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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2015년 3월 3일. 밖에서 고요히 비가 내리고 있다.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깊숙이 생각하기 좋은 이런 날씨에 나는 책장에 꽂힌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은 지난해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 육성기록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블로그 활동으로 하는 한 서평단 활동 때문이었다.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도저히 책을 읽을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일부러 그 기회를 포기했다. 도무지 책을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 힘들 것 같았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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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나게 되는 인연은 항상 찾아오는 법이라고, 한 번은 피했던 그 책을 이렇게 다시 만나서 읽게 되었다. 책을 펼쳐 읽기 전까지도 나는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읽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과 '그래도 읽고, 글을 이야기하는 게 내 역할이다'는 마음이 더해져 책의 무게가 정말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 무거움 속에서 책을 펼쳐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나는 도저히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어 그만 멈추고 말았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너무 안타까웠다. 책을 읽는 동안 연신 훌쩍이는 코를 휴지로 닦아야 했고, 눈물이 맺혔다가 흘러내리는 것을 도저히 조절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무능한 우리 정부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화가 나는 것보다 유가족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점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세월호 유가족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이용만 되고 있을 뿐, 제대로 된 배려와 대책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인양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와 함께 정치적으로 세월호 사건이 이용되면서 이미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말았다. 지금은 그저 소수의 사람들과 유가족이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는 것과 적은 시민의 관심, 그리고 메마르지 않은 눈물이 가까스로 남아 있을 뿐이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책을 펼쳐 읽다가 도저히 계속 책을 읽을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먼저 쓰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정말 우리가 꼭 읽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우리 한국처럼 이렇게 바보 같은 나라가 또 있을까요?'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영향력을 가지기도,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내가 이 글을 올리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늘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글이 공유되는 SNS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문제를 볼 수 있으면 충분하다.

'내 말은 다 안 통하고 안 믿어주는구나.' 사람들이 다 싫었어요. 그때 아직 구조 안 됐다고 누구 하나만 말했어도 좀 더 구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정말 그전까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고 그걸 보도하는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그때 처음 알았어요. 다 거짓말이에요. 인터뷰도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 말만 담는 것 같아요. 뉴스가 진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p.26 중에서)

처음 후지TV 기자가 인터뷰하자고 연락했을 때는 안 하려고 했어요(...)그런데 기자란 분이 '생존학생들이 하는 말이 반장이 선장 역할을 다 했다, 걔 떄문에 살았다, 그래서 학생들이 너무 많이 울더라' 그러더라구.

어차피 딸은 죽어서 살아오지 않지만 그런 일은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게 괜찮지 않겠나 싶어 인터뷰에 응하게 됐지(...)그런데 사람들은 열과 성의를 다해서 보도해주더라구. 우리나라 같이 이런 게 아니야. 해설위원하고 기자들이 진지하게 대화를 많이 하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솔직한 말을 다 하더라구. 우리나라는 감추기에만 급급한데...." (p.57 중에서)

위에서 인용한 두 개의 글은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을 펼치면 먼저 읽어볼 수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 중 일부분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해 목격한 우왕좌왕하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전원 구조부터 시작해서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의 행동과 말까지 스르륵 지나갔다.

하지만 어느 것도 지켜진 것이 없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일부 세력에 의해 '자식으로 돈을 번다'는 등 유족을 비판하는 색을 띠게 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인사들이 말한 세월호 대책과 안전 불감증을 비롯한 인양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러니 우리가 어떻게 정부를 믿을 수 있으며, 정부를 신뢰하면서 그들의 정책을 지지할 수 있겠는가. 아직 우리는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우리나라의 거짓된 모습을 바꾸지 못했고, 그저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조금씩 무뎌지고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하고 나면 그제서야 사람들이 아, 그랬느냐고 해. 언론 플레이가 진짜 무서운 거야. 우리도 사고 나기 전엔 언론에 나온 거 다 믿었어, 100퍼센트. 그런데 직접 당하니까 하나도 믿을 수 없는 거야.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야당도 못 믿으니 유가족 힘으로 다시 뭉쳐보자고 했어.

