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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 의혹에 휩싸인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3월 중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문회 불가' 의견을 고수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신중 검토'로 선회하면서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변화에 맞춰 이달 안에 박 후보자 인준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부적격하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해왔다. 박 후보자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검사였다는 사실이 공개된 데 이어, 당시 수사팀이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는 것을 두고 야당에 계속 압력을 가하자, 청문회를 여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4일 기자들과 만나 "당내 대부분은 박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판단하는 것 같지만, 대법관 공백이 우려된다는 견해도 많다"라며 "'박 후보자가 (박종철 사건에) 정말 관여한 것인가'라는 의견도 조금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못할 정도의 하자가 있는 것인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박 후보자를 반대하는 쪽과는) 다른 의견도 경청한 다음 인사청문위원들과 논의해 3월 중으로 청문회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야당의 의견 선회를 감지한 새누리당은 이달 중으로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에서 변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추진하겠다"라며 "표결을 위해 3월에 '원포인트' 국회를 하루 정도 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여전히 '박상옥 반대'... "민주주의 모독"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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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집담회를 열고 박 후보자를 둘러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집담회에는 박종철열사추모사업회,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아래 민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민주사법연석회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종철 사건에 가담했던 인물을 대법관으로 기용해서는 안 된다'며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다. '수사팀의 말석 검사라 사건 내막을 잘 모른다'는 박 후보자의 주장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반발도 나왔다.

김학규 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박 후보자가 박종철 사건 1차 수사팀에 합류했을 때는 최소한 열흘 이상 수사할 시간이 있었고, 이후 2차 수사팀에 다시 파견됐을 때도 진실을 규명할 기회가 있었다"라며 "하지만 당시 수사팀은 부실수사를 넘어 사실상 검찰로서 직무를 유기했다, 박 후보자는 수사를 제대로할 기회를 회피하거나 방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후보자가 당시 단순히 말단검사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라며 "그가 대법관에 임명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행위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민변 사법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수사팀 내부에서 정보를 공유하게 돼 있다, 당시 수사 주임검사였던 박 후보자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수사 상황을 알 수 있었다"라며 "막내 검사여서 몰랐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대법관으로 거론될 자격조차 없다, 스스로 후보 자리에서 결자해지 자세로 물러나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날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친서를 보내 박 후보자 청문회를 신속히 진행해달라 요구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대법원장은 부적격 후보를 제청해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라며 "부적격자를 제청한 것과 관련해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태그:#박상옥, #새정치민주연합,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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