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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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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였으면 말이에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야당) 한번 다녀오세요'라고 했을 거야. 아니면 내가 모시고 (야당을) 찾아갔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면, 국민들 지지가 엄청 올랐을텐데."

그는 걸음을 재촉하며 답했다. 기자가 '원장께서 대통령 옆에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 건가'라고 물은 것에 대한 답이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교수).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실제 옛 한나라당 시절 박 대통령의 경제자문을 했고, 현 정부 출범 때도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초 기획재정부 장관 등 내각 1순위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입각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과거에도 그랬다. 김 원장은 기자와 지난 2013년초 만났을 때도 "대통령을 도울 순 있지만, 입각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정부 임기 3년차.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꼬꾸라졌다. 정권 초기 70%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다른 역대 정권보다 하락세가 더욱 또렷하고, 가파르다. 김 원장의 걱정도 거기에 있었다. 그와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의 미래연구원에서 마주 앉았다. 사무실에서의 대화는 인근 쭈구미 식당으로까지 이어졌다.

"구조개혁 이미 늦어...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돼야"

- 청와대서 오후에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발표하는데요. 현명관 마사회장이 거론되네요(이날 오전부터 모 일간지에선 현 회장을 신임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내보내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네. 그렇지 않아도 현 회장은 내가 잘 아는데...(수화기를 들며, 곧장 전화를 걸고, 곧장 내려놓는다) 계속해서 통화 중이네."

- 만약 현 회장이 비서실장이 되면, 인사혁신처장에 이어 삼성맨들이 중용되는 것 같은데.
"그래요. 나는 현 회장의 인품이나 능력을 믿지만, 아마 다른 쪽(야당)에선 특정 재벌 사람을 중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거예요. 그게 부담이 될 수는 있겠지. 쉽지 않을 거예요."

김 원장은 다시 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곤 통화 연결이 됐다. 기자가 보는 앞에서 김 원장은 편하게 현 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현 회장은) 비서실장 내정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아마 현 회장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이야기대로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병기 국정원장으로 발표됐다.

- 지난 연말부터 대통령 주변 인물들로 여러 말들이 많았는데요. 지지율도 그렇고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정말 국가가 잘돼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대통령에게 힘도 실어주고, 지지도 해주고..., 아쉽지요.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올라갔으면 해. 적어도 50%는 돼야죠. 그래야 제대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예요."

- 소통 문제가 꾸준히 나왔는데. 원장께서 만약 대통령 옆에 계셨으면.
"(웃으면서) 난 아마 직언을 했을 거예요. 실제로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 여러 공약이나 정책 등 국회, 야당 등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잖아요. 저기 새정치연합 대표 집에 찾아가서 설득도 하고…."

"정부, 자칫 잘못하면 양치기 소년 될 수도..."
"정부에선 성장률, 무역수지 흑자, 고용률 등 숫자를 들이대면서 장밋빛으로 이야기들 하는데... 국민들은 실제 안 그렇잖아요. 일반 직장인들의 절반이 월급 200만 원 이하예요. 지금 임시직 근로자가 전체에 20%나 돼요. 2011년 이후 내수경기도 가라앉아서 자영업자들 정말 어렵게 살아가고... 밑바닥 경제가 이런 상황인데,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잘 안 보이는 거예요."
 "정부에선 성장률, 무역수지 흑자, 고용률 등 숫자를 들이대면서 장밋빛으로 이야기들 하는데... 국민들은 실제 안 그렇잖아요. 일반 직장인들의 절반이 월급 200만 원 이하예요. 지금 임시직 근로자가 전체에 20%나 돼요. 2011년 이후 내수경기도 가라앉아서 자영업자들 정말 어렵게 살아가고... 밑바닥 경제가 이런 상황인데,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잘 안 보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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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 문제도 그렇고, 정부에서 연금이나 노동 등 구조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지금 정권이 3년차 아닌가. 그런데, 지금 같은 정치상황에서 가능할까? 정말 개혁은 정권 초기에 했어야 하지. 지난번 연말정산이 좋은 예 아닌가요. 아무리 좋은 정책들을 내놓더라도 이해 당사자쪽에서 강하게 반발해 버리면 쉽지 않아요. 게다가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김 원장은 뭔가 여러가지로 아쉬운 듯했다. 기자가 '현 정부 2년 평가를 해달라'고 묻자, 고개를 절레 흔든다. 그는 웃으면서 "할 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의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이게 좀 답답해요. 정부에선 성장률, 무역수지 흑자, 고용률 등 숫자를 들이대면서 장밋빛으로 이야기들 하는데... 국민들은 실제 안 그렇잖아요. 일반 직장인들의 절반이 월급 200만 원 이하예요. 지금 임시직 근로자가 전체에 20%나 돼요. 2011년 이후 내수경기도 가라앉아서 자영업자들 정말 어렵게 살아가고... 밑바닥 경제가 이런 상황인데, 이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잘 안 보이는 거예요."

