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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동·식물의날 기자회견을 열고있는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
▲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야생동·식물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기자회견을 열고있는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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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유엔(UN)에서 지정한 세계야생동·식물의 날이다. 멸종해 가는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도록 특별히 지정한 날이다. 환경부도 이날을 기념하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올해의 슬로건인 "야생 동·식물 범죄는 중대한 범죄입니다"를 소개하며 야생동·식물의 밀렵과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환경부의 행사 시작 전에 '설악산과 가리왕산 야생동·식물(아래 야생동·식물)'의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나라 정부와 환경부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나는 케이블카도 스키도 안 타요. 우리 제발 그냥 살게 해주세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야생동·식물들은 행사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세계야생동·식물의날 기념행사에 야생·동식물들의 입장은 저지 당했다. '남의 행사에 왜 왔냐'는 것이 이유였다.

몇 분정도 실랑이 한 끝에 행사장에 입장했지만, 결국 다시 바깥으로 나와야만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행사를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외면 당하고 말았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 앞에서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오륜기에 갇혀 케이블카의 뿅망치에 맞고 있다
▲ 오륜기에 갇혀 케이블카 뿅망치에 맞는 야생동·식물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 앞에서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오륜기에 갇혀 케이블카의 뿅망치에 맞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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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에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입장하고 있다.
▲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는 야생동·식물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에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입장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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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식물은 인간에 의하여 길들여지지 않고 자연환경에서 스스로 살아가며 번식하는 동물과 식물을 일컫는 말이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이나 식물원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은 야생동·식물이라고 부를 수 없다. 간혹 야생동물 동물원이라든지 야생화 단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어폐가 있는 말이다.

좁은 면적의 국토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아가는 우리나라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야생동·식물들의 영역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사라져 버린 동·식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예전에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동요에도 등장하는 따오기 부터 여우, 표범, 늑대 등과 잘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동·식물들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에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입장을 저지당하고 있다.
 세계야생동식물의날 행사장에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입장을 저지당하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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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식물의 멸종에 대해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경제나 관광자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야생동·식물은 물건이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생명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한 마리 두 마리, 식물이 한 포기 두 포기 죽는 것은 죽음과 탄생이라는 생태계 순환의 고리안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멸종은 다시는 그 생명이 탄생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죽음만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한 생물의 멸종은 반드시 다른 생물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태계는 말 그대로 서로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생물의 멸종은 당연히 인간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간과 야생동·식물은 생명이라는 끈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이어져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2050년에는 지구 생물종이 50% 감소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물종이 50% 감소했다는 이야기는 다른 말로 인간의 생존력이 50% 감소 했다는 것이다.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에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이 멸종해서 지구 생물종이 0%가 되면 인간도 살아 갈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야생동·식물 보호에 대한 관심은 많이 부족하다. 오히려 보호보다는 개발의 명목을 앞세운 서식지 파괴가 심각하다.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고 하자 행사장을 급하게 빠져나가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
 설악산과 가리왕산의 야생동·식물들이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고 하자 행사장을 급하게 빠져나가는 윤성규 환경부 장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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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멸종된 곰이나 여우를 복원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진행하지만, 정작 멸종위기동·식물이 살아가는 가리왕산에 스키장을 건설하고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하는 등 심각한 서식지 파괴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말 못하는 동·식물의 살려달라는 마음 속 절박한 외침이 언젠가는 우리의 외침이 될 지도 모른다. 더이상 외면할 때가 아니다.


태그:#세계야생동식물의날, #설악산, #가리왕산, #케이블카,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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