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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즈키에서 시작하는 구로베 협곡 철도

우나즈키역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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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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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즈키는 구베로가와에 연하고 있는 온천도시다. 우나즈키 온천은 pH 8.15의 약알칼리성 단순천이다. 수온이 98℃나 되기 때문에, 곳곳에 노천탕과 족탕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구로베 협곡 열차를 타기 위해 이곳에 왔기 때문에 바로 역 안으로 들어간다. 구로베 협곡 열차가 달리는 구로베 협곡 철도는 (주)일본전력이 구로베가와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 1923년 처음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26년 우나즈키-네코마타(苗又) 11.8㎞ 구간이 완성되었다. 1937년에는 게야키다이라(欅平)까지 노선이 연장되었고, 철도의 길이는 20.1㎞로 늘어났다. 그 후 게야키다이라 위로 센닌타니(仙人谷)까지 상부철도가 개통되었지만, 현재 관광용 구로베 협곡 철도는 게야키다이라까지만 운행한다. 우리는 우나즈키-가네츠리(鐘釣) 왕복 열차를 타기 위해 역사 안에서 잠시 기다린다.

도로꼬 열차
 도로꼬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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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다가 2시 14분발 게야키다이라행 열차가 들어온다. 기차는 창문이 없고, 궤도폭이 76.2㎝에 불과하다. 우나즈키에서 게야키다이라까지는 모두 10개의 역이 있다. 이 구간에는 또 3개의 댐이 있다. 하류에서부터 상류로 우나즈키댐, 다시다이라(出平)댐, 고야다이라(小屋平)댐이 있고, 수력발전소도 3개 있다. 이들 발전소에서는 2만kW에서 7.2만k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네츠리까지 간 다음, 다시 우나즈키로 돌아올 것이다. 이 기차를 도로꼬 열차라 부른다. 도로꼬란 도라꾸의 방언이다. 도라꾸는 트럭(Truck)의 일본어식 표현이다. 이 기차에 도로꼬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 화물 기차로 댐과 발전소 공사 현장의 토사와 돌 등을 운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화물차보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객차가 더 많이 운행되고 있다.

수 많은 굴과 다리 그리고 댐과 발전소

신먀마비코 다리
 신먀마비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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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베 협곡 철도에는 모두 27개의 다리와 46개의 터널이 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구로베가와를 건너고, 협곡을 따라 나 있는 터널을 통과 가네츠리까지 갈 것이다. 가네츠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려, 3시 15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차가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신야마비코(新山彦橋)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를 지나면서 나는 기차소리가 산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진다고 해서 야마비코라는 이름이 붙었다.

곧 이어 기차는 우나즈키댐을 지나 신야나기가와라(新柳河原) 발전소로 접어든다. 우나즈키댐은 높이 97m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이다. 홍수조절, 전략생산, 용수공급을 목적으로 한 다목적댐으로 2001년 완공되었다. 댐상류로 우나즈키호가 형성되어 담수면적이 88ha에 이른다. 저수용량은 2470만㎥에 이르며, 댐의 아래와 위에 있는 우나즈키 발전소와 신야나기가와라 발전소에서 각각 2만kW와 4만k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한다.

우나즈키댐과 고멘교 그리고 호수
 우나즈키댐과 고멘교 그리고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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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즈키댐 위로는 고멘교(湖面橋)가 있어 호수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호숫가에 있는 신야나기가와라 발전소는 마치 성채 같은 모습이다. 그것은 건물이 원통형이며, 위쪽을 총구와 대포 거치대처럼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지나 상류로 올라가면서 보니 물빛이 옥색이다. 이것은 석회 성분이 있어 그런 모양이다. 기차는 계속해서 첩첩산중으로 들어간다.

불상바위
 불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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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과 다리가 계속 이어지고, 중간에 원숭이가 하천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현수교도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가자 호토케이시(佛石)로 불리는 불상바위도 보인다. 이 바위에는 빨간 모자와 옷을 입혀 멀리서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기차는 구로나기(黑薙)역에서 잠깐 정차한다. 이 역에서 서는 것은 이곳에서 600m 떨어진 곳에 구로나기 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우나즈키 온천의 원천(源泉)으로 7㎞ 도수관으로 온천수를 내려 보낸다.

구로나기 온천과 아토비키 다리 그리고 또 발전소

구로나기역과 아토비키 다리
 구로나기역과 아토비키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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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나기 온천은 1645년 처음 발견되었고, 186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산속이 너무 깊어, 1924년 도수관을 만들어 우나즈키 온천으로 물을 끌어내리게 되었다. 구로나기 온천에는 원천 주변으로 욕장과 로텐부로(露天風呂)가 운영되고 있다. 구로나기 역 앞에는 아토비키 다리(後曳橋)가 있다. 아토비키는 일본어로 '뒷걸음질 친다'는 뜻이다. 이곳의 계곡이 너무 깊어 산으로 오르기 어려움을 표현한 말이다.

