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앤디 밴 헤켄, 라이언 피어밴드, 한현희, 문성현으로 이어지는 4선발 구성을 완료했다. 144경기 시대를 맞아 6선발까지 준비하는 일부 구단과는 달리 염경엽 감독은 확실한 선발 4명만 있어도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홀드왕 한현희가 선발로 보직을 바꿨지만 조상우와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에 상무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김정훈이 합류한 불펜도 든든한 편이다. 노장 마정길과 신예 김대우로 이어지는 잠수함 라인도 나쁘지 않다.

반면 좌완 불펜 투수의 부재는 넥센 마운드의 약점으로 꼽힌다. 끝내 꽃피우지 못하고 상무에 입대한 강윤구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4일 종료되는 2015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넥센은 실전용 좌완 투수를 발굴했다. 동산고를 졸업한 신인 투수 김택형이 그 주인공이다.

연고팀 입단 좌절된 후 넥센에서 1군 스프링캠프 합류

김택형은 동산고 2학년 시절 이건욱(SK와이번스)와 함께 원투 펀치를 형성하며 61.2이닝 동안 78탈삼진 평균 자책점 2.03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선배 이건욱이 잠시 부진한 사이 실질적으로 동산고를 이끌었던 에이스가 바로 김택형이었다.

김택형은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연고팀 SK의 1차 지명 후보로 급부상했고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동문 선배(류현진)처럼 제구력이 뛰어난 좌완 유망주라는 점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택형은 메이저리그도, 연고팀 SK도 가지 못했다.

2학년 때까지 완성형 좌완 투수로 꾸준히 성장하던 김택형은 3학년 때 기대만큼 구속이 오르지 못했고 투수로는 비교적 마른 체구(184cm 80kg)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SK는 김택형 대신 대학 야구 최고의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동국대의 이현석을 지명했다.

김택형은 2차 지명에서도 안태경(롯데 자이언츠), 장필준(삼성 라이온즈) 등 해외파 출신 투수들에게 밀려 2라운드까지 밀려 났고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넥센에 지명됐다. 고2때까지의 명성에 비하면 만족하기 힘든 지명 순번이었다.

김택형은 넥센에 입단하면서 계약금 1억 원을 받았다. 넥센에 1차 지명을 받은 서울고의 최원태가 3억 5000만 원,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경기고의 김해수가 1억 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김택형은 팀 내에서도 기대치가 썩 높지 못했던 셈이다.

하지만 김택형은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유망주 캠프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애리조나와 오키나와를 거치는 넥센의 전지 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때만 해도 김택형은 강윤구의 입대와 오재영의 부상으로 운 좋게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고 평가하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체중 증가와 투구폼 교정 후 시속 145km 강속구 '씽씽'

넥센 입단이 확정된 후 몸무게를 90kg까지 불린 김택형은 스프링캠프에서 손혁 투수코치와 박승민 불펜코치의 지도 속에 불안하던 투구폼을 교정했다. 그리고 코치들의 지도를 스펀지처럼 흡수한 신인 투수 김택형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구속 증가였다. 고교 시절 시속 140km를 넘기지 못해 스카우트들로부터 저평가를 받았던 김택형은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45km의 강속구를 뿌렸다. 좌완이 던지는 145km는 타자 입장에서 보면 우완이 던지는 것보다 더 빨라 보이는 효과가 있다.

사실 김택형은 염경엽 감독이 멀리 내다보고 키우는 인재다. 올해 스프링캠프에 합류시킨 것도 가까이서 집중 지도를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김택형이 염경엽 감독의 기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보였고 염경엽 감독은 연습 경기를 통해 김택형의 실전 투입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김택형은 오키나와 연습 경기에서 총 3차례 마운드에 올라 4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기록도 나무랄 데 없지만 무엇보다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씩씩한 투구가 인상적이다.

실전을 대비한 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으면서 김택형에 대한 기대치도 자연히 올라갔다. 염경엽 감독은 내심 김택형이 5선발 후보군 또는 경기 초·중반에 2~3이닝을 책임지는 롱릴리프 역할까지 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김택형은 오는 주말부터 시작되는 시범 경기를 통해 1군 진입을 위한 최종 테스트를 받게 된다. 김택형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다면 올 시즌 야구팬들은 넥센이 배출한 또 한 명의 겁없는 신인 투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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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김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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