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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2006년 설립돼 내년이면 10년의 역사를 갖는 부평구문화재단(아래 재단)의 박옥진(53·사진) 대표이사를 2월 24일 만났다. 재단이 '긴 세월' 동안 어떻게 변화·발전해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함께 미래를 그려봤다.

부평구문화재단 2기이자 도약기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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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재단은 여러 사정으로 '문화적 내용'보다는 시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제는 구 산하 여러 단체가 문화재단으로 통합돼 주민들과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려 한다. 이제 재단의 제2기이자 도약기라 생각하니 어깨가 무겁다."

재단은 부평아트센터, 구립도서관(6개),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성문화센터, 부평·부개문화사랑방 등 기관 11개를 운영한다.

박 대표이사는 "지역문화진흥법은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필요한 지원을 위해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동안은 인력과 예산의 한계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법이 제정되고 지자체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지역문화'라는 화두가 지자체 문화재단에 부여된 이상, 우리 재단에도 지역문화 진흥이 지상의 과제가 됐다"며 "이제는 재단이 안정적 토대 위에 정책과 기획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때"라고 강조했다.

예술가도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마케팅전략 필요

2013년 7월 취임한 박 대표이사는 시종일관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이는 재단 직원만이 아닌 부평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재단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직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2013년부터 준비한 'BP 창의경영 프로젝트'로 직원 월례조회를 활용해 외부 전문 강사의 특강을 진행했다. 그 내용은 문화를 기획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었다."

박 대표이사는 문화예술도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마케팅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지만, 이윤이 문화예술의 최대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그 공연을 볼 만한 사람들이 와 감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문화예술 마케터라 생각한다. 무조건 많이 팔리게 기획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했다. 또한 공연 창작자(예술가)들도 국내 문화정책 흐름과 방향, 재원 조성의 중요성과 우수사례, 국내 공연예술시장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정확한 관객층을 공략하는 노력이 없다면 오히려 관객과 예술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경고했다.

이를 위해 지역 예술가와 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역량강화 아카데미를 해왔고, 올해 3월에도 시행할 예정이다. 예술가에게는 자신의 분신인 작품을 '창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예술품이 소비자와 만나야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예술은 창작과 더불어 소통과 나눔이 맞물려 있을 때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산업화로 달려가는 현대예술의 한계는 있지만, 예술가들이 소비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해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독방에서 자족적으로 창작하는 시대는 지났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량 강화가 필수이다."

동네에서 생활예술을 즐길 수 있게

2014년 11월, 재단은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자체 제작했다. 1945년 광복 이후 지금의 2001아울렛 부평점 주변에 주둔한 미8군 보급창 '에스캄'을 중심으로 성행한 미군 음악클럽을 배경으로 해, 부평의 이야기와 그 시대를 풍미한 음악을 담아냈다. 당시 부평은 많은 가수와 밴드가 활동했고, 그 영향으로 대중가요의 다양화와 질적 상승에 기여했다. 부평이 한국 대중음악의 성장 거점이자 요지였다는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50~60년대 부평에는 음악클럽이 30여개 있었는데 다양한 장르로 음악이 풍요로웠다. 부평은 그러한 문화·역사적 자원이 있는 곳"이라며 "그런 것들을 발굴해 지역 브랜드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럴 때 구민들은 지역에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재단은 올해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재창작하고 1회 밴드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는 뮤지컬을, 달누리극장에서는 부평 출신 전문밴드들의 경연대회인 밴드페스티벌을, 갤러리에서는 특별기획전으로 50~60년대 음악도시 부평의 자료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역점사업으로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공기관 개방을 추진한다. 정부는 국가시책으로 지역커뮤니티센터를 만들 것과 유휴 공간의 리모델링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이사는 거점별 문화 공간 활성화를 위해 기존 시설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억대의 재원이 필요하다. 기존 시설을 꼼꼼하게 확인해 활성화하고, 재원은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다행히 부평구에는 좋은 시설의 문화공간이 있다. 올해는 삼산동 청소년수련관 400석짜리 공연장과 부평1동 주민센터 4층 공연장을 활용해 그 지역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한다. 매해 더 늘릴 생각이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삶은 타인을 위한 행복한 삶

중구 전동에서 태어난 박 대표이사는 부평구 산곡3동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갔지만, 2013년 재단에서 일을 시작하며 부평의 문화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독일에서 연극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강의하다 우연한 기회에 문화경영 쪽 일을 했다. 그 후 국공립 공연장이나 국립예술단체,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공연 기획과 제작, 마케팅, 개발·관리뿐만 아니라 각 단체의 연구용역, 컨설팅, 자문 등을 하며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다양한 예술 공연을 즐긴다는 박 대표이사는 공연을 보는 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일부라고도 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물 위의 백조처럼 고귀해 보여도 물 아래 보이지 않는 발길질로 힘들어 하듯 재단 직원들도 노고가 많다고 했다.

"관객들은 즐기기 위해 공연을 보러오지만, 직원들은 격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즐기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기를 만들어 많은 돈을 벌어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의 일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멋있는 삶이 없다.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다. 부평구민들이 문화로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게 나와 재단 식구들은 제 몫을 다하겠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박옥진, #부평구문화재단, #부평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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