다시 아토비키 다리를 지나 터널을 통과하면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교가 보인다. 이 수로교는 다시다이라(出平)댐의 물을 신야나기가와라 발전소로 보내는 도수로다. 곧 이어 기차는 다시다이라댐을 지난다. 다시다이라댐은 77m 높이의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1985년 완공되었다. 발전을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오토자와(音沢) 발전소에서 12만4천kW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구로베가와 제2발전소
 구로베가와 제2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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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10여분 상류로 올라가면 구로베가와 제2발전소가 나온다. 1930년대 유명한 건축가 야마구치 분조(山口文象)가 설계한 모더니즘 건축으로, 1936-38년 지어졌다. 이 발전소는 구조와 기능 양면에서 탁월한 건축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7만2천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댐과 발전소 공사는 그 후에도 계속되어 센닌다니댐이 건설되었고, 제3발전소도 만들어졌다.

제2발전소를 지나면 바로 네코마타(苗又)역이 나온다. 이곳에 있는 간사이전력(關西電力) 구로베 제2발전소 안내판에 보니, 발전소가 두 개다. 쇼와(昭和) 11년(1936)에 세운 제2발전소가 하나고,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30년 후인 쇼와 41년(1966) 맞은 편 언덕에 지하식으로 세운 신제2발전소다. 이 발전소의 출력은 7만4천2백kW에 이른다. 네코마타는 비교적 공간이 넓은 큰 역으로, 건설 중장비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가네츠리산과 역 그리고 온천

히가시가네츠리산
 히가시가네츠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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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마타를 지나면 더 오지로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산이 히가시가네츠리산(東鐘釣山)이다. 이 산은 석회암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종모양을 하고 있다. 이 산을 터널을 통해 지나고 계곡을 다시 한 번 돌면 가네츠리역이 나온다. 가네츠리역은 1953년 개통되었고, 다음 역인 게야키다이라까지는 5.8㎞이다. 그리고 우나즈키에서 가네츠리까지 달려온 거리는 14.3㎞이다. 

가네츠리에서는 볼 게 네 가지 있다. 하나는 가네츠리 온천이고, 또 하나는 하천의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로텐부로다. 이것을 일본 사람들은 야토(野湯)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또 하나는 만년설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가네츠리 삼존상이다. 이 중 가네츠리 온천과 삼존상은 바로 역 옆에 있다. 나는 먼저 삼존상을 보기 위해 역무실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간다.

가네츠리 삼존불
 가네츠리 삼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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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석을 깎아 조성한 삼존불로 가네츠리역 개통 후 생긴 것 같다. 가운데 대일여래를 주존으로 모시고, 좌우에 석가여래와 아미타여래가 협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가모니불이 본존불인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비로자나불인 대일여래가 본존불인 경우가 많다. 그것은 일본 불교 종파 중 진언종이 가장 번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삼존불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생긴 것으로 문화재적 가치는 없다.

삼존불을 보고 우리는 역무실을 지나 잠깐 가네츠리 온천을 살펴본다. 역의 옆에 미산장(美山莊)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그것이 온천장이다. 이 온천은 60℃의 단순천으로, 숙박을 겸하고 있다. 다음으로 나는 천연온천 야토를 찾아간다. 이 온천은 역에서 500m쯤 걸어 하천으로 내려가야 한다.

중간에 만년설 전망대가 있어, 만년설이 어떤 것인지 살펴본다. 사실 말이 만년설이지, 계곡에 여름에도 녹지 않고 남아있는 얼음덩어리 정도다. 여기서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이 야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바위틈으로 솟아나는 천연온천이고, 다른 하나는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천연온천이다. 우리는 하천의 온천으로 간다. 그곳에 보니 땅 속에서 물이 솟아오른다.

야토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야토에 발을 담그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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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에 발을 담그니 상당히 뜨겁다. 그래서 하천물과 온천물이 적당히 섞인 곳으로 가야 한다.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후 찬물에 담그는 일을 반복하니 피로가 금방 풀리는 것 같다. 사실 아침부터 움직여 비행기도 타고, 버스도 타고, 기차도 타고 왔으니 발이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마디로 발이 시원해진다. 온천에서 가장 빨리 효과를 보는 방법은 전신욕이 아니라 족욕이다. 그래선지 일본의 온천지역에는 다 족탕이 있다.
 
족욕을 더 하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이 있어 발을 씻고 양말을 신는다. 이 지역은 구로베가와 중 아주 깊은 오지이기 때문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래선지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카지카가에루(カジカガエル)라는 개구리다. 이 개구리는 일본에서 가장 맑은 소리로 우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을 보니 개구리 한 쌍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가네츠리역에 있는 온천장
 가네츠리역에 있는 온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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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한참 올라오니 목이 마르다. 오는 중에 보니 감주(甘酒)를 팔고 있다. 목도 마르고 우리 감주가 생각나 두 잔을 시킨다. 그런데 감주가 우리 것보다 걸쭉하다. 진한 요쿠르트 같으면서도 곡기가 있다. 갈증도 풀어주고 요기도 된다. 감주를 마신 아내와 나는 여유 있게 천천히 가네츠리역으로 향한다.

우나즈키로 가는 기차가 4시 21분에 있어서 시간 여유가 좀 있다. 나는 대합실에 걸린 구로베가와 개척사 사진을 살펴본다. 모두 흑백사진으로, 다리와 터널 공사 모습이다. 20세기 초 일본은 대규모 토목 사업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또 부를 축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감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고 말았다. 그들이 제국주의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 


태그:#구로베 혐곡 철도, #도로꼬 열차, #우나즈키, #가네츠리, #발전소와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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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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