사실 유가족들도 지금 많이 지치긴 했어. 벌써 몇 개월이 지난 거야. 유가족들도 반반이지. 끝까지 가자는 사람도 있고, 우리가 정부를 싸워 이기겠느냐, 계란으로 바위 치는 거다 하는 사람도 있지. 너무 힘드니까. 근데 누구 하나 이탈하는 사람은 없어. 그렇게 힘들어도 같이 가는 거지. (p.63 중에서)

세월호와 돈의 문제는 지금도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비용 문제'를 거론하면서 세월호 인양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일어난 이탈리아 판 세월호 사건과 너무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러니 나라에 정이 떨어질 수밖에...

우리나라가 세월호 사고 이후 한 것은 세월호 문제를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저 똑바로 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세월호 진상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항의하면 '유가족이면 가만히 있으라'고 고함만 치는 정부 수준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서울시에서는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에게 천막을 제공해줬다는 이유로 박원순 시장을 경찰이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겨우 이 정도 수준이다. 태극기 달기 운동을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수준이 겨우 이 정도 수준이니 대체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불통, 고집, 외면, 은폐, 조작. 다섯 가지뿐이다.

장례식장에서 엄마가 마지막으로 동생 얼굴 보라고 그랬는데 무서워서 못 봤어요. 부어 있는 동생모습이 다시 보기 싫어서,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봐야 하는데 못 보겠는 거예요. 그러고 내가 왜 장례식장에 있어야 하나 그것도 싫고, 사람들 우는 것도 짜증나고... 장관이나 그런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보낸 화환을 집어던졌어요.

부하들 시켜 꽃 보낸 것도 싫고 슬픈 마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꽃만 냅다 던져주고 힘내라고 그러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고. 또 '이제 네가 큰언니니까 엄마 아빠 잘 돌보고 잟해야 한다'라는 말들도 싫고. 어쩌다가 이런 날에만 오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니 자기들이 뭔데 나한테 그러나 싶고. 저한테 무책임한 말들을 하는 게 싫었어요. 힘내라는 말도 짜증났어요. 위로도 안 되고. (p.89 중에서)

이 이야기를 읽은 이후 나는 도저히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바로 글을 쓰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도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뿐인데,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아련하다. 이 아픔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먹먹하다.

한 번은 '도저히 책을 읽을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읽을 기회를 피했었지만, 다시 내 앞에 놓인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있자니 그냥 이게 내 운명인가 싶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사람처럼 세월호가 가진 가슴 아픈 이야기를 외면했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단순히 '꼭 책을 읽어보세요.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야기입니다.'이라고 말하면서 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으로 읽지 않는 건, 읽지 않는 것보다 못할 테니까. 대신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아픔입니다. 왜 아직도 모른 척하시나요?'라고.

"아빠, 돈을 아껴야지. 나 대학 가려면 등록금이랑 많이 들잖아요. 이렇게 쓰면 저 대학 못 가요." 나중에 딸 물건 정리하면서 서랍을 열어보니 조금밖에 안 가져가고 그대로 있더라구유. 그걸 보고 무지 울었어유. 다 가져가지. 그 돈을 다 태워주었어유. 딸 장례식 때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오셔서 엄청 우셨어요. 나를 붙잡고. 아까운 인재 한 명 보냈다고. (p. 106 중에서)

글을 마무리하려는 오후에도 오늘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 이 비 때문에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 비가 마치 세월호 유가족의 눈물인 것 같고, 당시 울었을 희생자의 눈물 같고, 글을 쓰는 내 눈에 맺힌 눈물 같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눈물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픔에 익숙해지면서 잘못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체념하고 있다. 거리에는 현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 포스터가 뿌려지고, 경찰은 그 범인을 잡아서 취조를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사는 걸까?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진 책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아픔을 견디는 부모와 그 가족의 이야기와 아픈 눈물을 함께 흘리면서 기록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 흐르는 눈물은 우리의 눈물이며, 책에서 제시한 과제는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 오는 오늘의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우리 마음 속에 우중충한 비가 계속 내리게 하는 것일까?' 하고. 유독 오늘 손에 집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손이 떨린다. 아... 젠장.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창비(2015)


태그:#책,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 #금요일엔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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