- 담뱃값 인상 등 정책추진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요.
"정부도 잘해보려고 했을텐데... 지금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 자칫 잘못하면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려요. 그렇게 신뢰가 떨어지면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겠어요. 복지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이대로 가면 어렵다고 해야죠."

- 증세와 복지를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 복지 지출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잘못되는 곳은 없는지, 구조조정도 필요하면 하고..."

- 복지 구조조정이라면.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북유럽 나라와 비교를 하면요. 그쪽 복지의 핵심은 세가지예요.  교육, 의료, 보육이에요. 이것을 국민 모두에게 혜택을 줘요. 건강하게 살고, 교육을 통해 인력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거예요. 이것을 통해 사회적 갈등까지 줄이지요. 이 문제를 제대로 해나가자는 거예요."

"다음번 대통령은 여든, 야든, 교육 대통령이 됐으면"
"다음번에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되더라도 교육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거지. 지금 사회적 갈등의 저변에는 계층간 양극화가 핵심이고, 이게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예전엔 개천에서 용도 나왔지만, 이젠 안 나오잖아요. (용이) 나와야지요."
 "다음번에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되더라도 교육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거지. 지금 사회적 갈등의 저변에는 계층간 양극화가 핵심이고, 이게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예전엔 개천에서 용도 나왔지만, 이젠 안 나오잖아요. (용이) 나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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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정부가 복지와 사회적 갈등 해소 등 여러 당면 과제를 해결해 가는 데 "너무 서두르지 마라"고 충고했다. 그는 "현재의 5년 대통령단임제 기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어느 정권이든, 자신들의 핵심적인 가치를 세우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한두 개라도 제대로 하길 바란다고 했다.

- 다음 정부에선 어떤 가치가 중요한 것 같은지.
"(잠시 생각을 하다) 다음번에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되더라도 교육대통령이 나왔으면 하는 거지. 지금 사회적 갈등의 저변에는 계층간 양극화가 핵심이고, 이게 고착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예전엔 개천에서 용도 나왔지만, 이젠 안 나오잖아요. (용이) 나와야지요."

- 교육 대통령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나왔던 이야긴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요. 그런데 잘 안 되고 있잖아요. 공교육을 제대로 살려내야죠. 아까 말한 북유럽 국가들의 공교육 수준으로 올려야죠. 교육만 제대로 서면, 거기서 산업도 클 수 있어요. 각종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교육 기자재와 시설 등... 이것 자체도 투자예요. 교사들의 재교육까지..."

그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교육 산업의 가능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복지사회와 함께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자와 2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는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또 우리 정치나 사회 등 각 분야에서의 '경직성'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쇠 철판 위에 쭈꾸미를 구워가며 던졌던 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리더십, 리더십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물론 나름대로 해석 등을 하는데, 우리 전반의 경직적인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리더십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리더십을 가진 사람은 도전정신이 있어야돼.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때 도전정신이 나오지. 그리고 이런 사람을 뒷받침해주는 시스템까지. 이제 우리도 이런 리더십과 시스템이 있어야지."


태그:#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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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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