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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2월에 대구에서 작은 출판사를 창업했다. 출판사라고 해서 거창한 것을 생각한다면 아마 인쇄소와 헷갈린 것일 게다.

출판사는 책의 기획과 출간 그리고 편집, 디자인, 유통, 마케팅을 총괄하는 곳으로 꼭 인쇄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출판사는 인쇄, 제작, 가공등의 종이를 다루는 일을 외주로 맞긴다. 우리 출판사는 대구에 있지만 파주물류단지와 경기도, 수도권의 대형서점에 입고가 편하게 하기 위해서 파주출판단지에서 한 인쇄사와 계약을 맺고 파주에서 인쇄 외주 업무를 해결한다.

400km 이상 운전... 대구에서 파주출판단지로

대구에도 남문시장 골목이라는 인쇄골목이 있지만, 아무래도 업체의 수와 공급양을 생각해볼때 대구보다는 대량인쇄의 경우 파주가 조금 가격이 저렴하다. 그래서 우리는 때론 400km 이상을 운전하는 수고를 거듭하며 대구와 파주를 오가곤 한다.

졸린 눈을 부비고 껌을 몇 통이나 꺼내 씹고 턱이 빠질듯한 아픔을 견디며 파주의 인쇄단지에 도착한다. 썰렁한 평야에 군데군데 자리잡은 인쇄 단지의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의 오밀조밀한 대도시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출판단지안에는 초 현대식의 건물들이 들어서서 "나 출판사 건물이오"라는 느낌의 자태를 뽐낸다.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3층의 조그마한 내 방에서 시작한 출판사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곳에 출판사 건물을 내고 싶다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건 가까운 미래가 될지 먼 미래가 될지 모르는 어찌되었든 지금은 생각일뿐. 함께 간 디자이너와 함께 인쇄업자를 만나고 경기도 사람과 말을 하다보면 우리는 가끔 경기도 사투리를 보면서 대구 사투리가 참 우습다는 어색한 기분을 느낀다.

"어구, 먼곳에서 오셨네요."

영업부장으로 있는 김 부장이 새우젓을 잔뜩 넣은 순대국밥을 건넨다. 이곳 사람들은 순댓국을 짜게 드시나, 왜 이렇게 많이 넣는건지.

"실례지만, 연배가 저랑 비슷해보이시는데 40대 초반??"

이건 무슨 말인가. 나는 이제 막 32살이거늘, 어딜봐서 내가 40대 초반으로 보인단 말인가.나는 먹던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놓고 입을 닦았다.

"김 부장님, 저 32살입니다."
"하하하"

어색한 웃음이 지나가고 침묵이 온다. 그렇게 우리의 첫 인쇄소와의 거래는 시작되었다. 책 출간은 크게 작가의 원고 완성 - 출판사의 교정, 교열 - 내지, 외지, 표지디자인 - 인쇄, 제작, 가공 - 출간 - 마케팅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항상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때로는 병렬적으로 함께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손에는 2천 권의 책을 뽑겠다는 인쇄계약서

우리는 지금 경기도 파주의 인쇄소 앞이다. 그리고 잉크냄새를 맡고 있다. 같이간 김 디자이너는 인쇄실의 두 명의 실무자 옆에서 책 디자인에 필요한 실측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분주한 사람들 틈사이에서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는 신간들을 본다. 정신이 멍해진다.

'저건 뭐지?' 한 달에도 1900종 이상의 단행본이 나오는 이 출판시장에 뛰어든 실감이 이제서야 난다. 순간 손발이 오그라든다. 1900종의 책들이 손과 발이 달려서 달리기를 한다. 그중에 우리가 만든 책도 레이스 위에 섰다.

출간과 함께 스타트 총소리는 서점가를 울려대는데, 우리 책은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출발선에서 힘겹게 발을 떼다가 다시 넘어지기 일쑤. 우리는 이때 광고와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아드레날린이 필요하단 걸 깨닫게 된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걱정한다고 꿈을 위해 겁없이 도전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담대하고 대담하게 우린 인쇄소 밖을 나섰다. 손에 들려진 것은 2천 권의 책을 뽑겠다는 인쇄계약서.

가슴이 떨린다. 그렇게 2014년 2월의 추운 겨울, 흐르는 콧물을 닦으며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태그:#출판사창업, #꿈, #책, #취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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