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마감(5일)을 눈앞에 두고 정규리그 우승팀과 6강 판도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제는 개인 타이틀 부문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주목된다.

MVP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에서 배출될 것이 유력하다. 경기당 평균 35분을 소화하며 전체 출전시간 1위를 달리고 있는 양동근, 경기당 19.89점(리그 4위), 10리바운드(리그 1위)를 기록 중인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 토종 득점 1위(17점)을 기록 중인 문태영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신인왕은 일찌감치 이승현(오리온스)과 김준일(삼성)의 양자 구도로 압축됐다. 개인성적은 비슷하지만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이승현이 올 시즌 최하위에 그친 김준일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MVP에 쏠리는 농구계의 시선... 이번에도 토종 선수?

올해 개인상 부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는 역시 사상 첫 외국인 선수의 MVP 수상 여부다. 지난 1997년 프로 출범 이후 외국인 선수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경우는 전무하다. KBL은 2011년까지 정규시즌 MVP와 별도의 외국인 선수상을 시상했다. 2012년부터 외국인 선수상이 폐지되고 정규리그 MVP가 통합되었으나 최근 3년간 윤호영(동부)-김선형(SK)-문태종(LG) 등 모두 국내 선수들만 수상했다.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서 올해만큼은 "외국인 선수에게 MVP가 돌아가야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올 시즌 토종 중 크게 눈에 띄는 개인 성적을 올린 선수가 없다는 배경도 이런 주장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올 시즌 모비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를 꼽으라면 누가 뭐라 해도 팀 내 득점과 리바운드 수위를 책임진 라틀리프가 가장 유력한 MVP 후보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를 볼 때 역시 외국인 선수의 MVP 수상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3년 동안 MVP를 수상한 토종 선수들보다 오히려 이들의 팀 동료였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당시 동부)-애런 헤인즈(SK)-데이본 제퍼슨(LG) 등이 기록 면에서 훨씬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MVP 선정에서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라틀리프의 이번 시즌과 비교하여 이들 3인방의 활약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공공연하게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국내 스포츠계의 배타적인 잣대를 드러내는 측면으로도 해석된다. 국내 구기 종목(축구, 배구, 야구)을 통틀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프로농구에서, 정작 유일하게 외국인 MVP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MVP 선정방식의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농구만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의 각종 개인상들은 보통 해당 종목 출입 기자단의 투표로 이뤄진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외국 선수보다는 같은 동족인 '우리 선수'에게 좀 더 마음이 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과의 접촉이 잦은 만큼 투표에서도 특정 선수나 구단과의 개인적 친분 또는 호불호가 반영될 소지가 다분하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 1월 올스타전 당시 월등한 개인기록을 작성한 라틀리프가 MVP 투표에서 외면 받고 김선형에게 몰표가 쏟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MVP 투표... 기자들에게만 맡겨선 안 된다

기자단 투표가 팬 투표와 달라야하는 부분은 전문성이다. 아무래도 일반 팬들보다는 농구를 더 가까이서 자주 접하는 집단인 만큼, 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로 선수 가치를 평가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공정성이 결여된 일반 팬들의 흔한 인기투표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오늘날 해당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깊고 눈높이가 높아진 팬들이 오히려 기자들의 수준이나 안목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또한 야구나 축구와 달리, 국내에서는 농구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언론이 빈약하다는 것도 이런 불신을 부채질한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상 선정방식에 과감한 변화를 줄 필요도 있다. 사실 MVP 선정을 기자단 투표로만 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농구인들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단을 만드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MVP 투표에 부분적으로 일반 팬들이나 선수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좋은 예로, 유럽축구 최고의 시상식으로 꼽히는 발롱도르는 언론인들 외에 FIFA 209개 회원국 대표팀의 감독과 주장이 투표에 참여하여 '올해의 선수'를 가린다. 발롱도르의 공신력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현장에서 함께 활약하는 동료들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수상자 입장에서도 같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자랑스럽고 영예롭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농구선수'를 평가하는 시상에서 '최고의 심사위원'이자 전문가에 누가 어울리겠는가. 당연히 언론인보다는 선수, 감독, 해설위원 등 '농구인'들이 우선이다.

팬들 역시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 충성도 높은 서포터즈나 시즌 회원권을 보유한 팬들 위주로 MVP 투표에서 일정 비율을 분배한다면, 여론도 반영하고 공신력도 더 높일 수 있다. 팬들의 여론이 KBL의 중요한 역사에 함께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줄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손쉬운 방법도 있다. 외국인 선수상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기록으로만 엄격하게 따진다면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을 능가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엄연히 다른 만큼 별도의 시상으로 평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통합 시상으로 갈 것이라면, 그 기준은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라고 차별을 두지 말고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MVP의 공신력과 KBL의 역사적 권위와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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