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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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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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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자에게 좋은 인터뷰 상대는 아니다. 누군가를 강하게 비판하지 않고 단어 선택도 신중하다. 제목으로 삼아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센 발언'을 유도하려고 해도, 그는 말려들지 않는다. 그의 이런 태도에서 교육행정가의 고민이 묻어났다.

서울교육을 책임지는 조희연 교육감은 진보 의제를 밀어붙이지 않고, 보수 진영과의 적대적 충돌도 피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진보교육 진영의 비판도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취임 이후 8개월 동안 언론에 갈등의 교육감으로 비쳐져 안타깝다, 보수의 도전을 관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자신에 대한 평가에 55점을 준 이유다.

그는 "서울시교육감의 진보 정책에 대한 보수의 저항은 다른 곳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의제를 빠른 속도로만 추진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라면서 "나침반처럼 방향을 잃지 않고, 진보의 가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방법론을 결합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운명의 4월... 재판과 보육대란 극복할 수 있을까

오는 4월 조희연 교육감은 법정에 선다. 검찰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고승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선관위는 주의 경고,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기소를 밀어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진보교육감 흔들기가 절정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선거 중에 기자회견이라는 아주 공적인 자리에서 고승덕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은밀하게 상대를 음해하는 행위와는 다르다"면서 "국민의 판단을 구해보고 싶은 의미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와 배심원단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윤희찬 교사 특채와 그의 페이스북 글 논란에도 입을 열었다. 그는 "비리 사학에 맞서 싸우다 오랫동안 거리에서 고생한 윤 교사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비판을 받더라도 결단을 내린 것"이라면서 "윤 교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쓸 때 조심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보수언론이 이를 이용해 저를 논란의 인물로 만든 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조희연 교육감의 가장 큰 숙제는 오는 4월로 예고된 보육대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3개월치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했다.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4월부터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 조 교육감은 "(보육대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부분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도교육감 사이에서는 공약 대로 국고 지원이 이뤄질 때까지 보육대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민들을 위해 보육대란은 피해야 한다,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고 동시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적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송월길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조희연 교육감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내 점수는 55점... 갈등의 교육감으로 비쳤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집무실에는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원목탁자와 나침반이 놓여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집무실에는 모양을 변형할 수 있는 원목탁자와 나침반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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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자신을 평가를 한다면, 몇 점을 줄 수 있나. 
"다른 곳에서 55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 70점 이상 줘도 된다'라고 하는 분도 많다. (웃음) 8개월 동안 언론에는 갈등의 교육감으로 비쳤다. 안타깝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문제를 둘러싸고 교육 불평등 문제를 이슈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보수 진영의 도전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선거과정에서 진보와 보수의 경계를 뛰어넘어 중간지대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취임한 이후 이 같은 노력을 더 많이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 최근에는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여러 사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최선의 안을 선택했다. 자사고 문제를 둘러싸고 진보교육진영에서는 자사고 전면 폐지를 요구했고, 보수진영은 축소 반대를 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고 6곳의 지정을 취소하고, 나머지 2곳은 취소를 유예하는 선택을 했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진보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보수진영과의 적대적 충돌은 피하고, 또한 폭넓은 지지를 받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지난해 지방선거 때 조희연 후보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은 "진보교육감을 뽑았는데, 개혁이 더딘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관료를 장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
"교육계의 보수주의나 관료주의는 뿌리 깊다. 학교 현장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관료를 장악하지 못해서 더 진보적인 정책을 펼치지 못한 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측면에 불과하고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서울시교육감의 진보적 정책에 대한 보수적 저항은 다른 곳보다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의제를 빠른 속도로만 추진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속도조절을 하고 의제들의 선후 배치를 고민하고 있다."

- 이러한 답변에 실망하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
"보수적 현실에서 진보적 교육행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를 지지했던 분들에게 제게 기대했던 것의 50% 속도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조금 여유 있게 지켜봐달라고 하고 싶다. 나침반을 제 상징처럼 교육감실 한 가운데에 뒀다. 방향을 잃지 않으면서 실행의 지혜를 고민하고 있다. 진보의 가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방법론을 결합할 방법을 찾고 있다."

- 최근 특채된 윤희찬 교사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언론이 강하게 비판했고, 교육부는 윤 교사의 임용을 취소했다.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윤희찬 교사의 복직을 명령했던 것을 토대로 채용했다. 비리 사학에 맞서 싸우다 오랫동안 거리에서 고생한 윤 교사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비판을 받더라도 결단을 내린 것이다. 처음에 언론이나 교육부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윤 교사가 페이스북에 쓴 글이 문제가 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증폭됐다. 윤 교사가 조심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수언론이 이를 이용해 저를 논란의 인물로 만든 건 유감스럽다."

