없다. 일본에 관광객을 더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우선 무엇보다도 비자발급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복수사증(비자) 발급 확대 등 제도적 노력 이외에도 사증영사 충원 등 사증발급 인프라 보강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동남아 주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사증영사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

인도네시아에 소재하는 일본대사관과 일본영사관에서 비자발급을 담당하는 사증영사는 6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들 담당하는 사증영사는 단 1명뿐이다. 이나마도 이민청 관련 사건, 사고, 공증업무 등을 병행하고 있어 눈 코 뜰 새 없이 항상 바쁘다. 비자신청이 많이 몰리면 불가항력의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도서 국가이고 영토가 광대하여 한국행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대사관이 있는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데, 비자접수부터 발급까지 기간이 길어지면 숙박료 등 부대비용이 많이 발생하므로 현지 여행사들은 비용지출과 비자발급기간에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영사관도 5개 지역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비자영사도 6명이나 되므로 우리에 비해 비자발급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자발급 기간에 대한 여행사의 불만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 여행사들이 여행목적지를 '절차가 까다로운 한국보다 절차가 쉬운 일본'으로 바꾸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비자담당영사 충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리고 단체사증과 복수사증 발급 등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 비자문제에 관한한 대한민국이 일본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무슬림 수용태세 정비는 관광객 유치의 첫 단추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 표지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 표지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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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무슬림에 대한 이해와 수용태세 정비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2억5천만 명의 인구 대국이다. 인도네시아 국민 중 88%가 무슬림(2억2천만 명)이어서 방한시장 성장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무슬림시장이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말 그대로 잠재시장에만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무슬림들의 다수가 아직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한 인도네시아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무슬림들에 대한 수용태세를 완비하고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여행업계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수용태세 정비는 첫째가 무슬림식당 확대, 둘째가 기도할 수 있는 장소 설치, 셋째가 인도네시아 관광통역안내사 확충이다. 이런 점에서 작년 연말에 관광공사에서 발간한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Muslim Friendly Restaurants in Korea)'은 매우 시의적절해 보이는 시도다. 인도네시아 무슬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16억 무슬림들을 관광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국내에 있는 식당들을 대상으로 무슬림식당 친화등급제를 반영한 책자이다. 이 책자는 전국 118개 식당과 36개 주요 한식메뉴를 무슬림 친화정도에 따라 분류하였다. 수용태세의 정비는 새로 만들지 않고도 기존의 것들을 잘 분류 소개하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례다.

무슬림들은 하루 5번 기도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다보면 하루 5번 거리에 울려 퍼지는 '아잔'이라고 하는 무슬림들의 기도문을 듣게 된다. 아잔이 울려 퍼지면 무슬림들은 거리나 직장, 공항, 쇼핑장 등 어디에서나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린다. 다른 문화권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진풍경이다.

하지만 이 독특한 기도방식과 기도 횟수로 무슬림들은 자국을 떠나 해외여행 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외여행 중에는 매일 5번은 아니더라도 기도를 자주 하려고 노력하며 금요일에는 반드시 기도를 한다. 우선 기도할 때 메카방향을 나타내는 표식이 있어야 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바닥이 필요하다.

현재 인도네시아 방한객들이 즐겨 찾는 지방 중 에버랜드, 쁘띠프랑스, 안산(경기도), 고성, 남이섬(강원도)에 기도소가 설치되어 있다. 민간기업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치한 것이거나 자발적으로 생겨난 기도소들이다. 무슬림 단체관광객들의 한국방문 시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자체가 나서서 임시기도소를 설치하면 어떨까?

무슬림들의 단체 기도 모습
 무슬림들의 단체 기도 모습
ⓒ LENSA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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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어 관광통역안내사(이하 가이드) 보강도 필요하다. 2014년에 대한민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숫자는 약 21만 명이었는데, 인도네시아어 가이드는 달랑 14명이었다. 14명의 가이드가 21만 명을 안내했다는 건데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 탓에 여행사들은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하고, 결국 당국에 계속 적발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잦은 적발 등은 여행사들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고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활발한 마케팅 활동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필자는 당분간 가이드가 부족한 태국어나 인도네시아어(마인어), 아랍어 등 특수외국어 자격시험의 일부 필기과목을 소양교육으로 바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발급해주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관련기사 : 27명이 37만명 가이드...한국판 '오병이어' 기적?). 물론 해당 외국어 구사에 비중을 많이 두고, 해당 외국어 시험은 오히려 강화해 나가야 함은 당연하다. 가이드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니 국사시험도 필수이다.

다만 이외의 과목들은 3~6개월의 소양교육을 통해 해결해 주자는 것이다. 소양 교육 또한 책 속의 지식에 머물지 말고 문화.경제.사회.시사 등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가이드 특성에 맞는 현실성 있는 교육이었으면 한다. 소양교육은 공공성을 감안해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맡으면 될 것이다.

해외에 살면서 객관적으로 관찰하면 일본과 대한민국의 국력의 차이는 우리의 생각보다 크다. 차도를 꽉 매우고 있는 일본 브랜드의 승용차 수에서 체감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에 소재하는 영사관 수와 주재 비자담당 영사들의 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전 세계 6개 지역을 시작으로 건립을 시작하겠다는, 일본의 역사와 영토문제 등을 일본의 시각에서 문화적으로 홍보하겠다는, 하지만 막대한 건립예산이 소요되는 재팬 하우스(Japan House) 건립에 대한 일본의 통큰 계획을 봐도 일본의 힘은 세다. 관광은 지금 전쟁 중이다. 일본의 역습이 거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 지사장입니다.



태그:#일본, #인도네시아,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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