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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26일 국가가 법률로 간통을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가 간통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을 위헌으로 결정함에 따라 '이혼전문변호사가 환호성을 지른다'거나 '심부름센터나 흥신소가 바빠진다'는 식의 뉴스나 SNS 글이 늘어나고 있다.

흥신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외도 자체가 늘고 결과적으로 사설기관에 대한 의뢰도 늘 것으로 보인다"며 흥신소의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언론사도 있었다.

그러나 간통죄가 위헌 결정으로 없어졌다고 해서 흥신소가 웃을지는 의문이다. 종전 흥신소에 일주일에 수백만 원을 주고 간통 뒷조사를 맡기는 이유는, 투자대비 수익이 크다는 경제논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간통죄 위헌됐다고 이혼소송 급증하지 않을 것

시간대비 변호사 비용보다 많은 돈을 심부름센터나 흥신소에 주고 간통현장을 찾아줄 것을 부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간통 현장만 잡으면 간통죄로 배우자를 고소하여 형사 처벌을 받게 할 수 있고, 형사 합의금으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간통죄 유죄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형량을 보면 실형은 거의 없었다. 징역 6월을 선고하되, 1년간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식의 선고가 주류를 이루었다. 다만, 집행유예 선고를 받더라도 공무원들은 국가공무원법 등에 의해 직권 면직사유가 되었고, 은행원 등 사실상 실직 위험이 높은 직군도 있었다.

그런데 위헌 결정으로 인해 간통이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직장을 잃을 위험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여건에서 간통을 한 배우자나 상간자가 굳이 거액을 주고 형사합의를 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렇다면 간통죄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큰돈을 주고 흥신소를 통하여 간통 현장을 잡는 의미가 없어졌다.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평소 간통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이 당장 간통 계획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간통이라는 비행(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형벌(징역형)이라는 제재가 없어졌기 때문에, 간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 몰래 외도를 하던 사람이 조금 더 대범하게 외도를 할 여지가 많아졌고, 혼인관계 해소의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전 간통죄 위헌결정 전에도, 간통 현장을 잡지 못하더라도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대표적인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됐다. 가정법원의 재판 실무상 부정행위를 매우 넓게 인정해왔기 때문에, 굳이 이혼사유를 입증하기 위하여 흥신소를 이용할 필요는 없었다.

결국 간통죄 위헌 결정 자체만으로는 이혼소송이 급증한다고 볼 수 없다. 변호사들이 환호할 이유도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간통죄가 없어졌기 때문에 형사사건의 수는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좋을 게 별로 없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도 웃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간통고소를 하면 일부 수사기관이 증거수집에 사실상 도움을 주던 것이 없어지기 때문에, 흥신소 등 사설업체에 뒷조사를 맡기는 사건의 수는 늘 수도 있다. 그러나 뒷조사 비용은, 상기했던 경제원리(시장원리)에 따라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굳이 표현하자면, 경우에 따라서 사건의 숫자는 조금 늘어날 여지가 있지만, 뒷조사 비용은 예전처럼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적자기결정권이 인정되는 문명국가에서, 흥신소와 같은 반문명적 서비스가 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패밀리 타임스>(www.familytimes.co.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간통죄 위헌, #간통, #흥신소, #심부름센터, #이혼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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