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팬들이 단단히 뿔났다. 감바 오사카의 4관왕 자존심이 무참히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 축구는 물론 세계 클럽 축구를 통틀어 보기 드문 위업을 이뤘지만 성남 FC의 경기력 앞에서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성남 FC(한국)가 지난 3일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감바 오사카(일본)와의 안방 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황의조의 맹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두고 기념비적인 첫 승리를 거뒀다.

한국 시민 구단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승리

지난주 태국 부리람 원정 경기에서 아쉽게 1-2로 패하고 돌아온 성남 FC 선수들은 안방 팬들에게 새 시즌의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뛰었다. 노련한 미드필더 김두현, 김철호, 김성준, 이종원이 중심을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이번 경기 상대 감바 오사카는 보통이 아니었다. 2014년 일본 J리그를 평정한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이다. 정규리그(J1리그) 챔피언은 물론 FA(축구협회)컵 성격인 일왕배 우승, 리그 컵 우승에 이어 2월 28일(토) 낮에 열린 우라와 레즈와의 슈퍼 컵 맞대결까지 당당히 2-0으로 이겨내며 4개의 트로피를 연거푸 들어 올렸다.

오사카에서 열린 광저우 R&F(중국)와의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충격의 0-2 패배를 당하고 성남에 찾아온 감바 오사카 선수들은 4관왕 클럽의 자존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빛나는 경기력을 발휘하는 진짜 실력자는 김학범 감독의 성남 FC였다.

경기 시작 후 6분 만에 라브샨 이르마토프(우즈베키스탄)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성남 FC가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왼쪽 측면 수비수 박태민이 찔러준 공을 받은 공격형 미드필더 황의조가 섬세한 첫 터치 기술을 발휘하며 상대 선수를 따돌렸다. 그런데 이를 막아선 감바 오사카 수비형 미드필더 오구라가 양 손으로 황의조의 몸을 잡아 넘어뜨린 것이다.

이 기회를 맞아 새내기 골잡이 히카르도 부에노가 11미터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상대 문지기 히가시구치가 오른쪽으로 먼저 중심을 잃는 것을 확인한 부에노는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오른쪽 구석에 넣으며 성공시켰다.

황의조의 아름다운 추가골

이처럼 귀중한 선취골을 일찌감치 뽑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낸 황의조는 후반전에도 왼쪽 측면 공격 위력을 맘껏 뽐냈다. 68분에 터뜨린 오른발 감아차기는 그 과정이나 마무리 동작이 모두 훌륭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데려온 왼쪽 수비수 박태민이 뒤에서 높게 차 올린 공을 수비수 김태윤이 머리로 방향을 바꿔주었고, 이 공을 황의조가 왼쪽 대각선 공격으로 엮어냈다. 여기서 황의조는 달라붙는 감바 오사카 수비수 니와 다이키를 기막히게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감아차기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또 다시 0-2 완패를 눈앞에 둔 감바 오사카의 하세가와 겐타 감독은 추가골을 내주고 2분 뒤에 골잡이 우사미 다카시를 들여보내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성남 골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곧바로 성남의 김학범 감독이 미드필더 김두현을 빼고 수비수 곽해성을 들여보내며 뒷문을 단단하게 봉쇄했기 때문이다.

82분, 감바 오사카의 교체 선수 우사미가 결정적인 오른발 대각선 슛 기회를 잡았지만 더 좋은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접어 놓다가 성남 수비수들의 압박에 실제로 슛을 시도하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기분 좋은 첫 승리를 거둔 성남 FC는 7일(토) 오후 3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상대하게 된다.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경기는 오는 17일 오후 8시 30분에 광저우 R&F와의 원정 경기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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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경기 결과(3일 오후 7시 30분,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FC 2-0 감바 오사카 [득점 : 히카르도 부에노(7분,PK), 황의조(68분,도움-김태윤)]

◎ 성남 선수들
FW : 히카르도 부에노(90분↔남준재)
AMF : 황의조(90+3분↔김동섭), 김두현(72분↔곽해성), 김성준
DMF : 이종원, 김철호
DF : 박태민, 윤영선, 임채민, 김태윤
GK : 박준혁

◇ F조 현재 순위표
광저우 R&F(중국) 3점 1승 2득점 0실점 +2
성남 FC(한국) 3점 1승 1패 3득점 2실점 +1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3점 1승 2득점 1실점 +1
감바 오사카(일본) 0점 2패 0득점 4실점 -4
축구 성남 FC 챔피언스리그 감바 오사카 황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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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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