- 조희연 교육감이 진보교육진영의 요구를 다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교육진영의 요구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하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서, 균형 지점에서 정책을 펼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전교조 소속 초등학교 교사가 교육청에서 농성을 했다. 옮긴 학교가 집에서 멀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는 전산시스템에 의해 전보 배치된다. 살펴보니, 본인이 입력을 잘못한 부분이 크다고 했다. 이분이나 전교조의 요구를 마냥 수용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진보교육진영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학 비리 대처 한계, 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 반대로..."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이를 비리 수사하듯 감사하는 것은 잘못됐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이를 비리 수사하듯 감사하는 것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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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교육청의 재정 지원 보류에도 동구마케팅고는 공익제보자 안종훈 교사를 또 다시 파면했다. 이를 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사학 비리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학 비리에 적극 대처하고 싶어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좌절했던 지점이다. 사학의 거대한 힘과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에 막혀서 진보적인 사립학교법을 쟁취하지 못한 결과다.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는 시설사업비 지원을 보류하는 것이고, 실제 9억 원의 집행을 보류했다. 이와 같은 재정압박은 결국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이 이상의 제재 수단이 딱히 없다.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비리 사학을 적극 바로잡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기소를 두고 진보교육감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이들이 검찰 기소의 부당성을 얘기하고 있고, 140여 개의 단체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주의 경고, 경찰은 무혐의로 판단한 상황에서 검찰이 기소한 것은 부당하고 무리한 것이다. 선거 중에 기자회견이라는 아주 공적인 자리에서 고승덕 후보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은밀하게 상대를 음해하는 행위와는 다른 것이다."

-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오는 4월 재판이 열린다.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가 힘들다. 다만, 국민의 판단을 구해보고 싶은 의미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와 배심원단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 감사원은 서울형 혁신학교의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또한 진보교육감과 혁신학교 흔들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진보교육감 흔들기라는 말에 공감한다. 전임 교육감 시절에 혁신학교는 감사를 받았다. 제가 취임한 이후에 혁신학교 예산은 이제야 집행한다. 감사를 받을 말한 게 없다. 혁신학교를 운영하는 주체들이 학교를 바꾸려고 헌신하고 있는데, 이를 비리 수사하듯 감사하는 것은 잘못됐다."

-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후 갈등이 커졌다.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평가를 해 달라.
"교육부는 진보교육감 운신의 폭을 좁히고 교육 자치를 제약하려고 했다.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임명하려고 했지만, 교육부는 하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바꾸었다. 특채 교사 임용을 직권으로 취소했고, 자사고 문제에서 자사고 쪽의 입장에 섰다. 교육부는 교육재정을 늘리려고 노력했지만, 교육재정을 축소하려는 경제부처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부처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보육대란은 막아야 한다"... 그의 해법은?

"젊은 세대는 불운하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스펙을 쌓고 과잉 경쟁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의 좌절을 잘 보듬어주지 않아 '일베'와 같은 우익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불운하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스펙을 쌓고 과잉 경쟁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의 좌절을 잘 보듬어주지 않아 '일베'와 같은 우익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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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 되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부족에 따른 보육대란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2015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부족 파동 당시, 정부는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주고 시도교육청은 몇 개월치의 예산을 편성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교육청도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3개월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4월부터가 문제다. 2월 임시국회에서 세수가 부족할 때도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보육대란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국회가 결단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 따른 재정 위기 탓도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부분이 크다. 이 때문에 시도교육감 사이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고로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보육대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

-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나.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지방채 발행은 결국 빚이긴 하지만,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채 발행이라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위기를 막고 1년 동안 국민적 토론을 해서 부족한 지방교육 재정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도교육청의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를 시사했다. 하지만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사회불평등 해소에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자다."

- 지난해 혁신학교 공모가 미달됐고, 중산고는 스스로 혁신학교 지정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를 확대하기 위한 복안을 가지고 있나.
"혁신학교 지정을 스스로 철회한 것은 대입에 불리하지 않을까 하는 학부모의 불안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이 대입에 종속돼있어 창의적인 운영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입에 좋은 성과를 낸 학교들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혁신학교 양적 확대뿐만이 아니라, 질점 심화와 다양화에 중점을 둘 것이다."

- 지난 1월 서울 금천구에 사는 10대 김모군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에 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줬다. 학교가 왜 이 학생을 품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젊은 세대는 불운하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스펙을 쌓고 과잉 경쟁을 해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의 좌절을 잘 보듬어주지 않아 '일베'와 같은 우익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 모두가 고유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학생들끼리 경쟁보다는 협력을 하도록 인성을 키우는 교육을 확대하고자 한다."

-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정책은 무엇인가.
"학생 자치를 활성화할 것이다. '교복을 입은 시민'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학생을 훈육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진 시민으로 대우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참여예산제, 학생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을 이끌어낼 것이다. 9시 등교 문제를 두고 교사와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 의사를 50% 이상 반영하도록 했다. 서울의 중·고등학교 중에서 9시 등교를 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


태그:#조희연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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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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